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35 & 36장
자본주의 설명서
『자본』의 문체
칼 맑스의『자본』 후반부에서 엥겔스의 성과는 그의 투박했던 문체를 정밀하고 엄밀하게 다듬었다는 점이다. 맑스의 문체가 방대한 지식으로 여러 학자의 가정과 근거를 분석하며 세부적인 증명을 파고드는 방식이라면, 엥겔스는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성과에 대한 비판적 요지를 명확히 했다. 1권을 주의 깊게 읽은 독자라면 2권에 서술된 엥겔스의 문체가 매우 깔끔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철학을 전공한 맑스의 계획 수립 능력과 그 자신이 공장주의 아들이었던 엥겔스의 경제·경영적 식견을 더하여,『자본』은 노동자에게 과학적이고 충실한 접근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자본의 생산에 직접 기여하는 노동자야말로 『자본』의 핵심에 가닿는 존재이며, 판매자들의 인식 수준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은 노동자라고 해서 꼭 자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쟁 속에서는 오히려 혁명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한심하다고 평가를 면하기는 어렵다.『자본』을 대강 읽고도 정권을 위해 복무하며, 이후에는 안락한 전원생활과 자본가의 향유를 소비하며 이해타산에 맞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계산은 외관상의 업무일 뿐이다. 실질적인 혁명가들은 정권을 잡게 되는 기회에도 몸소 노동자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동가들의 출생 배경이 정치와 더욱 긴밀한 접촉을 야기하는 반면, 진정한 혁명가들은 자신의 가난 속에서 몸부림치며 늘 노동자와 함께했다. 생각을 넓히고 상대의 문제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은 늘 노동과 독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독서는 그 수준이 매우 얕다. 소비된 독서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며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읊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전자 상거래 등장 이후, 유통 과정의 핵심은 기존의 대면 접촉에서 상품 가격 경쟁으로 발전했다. 이에 따른 가상 화폐의 등장도 지적되지만, 핵심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르주아지의 독점 문제이다. 이는 도서 정가제 시행 요구에서 나타나는 서적 상품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이 제도의 허점은 책을 직접 생산하는 노동자가 아닌 출판사의 몫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주체의 요구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주제든 계급의 구분은 명확할 필요는 있다. 유통 부문의 이윤 독점은 생산 노동자에게 전가되며, 필연적인 자본 생산을 수반하는 노동에서 잉여 가치를 둘러싼 유산 상속 전쟁이 벌어지는 현재에도, 필요한 것은 자신의 지위가 아니라, 그 지위를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고 현장에서 부딪치며 직접 종사할 수 있는 노동자의 존재일 것이다.
자본의 유통 순환 과정 개요
헤엄을 치려면 먼저 물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물에 들어간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상품은 단순한 구매와 개인적 소비를 전제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교환 행위가 내재한다. 이 거래는 겉으로 1:1 교환의 형식을 띠지만, 본질적으로는 잉여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곧 더 많은 자본의 이윤을 남기기 위한 운동으로 자리 잡는다. 기업의 활동은 자본 이윤 창출이라는 합법적 구도로 그동안 학습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윤 추구 행위를 넘어, 잉여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계급 형성을 더욱 심화시킬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 제2부는 악명 높은 해석으로 평가되지만, 실은 유통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모든 생산품은 제작 과정을 담은 일종의 설명서를 포함한다. 부품의 조립은 새로운 기계가 되거나, 생산 수단으로 새로운 상품 제작의 도구가 된다. 자본가들은 상품 생산을 늘리고자 노동력을 구매하며, 그 대가는 과거 현물에서 현재 현금(임금)으로 지불된다. 여기서 노동력은 LP, 생산 수단은 MP로 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자본 거래 내에서 인간의 노동력 역시 지불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있다. 노동력은 생산 수단을 소유한 주체로부터 더 큰 자본가에게 구매되어 그 일부가 포섭되기도 한다. 예전에 생산 수단을 소유했던 이들은 이제 노동자가 되어 임금의 대가로 자신의 노동력을 지불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따라서 생산된 상품은 C 또는 W로, 그 대가로 지불되는 화폐는 M 또는 G로 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 전체 순환에서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출입구를 따라 간략히 살펴보자.
