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22. 


자본의 선전·선동 방식

 

자본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상업적 홍보 수단은 비약적으로 늘어난 반면, 정작 사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단은 오히려 제한되는 현상은 자본 매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건물 외벽 전광판 (사이니지, 파사드 등) 새로운 홍보 매체들이 도시 공간을 채우지만, 이 매체들은 사실 공공의 자산이 아니라 사적 소유권과 자본 투자로 구축된 상업적으로 공간이 점유된 형태이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홍보 수단은 막대한 초기 설치 비용과 유지 관리비가 든다. 이는 거대 자본으로 이를 감당하고 있으며 이윤 창출을 위한 외벽 광고판으로 활용하지만, 정작 재정적 기반이 취약한 사회 단체나 활동가들은 이를 진입할 유인도, 능력도 갖추기 어렵다.

 

광장이나 거리의 벽면 게시 공간 (대자보, 현수막 등)도 있으나, 도시 정비 사업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물리적 공간을 디지털 광고판이라는 사적 영역으로 대체했다.

 

기술 발전은 오프라인 전광판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고의 확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대다수 디지털 광고의 작동 원리 역시 활동가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는 매체의 유도 (알고리즘) 기능과 상업적 홍보 (필터링)로 인해 주목도 경쟁과 광고 수익을 위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여 창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대중적이거나 자극적인 소비를 촉진하는 매체만이 아니라, 유도 기능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에 유리한,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는 활동가들의 선전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수 업종 (플랫폼) 기업들은상표 (브랜드) 안전성을 이유로, 논쟁적인 사회·정치적 쟁점이 되는 요소의 노출 순위를 낮추거나 광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자본을 홍보하는 상업 광고는 전면에 배치되는 반면, 대다수의 사회적 목소리가 검열된다.

 

국가와 지자체의 법적 규제 원리 역시 자본의 홍보와 활동가의 요구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옥외광고물법의 차등 적용 등은, 대형 상업 전광판이합법적인 광고 산업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제도권 내에서 허가를 받으며 증식하는 반면, 활동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현수막이나 벽보 등은 도시 미관 저해, 불법 적치물, 교통 방해 등의 이유로 엄격한 단속과 일부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이는표현의 자유에 대한 행정적 통제로, 자본의 상품 광고는상행위로 인정받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공간마저 쉽게 대여하지만, 정작 사회적 요구를 담은건전한목소리는정치적 구호갈등 유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대관이나 허가 과정에서도 원천 차단되는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

  

기술의 사적 소유

 

기술 발전은 대중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고도로 파편화했다. 자본의물신성으로 인해 시각 기술은 이제 상품의매력을 포장하여 전광판에 투사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화려한 시각 정보에 노출되어 감각적으로 마비되며, 이 속에서 기술적으로 덜 정교하거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사회 활동가들의 요구는 쉽게 묻히거나 외면받는다. 공론장 역시 소멸되어, 자본의 홍보 수단은 일방적인 자본 정보 주입과 소비 조장에 최적화되어 발전한 반면, 정작 사회적 의제를 논의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적 공론장은 기술 발전 속에서 오히려 위축되거나 상업적 공간으로 흡수되었다. 기술 발전이 홍보 수단의 양적 팽창을 가져왔지만, 그 수단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자원 (자본, 법적 권한, 특수 (플랫폼) 소유권)이 철저히 사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맞서거나 공공성을 요구하는 사회 활동가들의 수단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되고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첨단 홍보 매체가 사적 소유와 자본 투자의 대상이 되어 압도적인 진입 장벽을 형성하는 이유는 자본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체의 기술적·경제적 구조 변동에 기인한다. 이 진입 장벽이 공고해지는 구체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앞서 대형 전광판 등의 경우에는 홍보 매체를 구축할 단순히 물리적 공간 확보만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적 시설 (인프라) 필요하다. 대형 전광판과 그 체계를 제작·설치하는 비용, 고해상도 영상을 송출하기 위한 장비와 시설망 구축에는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기 자본이 투입된다.

 

이 비용은 한 번 투입되면 회수하기 어려운 매몰 비용을 지닌다. 오직 자본 회수 능력이 검증된 거대 기업이나 금융 자본만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집행할 수 있으며, 반면, 자원이 부족한 활동가나 소규모 단체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배제된다. 따라서 도시의 주요 길목이나 유동 인구가 유독 많은 공간에 설치된 매체는 단순한홍보판이 아니라,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하는 수익성 자산에 가깝다. 노출 효과가 높은 물리적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자본은 이 공간적 희소성을 구매하여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 뒤, 매체로 광고 단가를 높여공간 지대를 점유한다.

 

자본의 자기 증식 구조로 인해 높은 자본을 투자하여 매체를 소유한 자는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얻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다른 유력한 공간의 매체 역시 추가로 매입하는 확장 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매체 가격 (대영 비용)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치솟게 되며, 사회적 목적의 이용자가 접근할 여지가 제한된다. 현대의 홍보 매체는 단순히부착하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으며, 고도로 분업화된 관리 체계를 요구한다. 또한 동반되는 운영 일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광고 효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정보 체계, 유지 보수를 전담하는 기술 인력 등이 상시 요구된다. 매체 소유주와 광고주 사이에도거대 광고 대행사들이 즐비하여 중개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대량 (패키지) 판매, 장기 계약, 대규모 물량 위주의 시장을 운영하므로, 개별 활동가들이 단발적이거나 소규모로 매체를 이용하려 해도 계약 체결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적 장벽이 높게 형성된다.

