2026. 03. 28. 


박종철 열사는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금은 민주화 기념관으로 알려진 '남영동 대공분실'에는 과거 민주 인사들을 비롯한 고문을 받았던 일부가 이곳에 소속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도 있었고, 훗날 시내 전역으로 확장된 민주화 운동 당시 군대로 인한 총격 또는 감금 및 고문 등으로 인해 사망한 인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출판사가 세워지기도 하였는데, 박종철 출판사가 바로 이곳이다. 선량하고 무고한 그를 추모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이곳은 사회·과학 서적을 보급하고, 독립하여 운영되는 서점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곳에 출판된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맑스·엥겔스 선집이었으며, 최근 선집의 출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그 출판사이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서적이 뒤떨어진 이유가 90년을 기점으로 좌익을 표방하는 이들이, 서서히 민주 정부 수립을 위해 전면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 출판사는 그 명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탁 치니 억!'하였다고 말한 어느 고문관이 사망하였다. 당시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목사로 활동하였다는 소식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러나 추모가 그러한 기념의 일부가 되는 순간, 그 의도와는 달리 더욱 사회적 문제를 희석시키는 경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비록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지워진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국가적 폭력에 힘입어 그것을 자행한 이들이 정작 치한에 방조한 '보안법'의 역사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많이 간과하곤 한다. 단순히, 국가적 차원에서는 순국 기념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견해이고, 대중들은 실제로 희생자 분들이 민주화에 헌신하기 전에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깜빡 잊곤 한다

 

이처럼, 인간에 대한 고문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미국 뉴욕주에는 <중세 고문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중세 시대의 기술을 자랑하는 '화려한' 고문 방식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한 근대 철학자가 감옥 내의 정신병을 다루기 이전에도, 중세가 전반적으로 '암흑기'라 불리는 이유를 볼 수 있다. 민주화 시기 이전에 유럽의 뛰어난 기강을 자랑한 '르네상스'의 부상과 이후에 근대적 국가관을 중심으로 자행되었던 '제노사이드'라 명명되기 이전에도액트 오브 킬링으로 잘 알려진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당시에도 이러한 고문의 기술들은 오히려 해당 국가들로부터 통제되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는, 그 잔혹한 이면까지 세계적으로 보도될 수 없는 지점들이 상당수가 존재한다.

 

'산 자들이여 따르라'라는 말이 무심할 정도로, 죽은 자들이 방치된 이 고문의 역사는 '숭고한 진리'를 말하기 이전에 마주해야 할 투쟁의 역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국가가 '안보'를 말할 때 온갖 비속어로 맺어진 조약과도 같다지금도 국가 간 전쟁을 개시할 때는 포로에 대한 감금 및 고문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은 현재의 부르주아 역사가 은폐하고 싶은 '어른의 사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평범한 사람에서 무고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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