제1형태(화폐 자본 순환)
모든 화폐는 소유자가 있으며, 그 유통 또한 소유주로부터 주도된다. 소유주는 더 능력 있는 생산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곧 자본가 간의 치열한 거래에 매일같이 힘을 쏟는다. 화폐가 투입되는 순간, 자본 거래 유통의 서막을 알리는 이 순환은 단순한 화폐 교환인 M-M에서 M-C-M´으로 증대되는 과정을 겪는다. 여기서 화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저 확보된다. 아직 축적되지 않은 화폐는 개인적 소비로 끝날 수도 있지만, 사실 생산적 소비의 형태로 다시 유통된다. 곧, 상품을 이윤으로 남기고자 되팔면서 수입된 상품이 기존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는 잉여 가치의 생산에서 M이 아닌 M´으로 표기되는 이유이다. M´은 곧 M´=M+m으로 표기되며, 소문자 m은 잉여 가치를 의미한다. 이 잉여 가치 속에서 잉여분 Δ(델타)는 상인이나 중개인의 마진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배분에 있어서는 축적의 잠재력을 내포한다. 이는 상품의 측정 시 기존 화폐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이 임의로 정해지게 만든다. 고전적인 시장에서는 금은 주화가 화폐 역할을 대신했으나, 지폐의 등장으로 화폐는 다양한 형태로 변모한다. 화폐와 상품 거래는 농촌 경영 형태로도 이루어져, 예전에는 수확물을 거래하거나 생산 수단 및 노동력 구매에 주로 사용됐다. 유통 시장 형성에 있어 화폐의 순환은 M–C…P…C´-M´ 공식에 따라 증대된 화폐를 유통 시장에서 확보하고자 범위를 넓혀 간다. 이러한 순환의 반복은 자본주의 사회 발전과 함께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제2형태(생산 자본 순환)
소규모 수공예에서 시작된 MP와 같은 생산 수단은 화폐를 증대시키려는 운동을 발생시킨다. 일부 장인은 무역을 달성하는 상인이기도 했으며, 가격 흥정으로부터 생산 수단을 일찍 확보한다. 현재의 자본가 중 일부도 과거 궁핍한 노동자였으나, 자본가로 변모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산 수단을 확보하고, 또 다른 노동자들을 투입한다. 이는 P…P라는 제2형태의 모습으로 생산 자본을 형성한다. 화폐 자본이 증식의 성격을 띠는 반면, 생산 자본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자본가 경쟁에서 승리한 자본가의 유일한 원천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생산 수단과 LP와 같은 노동력을 지배하면서, 자본가는 자신의 화폐를 축적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단순 재생산에서 확대 재생산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자본가는 잉여 가치라는 열매를 수확하고자 준비금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상품 생산에 앞서 가변 자본이라고 불리는 노동력 v와 불변 자본이라고 불리는 생산 수단 c를 먼저 확보하고 공장 조직을 건설한다. 이 지출 과정은 c+v+s로 표기되며, 총 자본의 지출이 되어 자본 구매로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본가의 수단은 창출되며 더 많은 화폐를 축적하려 시도한다. 생산 자본 순환은 P…C´-M´-C-P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P는 생산 자본과 생산 과정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생산 자본으로 기능할 때는 또 다른 생산 수단을 구매하기 위한 기능으로, 생산 과정에서는 생산된 제품의 판매를 위한 기능으로 주된 역할이 상이하다. 이런 방식으로 자본가들은 별도의 생산 자본을 마련하여 부를 축적하는 동시에, 자본가의 수중에 놓여질 수 있는 범위를 확충한다.
제3형태(상품 자본 순환)
유통 시장에서 상품이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나온다. 현재는 기계화가 진행된 공장에서 생산품이 곧바로 상품으로 유통될 만큼 기술력이 발달했지만, 노동력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되기 쉽다. 상품 자본의 순환은 무조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개인적 소비는 주로 자본가의 소비로 치부되기 쉽지만, 노동자 역시 자신의 노동력을 지불하는 대가로 생계를 위한 필수품을 제공받거나 구매해야만 한다. 이러한 단순 소비 순환 외에도, 유통 시장에서는 상품 시장을 위한 다양한 산업적 형태들이 국가별로 발달한다. 이 차이는 국가마다 상이하며 경제 발전의 성과 또한 개별 국가 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국가 생산력만으로는 그 경제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 시장의 본질이 자본가의 이윤 창출에 있기 때문에, 상품의 순환은 구매(M-C)와 판매(M´-C´)의 기본적인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연적인 자본 생산 과정을 유발한다. 개인적 소비를 넘어 생산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형태로부터 상품 자본의 거래가 발생한다. 수출입 과정에서 매겨지는 상품 가격은 단순 재생산에 따른 C-M-C에서 더욱 복잡해진 C-M´-(CK)…P(C+CK)…C´´까지 이어진다. 판매를 위해 투입된 상품은 다시 상품 구매를 위해 재생산되며, 이러한 순환은 곧 상품 자본 순환의 일부를 이룬다.