 

결국 국가가 규정하는 법적 기준과 인허가 제도 역시 사적 자본의 소유권을 옹호하고 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자면, 합법적으로 대형 전광판이나 옥외 광고물을 설치·운영하려면 옥외 광고물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엄격한 행정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안전 진단 비용, 이행 보증금, 책임 보험 가입 등은 재정적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법인 자본에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는 허가제의 재정적 요건으로, 자본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법적합법성까지 획득하여 공간을 독점하는 반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활동가들의 수단은 정작불법성으로 규정되어 철거와 과태료의 위험에 노출된다.

 

결과적으로, 매체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될수록 이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시장은 이 비용을 회수하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적 자본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매체는 공공의 창구가 아닌 철저한 자본 축적의 수단이 되며, 재정적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통과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으로 굳어지게 된다.

 

정부 정책 홍보 방식의 제도적 한계

 

정부의 정책 홍보나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종이 인쇄물 제작, 잦은 현수막 게시 등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관료제적 행정 논리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제도적 한계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전형적인 자원 낭비 현상이다. 이는 크게 네 가지로 설명된다.

 

1. 관료제에 따른 예산 집행과표면적행정 논리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 홍보 예산은 자본 국가 기구가 지닌 관료주의적 특성으로비효율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관료 조직은 배정된 예산을 기한 내에 쓰지 않으면 다음 해 예산이 삭감되는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이에 따라 불용 방지를 위한 연말이나 분기 말에 실질적인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 홍보 현수막을 대거 내거는 등 예산 소진성 지출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더불어, 공공 행정에서도 홍보의 질적 성과 (국민 이해도나 정책의 실효성)은 사실 측정하기 어렵다. 반면, ‘현수막 몇 장 게시’, ‘소식지 몇 부 발행과 같은 양적 수치는 즉각적인 증빙 요인으로 삼으므로, 행정편의적으로만, 자원을 낭비하는 물리적 홍보 방식을 취하게 된다.

 

2. 대의제 선거 제도의 법적 강젱와 지배 집단 이익 보호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공보물과 현수막은 현행 선거법의 구조적 한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공직 선거법은 모든 후보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가구별 종이 공보물 발송, 규격화된 현수막 게시 등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비용을 보전해 준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 채, 과거의 방식으로만 물량 공세를 취하는 법적 강제의 결과를 낳는다.

 

현수막과 지면 공보물 중심의 선거 운동은 인지도가 높은 거대 정당의 후보들에게 유리하다. 이를 전면 제한할 경우 원예 정당의 진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가 작동하면서, 제도의 근본적인 변혁 대신 매 선거마다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유지된다.

 

3. 공공 영역의 상업적 유착 구조

 

정부나 선거 홍보물 제작은 공공 예산이 사적 자본 (인쇄업, 광고 대행업, 현수막 제작업 등)으로 이전되는 거대 시장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윤 창출을 위한 물량 확대를 위해 홍보물을 수주하는 민간 기업들의 목적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에 있다. 더 많은 종이를 인쇄하고 더 많은 현수막을 찍어낼수록 이윤은 증가하므로, 필요 이상의 규격과 부수를 유도하는 시장의 압력이 상존한다. 지자체의 경우 홍보 예산이나 선거 자금은 지역 내 소규모 인쇄·광고 업체들의 주 수입원이 된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지역 표심 관리나 유착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물량 발주를 줄이기 어려우며, 이는 곧 필요보다 관계에 기반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4. 사유화된 매체 구조의 대책 부재

 

역대 정부를 비롯한 선거 후보자들이 물리적 매체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고도로 기술 발전된 첨단 매체 (대형 전광판, 주요 온라인 홍보 매체 (플랫폼) ) 사적 자본에 철저히 독점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디지털 매체에 정책이나 선거 광고를 상시 노출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막대하므로, 결국 그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거나 법적으로 공간 점유가 보장되는 오프라인의 종이 매체와 현수막이라는 구식 수단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처럼, 전 국민 또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홍보는 디지털 취약층 (고령층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명분을 가진다. 보편적 접근성이라는 명분이 무분별한 지면 낭비와 현수막 게시를 정당화하는 방어 기제로 활용된다. 결론적으로, 공공 및 선거 홍보의 예산 낭비는 사유화된 첨단 매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공공 권력이, 구태의연한 법 제도의 틀 안에서 행정적 성과를 증명하고 사적 (인쇄) 자본의 이해관계와 결탁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의 결과물이다.


매체의 기술적 발전에 비해 법 제도가 이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지체 현상을 논리적으로 부각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법 개정의 경직성 사이의 간극,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구조적으로 짚어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시사하기 위한 방식과 구체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자본 홍보 매체의 현상에서 알 수 있는 바는 상업적 독점이란 결국기술 발전에 비해 정치·법적 제도적 기반이 뒤늦게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그로 인해 매체의 기술적 변동은 이미 21세기의 한복판에 와 있으나여전히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정치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이에 대한 정치적 지형의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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