34 & 35 & 36장을 정리하며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보면, 자본의 순환에서 세 가지 요소, 곧 화폐, 생산, 상품은 그 자본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자본 운동의 거래에서 일부를 구성한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 창출이라는 이면에는 잉여 가치 생산을 위한 노동이 전제되며, 이는 설명 과정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전 경제학자들, 특히 농업 사회에서 상인 무역을 분기점으로 한 중상주의 경제학자들은 무역 거래에서 여러 분할을 중시했으며, 이 과정 속에서 자유 무역이 발달하여 지금의 자본주의 거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는 자본가의 개인적 능력에 따른 경쟁의 승리라기보다는, 화폐를 축적하려는 일과 임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일 사이의 끊임없는 고군분투의 역사가 담겨 있다.
논증의 오류 중에는 순환 오류가 존재한다. 자본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이러한 구조를 정당화하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 역시 살펴보면, 그 전제를 결론과 등치하면서 이러한 숱한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 채 누적시키거나 회피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자본의 순환은 기본적으로 그 거래의 성격에서 자본가의 축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그 반복 역시 그대로 정당화된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7 & 38 & 39장
유통 전쟁
유통 진행과 재고 형성
일반적으로, 생산된 물건이 판매되려면 곧바로 소비되어야만 한다. 구매와 판매라는 거래 행위로부터 파생된 소비량은 상품 거래의 다양한 종류를 이룬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공 식품 등의 소형 물품과 가전의 발달까지 소비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특화된 유통 조건을 요구한다. 한편, 반도체 산업의 미세 공정처럼 특정 산업에서는 이러한 유통 및 가격 측정 기준이 생산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유통 과정은 필연적으로 수송업의 발전과 동반되며,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자생적인 생산력보다는 수송업이 발달하는 양상을 보인다. 고립 지역일수록 물류 관리가 중요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그 간격은 비교적 축소되었다.
자본 유통 시장에서는 실제로 더욱 저렴한 값을 판매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시장 형성에 따른 여러 상인들의 상대적인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재고가 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한 일본의 조립 장난감을 납품하는 대형 업체에서는 그 재고를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유통의 재고가 쌓여 있었음에도, 실물로 내놓지 않고 방치해놓은 경우도 있다. 품절 대란 역시 비슷한 논리로 설명된다. 생산된 물품의 공급 여지는 제약적이지 않으며, 시장에 풀리는 물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시각은 양적 측면에만 국한된 해석이다. 실제로는 한정된 물품일수록 잠재적 재고가 풍부하며, 시장에 상품 공개를 제한하면서 소비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는 2008년 주택 거품에서 결국 드러났지만, 토지 매매에서도 매입 집중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소비 부진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이는 결국 공황의 잠재적 소지가 되었다. 2008-2009년 주택 시장 거품의 붕괴와 경제 공황은 이러한 현상의 거대 사례이나, 모든 경제 분석은 상품 분석에서 출발하므로, 토지 지대 역시 상품 조건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유통 과정의 핵심은 재고 관리에 있다. 전쟁에서 물자 운반 및 제공이 중요하듯이, 경영에서는 재고 관리가 성패를 좌우한다. 생산력 발전에 집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나, 수송 수단 역시 생산 수단으로 구매된다는 점에서 공항의 항공편처럼 대형 운반선 거래에서도 상품 측정 방식이 고려된다. 수송업 발달은 무역 시장의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했으나, 생산량 대비 물자 운반 및 비용 조건에 따른 재고의 잉여분은 여전히 과도하다. 이러한 비용 가치가 잉여로 남을 때, 자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노동자가 직접 소비하는 물품에도 그 비중이 존재하며, 그 소유권은 생산 수단을 가진 자본가에게도 일부 제공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시장의 노골적인 유통 자본화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의 결과가 자본가보다 노동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었음에도, 당시에는 모두가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공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공황의 여지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법칙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화폐를 교환하여 금을 축적하고 보존하려는 자본의 본질적 속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본은 유통되어야 하며, 축적만 보존되는 순간, 경제 순환은 정체된다. 자본주의 경제 특성상 남은 재고를 처리하지 않아도, 남아도는 노동력에 대한 지불을 회피할수록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 자본가에게도 위험이 닥칠 여지가 커진다. 이는 연쇄적인 고리와 같아, 소비되지 않은 잉여 가치가 축적되는 결과를 낳고, 자본가의 축적 고집이 변하지 않는 한 반복될 뿐이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생활 수단에 해당하는 소비 품목은 충분히 제공될 수 있으며, 그 재고 역시 과잉 상태라는 점을 볼 때, 유통 상인이 자본가로 변모하려는 노력은 본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점을 이해할 때, 우리의 부족한 가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40 – 47장
사업적 성공
진행 중인 자본의 역사
사업을 하려면 일정한 자본금이 없이는 성공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여기서 성공이란 일정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장사에도 있지만, 상인 거래 간 충돌을 억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말한다. 하지만 두 사례 역시 사업적 성공을 이루려면 그에 합당한 생산 수단과 노동력을 소유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 실패를 발판 삼아 자본가로 거듭나려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사업적 경쟁 상대들과 승부를 벌여야만 하는 필연이 존재한다. 이는 자본가들의 성격상 단합보다는 개인적 분열로 이끌지만, 반대로, 노동자에게는 단결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그 시작점을 공정한 무역에 있다고 본 애덤 스미스나 그의 후계자를 자처했던 데이비드 리카도와 같은 인물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케네의 유명한 『경제표』는 이러한 경제 통계의 시초라 불릴 만큼 여러 분야의 사업 구성을 경제적으로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표이다. 당시의 ‘중농주의’, 그러니까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의 생산력 대신에 효율적인 농업을 중시하는 기조에서 경제학은 출발했기 때문에, 모든 경제학은 사실 농촌 사회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농촌 사회는 상인 무역이 등장하면서 교통 및 통신의 발달과 함께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었던 물물 교환(1:1)이라는 기본적인 등가 행위는 화폐 거래가 등장한 이후로 화폐가 통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비율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무역 상인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막강한 기술력과 노동 수단 및 노동력을 바탕으로 농촌 사회까지 일찍 지배할 수 있었다. 리카도는 이러한 자본의 점유와 더불어 토지 문제를 일찍 거론한 인물이다. 그의 논리에서 주된 핵심은, 바로 ‘잉여 가치’의 생산에 대한 고찰과 자본의 회전에 따른 유통 순환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사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자본 축적의 문제에 대해 직접 거론하거나 생산 수단을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를 국가 정치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 자유 논객은 ‘역사를 알면 세계를 알 수 있다.’ 고 언급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말해야 옳다. 경제를 알아야 역사의 진실이 보인다. 이 말을 설명하자면, 돈의 출처를 명확히 하면 자본의 진실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체로 자본의 축적에 따른 수많은 소비적 경향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하고, 임의로 선정된 자금의 누적된 역사가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행은 19세기 대식민지의 상인들이 피억압 국가의 자본을 무단으로 수탈하면서 잉여 가치를 착취하고, 소수의 수중으로 유통시키면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한 자유 논리마저 자본주의의 생산에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정 자본이 오래되고, 유동 자본이 모자라듯이 자본의 논리는 영원할 수 없다. 상인들은 수입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빈농들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였던 가축을 무단으로 도륙하게 되면서 공장제가 등장하게 된다. 현대 공장제 체계가 발달하면서 기계화를 이루었고, 모든 가축들은 축사 안에서 사육되어 생활 수단의 일부분으로 소비된다. 자본가는 이윤을 창출하는 데 혈안이 되어 농촌 사회를 서서히 지배하기 시작한다. 가축을 기르려면 일정한 거름과 사료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공장제 방식으로 찍어내어 도륙한 가축 생산물은 거래 수단으로 판매되면서 더욱 정밀하고 가공된 식품으로 등장한다. 이는 현대 대형 마트에서 손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품으로 보여진다.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더욱 간편해진 조리를 가진 식품들은 식민지에 흡수된 국가에서도 인간 건강을 보존 및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그들의 의식 역시 살찌우는 데 쉽게 이용된다.
불분명한 유통 자본의 출처
리카도는 특히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유동 자본을 일찍 해석했다. 곧, 노동 생산물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국가의 사회적 부를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고 보았지만, 이러한 고전적인 해석에 영감을 받은 현대의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논리를 일부 수용하면서, 전적으로 투입된 자본 대비 노동 생산성이 고정되어 유지되기만 하면, 잉여 가치는 노동자에게 반드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수중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두 경제학자의 논리적 교환 역시 매우 방대하면서도 큰 효과를 남겼기 때문에, 현대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사회적 부를 끊임없이 유지하면서,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여전히 자본가가 제거되지 못하고 잔존할 수 있던 큰 이유이다. 고전 경제학은 특히 대외 무역에 의존한 상인 자본과 농경 사회 연구에 큰 업적이 있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삼아 생산된 자본의 논리 역시 당연하게도 국가의 논리로 충분히 귀결될 수 있었다. 이에 단순히 반대하기만 하면 오히려 적으로 규정되기에도 매우 쉬웠다. 이 덕분에, 자본가들은 이 두 경제학자에게 호의적일 수 있었고, 자본 역시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
유통 자본에 있어 노동 기간 · 생산 시간이라는 노동의 길이 역시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입된 노동 시간 대비 생산물은 충분했음에도 재고가 창고에 쌓여 있는 일이 많았고, 실제로 그 창고에 남은 재고가 두 경제학자는 모두 소비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재고는 그것을 소유한 자들에게는 잠재적인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부 판매되지 못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현대에는 여러 취지가 담긴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지만, 그러한 중고 거래 역시 자본의 논리가 기능하는 한 매입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 역시 방대해졌기 때문에 유통 자본의 자본 거래 역시나 상술이 매우 교묘해진다. 따라서 합리적 소비로 포장된 잉여분을 은폐한다. 실제로는 충분한 재고가 있음에도, 유통 과정에서는 소유를 위한 축적에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족한 생산분은 수입로 메우면서 토지 생산에 대한 지배력 역시 공고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상거래법 등과 같은 법적인 수단들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은커녕 일시적일 뿐이다.
지역 사회에 침투한 자본가들은 건축업자들과 손을 맞잡으면서, 대공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산업화’는 그 과정에서 자본화 단계에 점차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들은 농촌 사회의 여러 가옥들을 파괴하고, 도로와 주택으로 포장하면서, 소수의 입주자를 위한 광범위한 매입 단계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는 제한적인 생산물들이 명품으로 둔갑되어 매우 높은 가격에 제시되거나 한정된 소비를 이루게 된다. 실제로는 별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대외 무역에서 더욱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이러한 부담의 간격을 더욱 높인다. 이처럼, 산업화 진행 단계의 저개발국 국가들은 선진 문물에 대한 호의에 대해 크게 기대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일찍 흡수될 여지가 확률적으로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국내의 자본화 단계 역시 이를 토대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마저도 설명을 하는데 그르치고 말았다. 특히 저개발국을 경제 통계로 측정했을 때, 단순히 경제적 활동성이나 정치적 치안이 부족한 단순히 ‘못사는 국가’로만 치부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자본주의 발전에 빠르게 발돋움하고자 선진 국가에게 흡수되어 의존하게 된다. 실제로, 자국 내 자본가들이 성장하면서 국가의 정치적 위상 역시 수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본가들이 부를 움켜쥘 때,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명목으로 국가 생산력의 통계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 이는 후술하겠지만, 토지 거래에서는 유통 과정에서 투기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사업적 성공이란 사실은 자본가들의 경쟁에서 승리한 자본가의 독점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결과는, 모든 것을 소유화하는 물신 숭배나 다름없는 화폐를 가진 자들이 모인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금융 기관이 가세해서 이룬 거대한 자본가의 역사에는 한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많아짐을 증명하는 일조차 멀어지게 만든다. 전 세계에 모인 부르주아지가 집단을 조직하면서 프롤레타리아트를 유령으로 만든다. 그 말은 곧 노동자의 희생을 더욱 그늘에 머물게 하고, 더 이상의 무력하고 종속된 인간으로 여긴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노동의 소외는 단순한 현상일 뿐이다. 이를 심층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우리는 부르주아지들의 영원한 동지로 화폐처럼 묶여 있는 노동자들을 보게 된다.
48장 회전 시간 & 투하 자본
2부 후반
2장 후반부는 그 난이도가 정말 높은 것 같다. 그 문맥과 상태를 세밀하게 정리한 덕분에, 그나마 이 장이 개별 자본가의 관점에서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잘 서술한다는 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핵심은, 맑스와 엥겔스는 고전 경제학자들이 유동 자본의 회전 구조(상호, 완전, 독립, 불균등)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회전의 교차와 엉킴이 풀려난 자본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풀려난 자본이란 실제 투하 자본 대비 화폐 환류 시점의 불일치로 생겨나는 현상이며,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자본가들 역시 투입 자본이 곧바로 일치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지적 역시 중요하다. 개별적인 분기별 결산(약 13주)이 아닌 연간 총 회전 과정 전체(약 51주)를 포괄하기 때문에, 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자본 회전의 전말을 짚을 수 있다.
경영 회계에서도 기간별 결산 방식은 사실 자본의 연속적인 운동(회전)이라는 경제적 실체를 단절(정지)시켜 보여주면서, 풀려난 자본과 같은 구조적 비효율성을 은폐하거나, 자본의 실제 회전 규모와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49장 가변 자본의 회전
공산주의 계획 경제
다음은 맑스와 엥겔스가 연간 잉여가치율과 가변 자본 회전율을 분석하며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를 비교 서술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공산주의 사회를 가정한다면, 화폐 자본과 그 거래상의 가면들이 사라지므로, 문제는 단순해진다. 곧 예컨대, 철도 건설과 같이 1년 이상 장기간 생산 수단, 생활 수단, 유용 효과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연간 총생산물에서 노동, 생산 수단, 생활 수단을 유출하는 사업 부문에 대해, 사회가 아무런 혼란 없이 얼마만큼의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지를 미리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는 반대로, 사회적 이성이 언제나 사후에 관철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대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장기 투자와 사용 가치 생산 사이의 기간이 긴 사업들(철도 등)은 한편으로 화폐 시장을 압박하며, 오히려 화폐 시장의 완화는 이러한 사업들을 대규모로 일으키며 결국 뒤에 가서 화폐 시장을 경색시킬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화폐 시장을 압박하는 근본 원인은, 이러한 사업들에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화폐 자본 투하가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 자본가와 상인이 자신의 기업 경영에 필요한 화폐 자본을 철도 투기 등에 투입하고, 그 부족분을 화폐 시장에서 차입하여 메운다는 사실은 이와는 별개 문제다.'
아마도, 이 장의 핵심일 수 있다. '화폐 시장의 경색'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다.
※『자본』역시 저자의 서술은 방대하더라도, 발췌하는 다독이 아닌 뜻을 깊게 새기는 정독이 중요하다.
53장 단순 재생산
자본주의와 공황
다음은 『자본』에서 자본주의의 재생산 원리를 설명하면서 공황을 명시한 부분이다.
a) 생필품: 이는 일차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소비 수단이 되며, 자본가 계급의 소비 중 필수적 부분 또한 형성한다. 비록 자본가가 소비하는 생필품이 노동자의 것과 질적·가치적으로 상이할 수 있으나, 분석상 이를 ‘생필품’이라는 단일 항목으로 범주화한다. 이때 특정 생산물의 생리학적 필수성 여부보다는, 사회적 관습상 노동자 가계의 일반적인 소비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분류 기준이 된다.
b) 사치품: 일반적으로, 이는 오직 자본가 계급의 소비에만 충당되는 생산물이다. 따라서 사치품은 노동자의 임금과는 결코 교환될 수 없으며, 자본가가 획득한 잉여 가치의 지출로만 그 가치가 실현된다.
연간 총생산물 중 사치품 생산 비중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사치품 생산에 흡수되는 노동자 수가 증가할수록, 투하된 가변 자본이 화폐 자본으로 다시 전환되어 가변 자본의 화폐 형태로 기능하며, 노동자 계급의 존재와 이들의 재생산을 위한 생필품 공급은 자본가 계급의 소비 성향, 곧 잉여 가치의 상당 부분을 사치품으로 전환하는 자본가들의 낭비적 지출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치품 부문 가변 자본의 화폐적 복구와 해당 부문 노동력의 재생산은 자본가 계급의 임의적인 잉여 가치 소비 규모에 비례하여 그 물적·가치적 토대가 규정된다.
공황은 발생하면 사치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급감하며, 이로 인해, (Ⅱb)v가 화폐 자본으로 재전환되는 과정에 지체와 정체가 발생한다. 가변 자본의 화폐 복구가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짐에 따라 사치품 부문 노동자들의 해고가 뒤따르고, 이는 다시 생필품에 대한 유효 수요를 감소시켜 해당 시장의 정체를 유발하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자본가의 사치품 지출 중 일부를 용역(서비스)의 대가로 수령하여 생필품 소비에 참가하는 하인 등 비생산적 노동자들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명확히 나타난다. 이들 역시 자본가의 지출 여력에 따라 소비 규모가 결정되는 일종의 ‘사치적 요소’로 생필품 시장에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호황기, 특히 투기가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이와 상반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가치 혁명이 아닌 여타 요인으로 인해 상품으로 표현된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며, 상품 가격은 개별 가치와 무관하게 상승한다. 이때는 일반적인 생필품 소비가 증대될 뿐만 아니라, 산업 예비군이 대거 고용됨에 따라 현역 노동자 계급 또한 평상시 자본가 계급에게만 ‘국한되었던’ 사치품 소비에 일시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이러한 수요의 확장은 결과적으로, 사치품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을 추동한다.
공황의 원인을 지불 능력 있는 소비나 소비자의 부족에서 찾는다면 단순한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체제는 빈민이나 사기꾼의 소비를 제외하면 오직 지불 능력을 갖춘 소비자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미판매는 결국 생산적 또는 개인적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지불 능력 있는 구매자가 부재함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노동자 계급이 생산물의 극히 일부분만을 분배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임금 인상으로 분배 몫을 늘리는 일이 이러한 사회악을 제거할 방책이라고 주장하며 앞선 동어 반복에 논리적 외관을 부여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곧, 공황은 도리어 임금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노동자 계급이 연간 생산물 중 소비 부문에서 실제적으로 더 큰 비중을 점유하는 시기에 언제나 예비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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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설명과는 달리, 공황의 잠재적 요인이 호황기와 불황기 모두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기존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작용으로 인한 화폐 수요나 소비 부문에 대해 통용되었던 지적과는, 별개로 논의된 부분이다. 실제로는 자본주의적 기능의 원리로 공황의 발생 요인들은 늘 잔존한다는 사실이며, 자본가들의 소비 수단이 향락을 위한 요소로 지출됨에 따라 허위로 측정된 임의적인 가격 형성이 은폐된다. 이를 소비 부문에 국한된 경제적 불평등이나 양극화로 표기한 정치경제학자들은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자본의 순환 특성을 설명하는 부분을 명시하면서 이 부분은 반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공황의 실질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자본주의적 축적 형태 내에 공존하며, 특히 자본가의 향락적 소비를 위한 사치품 부문에서 발생하는 가격 실현의 불안정 역시 은폐되었다. 정치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소비 부문의 불평등이나 양극화 문제로 치부하며 정책적 개입으로 해소한다고 보았으나, 자본의 순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논리는 성립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앞서 재생산 구조 내에서 두 부문(생필품과 사치품)에서 사치품 부문(IIb)의 설명에 따라, 자본가의 잉여 가치 지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자본가의 소비 위축이란 즉각적으로 해당 부문 가변 자본의 화폐적 회수(v-m 전환)를 정체시킨다. 이는 사치품 부문에서 노동자의 해고와 생필품 수요 감소로 연쇄되어 파급 효과를 낳는다. 반면, 투기적 요인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화폐 가치의 상대적 하락과 노동 예비군이 현역 노동 계급으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인 사치품 소비 가담이 수요를 허위로 확장하여 가격 거품을 심화시킨다. 결국, 공황의 원인을 지불 능력이 있는 소비의 부족으로 돌리는 주장은 자본주의의 기본 전제에 따른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주목할 점이라면, 공황이 오히려 실질 임금이 상승하고, 노동자 계급이 연간 생산물 중 상대적으로 더 큰 소비 비중을 점유하는 시기의 정점에서 예비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무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상승한다고 해서 명목 임금이 동일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투입된 자본 대비 노동력과 생산 수단 구매에도 지출을 마련하고, 개인적 소비 부문에도 생산 분야에 연계된 소비 품목 외에도 추가적인 잉여 가치 생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가의 잉여 가치 창출을 위한 설계에는 노동자의 생필품만이 아니라 향락 수단인 사치품 역시 포함되므로, 자본의 순환과 재생산 과정 자체에 내재된 이 모순 구조를 직시하지 않는 한, 임금 상승 및 소비 확대로 인한 공황 해소에 대한 주장 역시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소비의 '지출 낭비'를 간과한다.
부르주아 유아론
‘부의 소비를 고찰하는 이 방식이 부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이전의 서술과 얼마나 긴밀하게 일치하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사회의 전체 운동에 얼마나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일치와 명석함은 우리가 진리를 포착했다는 증거다. 이는 거울의 원리와 같다. 거울 앞에 올바른 위치에 서면 모든 사물이 똑똑하고 정확하게 나타나지만, 위치를 벗어나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리 서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왜곡되어 반영된다.’
[데스튀드 드 트라시,『의지와 의지 작용론』: 242-243].
그러나 이러한 자화자찬은 결국 순환 논증의 함정과 유통의 외관에 매몰된 채, 스스로의 오류를 진리로 오판한다.
이것이야말로 항상 최고의 행복만을 느끼는 부르주아적 유아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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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단순 재생산의 결론부는 유아론으로 마무리했어야 했다. 이는 기존의 소아병이나 백치병과 같은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본가들과 그 무리들의 순수한 결정 그 자체였음에, 이 말의 의미가 아주 통렬하게 다가온다. 다른 증명은 생략하더라도, 이 부분은 가장 남길만 하다. 화폐의 유통 과정에서 순수한 교환이란 곧 자신에게만 기반이 되는 절대적 교환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옳다. 거듭 옳다!
순진무구하면서도 공허한 주관의 본질이란!
『자본』 제Ⅱ권을 마무리하며,
자본의 유통 과정과 그 순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모든 부는 '방대한 상품 더미'로 나타나며, 개별 상품은 이 체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상품은 저마다의 출처와 원산지 등 기원을 가지며, 『자본』의 분석은 언제나 이러한 상품 분석을 전제로 시작된다. 일반적인 소비 행위는 주로 사용 가치의 획득에 매몰되나, 그 이면에는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고 다시 자본으로 회전하는 복잡한 유통 과정이 존재한다. 상품 소비 역시 화폐를 매개로 한 거래로 이루어지며, 이는 구매와 판매라는 기초적 행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품의 성분이나 재료를 비교하는 합리적 선택과 그 소비가 가치 교환의 관점에서는 부차적 현상에 불과하다. 핵심은 화폐가 자본으로 어떻게 유통 과정 내에서 순환하고 그 가치를 증식시키는가에 있다.
현대 사회에서 화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의 판매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생존과 지불 수단 확보를 위해 노동력을 상품으로 내놓으며,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노동 시간에 비례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영위한다. 반면, 자본가는 투하된 화폐를 매개로 잉여 가치를 창출하고 자본을 축적한다. 노동 과정에서 생산된 잉여 생산물은 화폐로 교환되어 자본가의 수중으로 귀속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 수단과 노동 생산물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이 확립된다.
자본의 순환 과정에서는 화폐의 성격인 기능과 역할에 따라 여러 형태가 나타난다. 자본 축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축장하는 퇴장 화폐나 거래 수단에서 제외되어 대기 중인 유휴 화폐 등이 공존하며, 이러한 화폐 자산은 자본가의 개인적 소비나 추가적인 생산 수단 구매를 위한 재원이 된다. 자본이 회전하여 다시 자본가의 수중으로 회귀할 때 하나의 순환 주기가 종료되며, 이 복귀 과정의 빈도와 속도가 자본 재생산 규모를 결정한다. 그러나 생산물이 적기에 화폐로 전환되지 못하고 재고로 정체될 경우, 물질적 부패뿐만 아니라 가치 실현의 실패라는 자본의 부패가 발생하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정체와 누적은 결국 공황의 잠재력을 내포한다. 생산물이 특정 기간 내에 소비되거나 교환되지 못하고 화폐 교환이 정체될 때 체제 내부의 모순은 폭발하며, 그 피해는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 계급에게 집중된다. 엥겔스는 마르크스 사후 『자본』 제Ⅱ권을 정리하며 로트베르투스의 초기 공황론이 지닌 허구성을 비판하고, 공황의 역사적·사회적 성격을 규명한다. 특히 이자와 임대료 등 자본의 분배 구조에서 비롯되는 주택 문제 역시 공황의 여지를 상시화하며, 이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닌 기존 자본 질서의 재편과 추락을 가속화하는 동인이 된다. 따라서 『자본』 제Ⅱ권이 제시하는 유통 과정과 순환은 가치 창출이 곧 개인의 부라는 착각이 만연한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밝히고,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