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신용의 역할

 

신용 제도에 관한 일반적 고찰과 주식회사의 등장이 갖는 경제적 함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이윤율의 균등화와 신용 제도

 

자본주의적 생산 전체의 기초인 이윤율의 균등화, 또는 그 균등화 운동을 매개하기 위해 신용 제도는 필연적으로 형성된다.

 

. 유통 비용의 절감과 자본 회전의 가속화

 

1) 화폐 자본의 절약: 화폐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한, 화폐는 주요한 유통 비용이 된다. 신용은 세 가지 방식에 의거하여 이를 절약한다.

 

A. 거래의 상당 부분에서 실물 화폐의 사용을 배제함.

 

B. 유통 수단 유통의 가속화는 유통 속도의 증대를 의미하며, 부분적으로 아래 2)와 일치한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실현된다. 첫째는 기술적 측면으로, 은행업 기술의 발달을 매개로 실질적 상품 거래의 양과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더 적은 양의 화폐나 화폐 표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용의 기능적 측면으로, 신용이 상품의 형태 변화 (자본 회전) 속도를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화폐 유통 속도 자체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C. 금화를 지폐로 대체함.

 

2) 재생산 과정의 촉진: 신용은 상품 형태 변화의 각 국면을 가속화여 자본의 회전 및 재생산 과정 전반을 촉진한다. 다만, 신용은 구매와 판매를 장기간 분리시켜 투기의 토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준비금의 축소는 유통 수단의 감축인 동시에, 자본 중 화폐 형태로 유지되어야 하는 유휴 부분의 감축을 의미한다.

 

. 주식회사의 형성과 자본의 사회화

 

1) 생산 규모의 확장: 개인 자본으로는 한계에 부딪쳤던 거대 규모의 기업 팽창이 실현되었으며, 종래의 정부 기업들 또한 회사 기업의 형태로 전환된다.

 

2) 사적 자본의 사회적 자본화: 생산의 사회적 방식에 근거하며 생산 수단과 노동력의 사회적 집중을 전제하는 자본은, 이제 사적 자본과 대비되는 사회적 자본 (직접적으로 연합한 개인들의 자본)의 형태를 취한다. 이에 따라 해당 자본에 기반한 기업 역시 사적 기업에 대립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등장한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라는 한계 내부에서, 사적 소유로서의 자본을 철폐하는 것이다.

 

3) 기능과 소유의 분리: 현실의 기능 자본가는 타인의 자본을 관리하는 경영자, 자본 소유자는 화폐 자본가로 분리된다. 이윤은 이제 오직 이자의 형태, 곧 재생산 과정상의 실제 기능과 분리된 자본 소유에 대한 보상으로만 취득된다. 경영자의 봉급은 숙련 노동에 대한 임금으로 규정되며, 모든 이윤은 생산 수단이 실제 생산자로부터 분리되어 타인의 소유로 대립하는 데서 발생하는 타인의 잉여 노동 취득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러한 자본 기능과 소유의 분리, 노동과 잉여 노동 소유의 완전한 분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최고 발전 단계이자, 자본을 다시 연합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소유로 재전환시키기 위한 필연적인 이행 단계로 기능한다.

 

주식회사의 등장이 갖는 경제적 함의 중 하나는 이윤이 오직 이자의 형태를 취하면서, 이자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존속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 이윤율의 저하를 저지하는 주요 기제로 작용한다. 가변 자본 대비 불변 자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거대 주식회사들은 일반적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 반드시 참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편 제146절 참조).

 

(엥겔스: 마르크스 이후 산업 조직은 주식회사의 고도화를 거쳐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대공업 분야의 생산력은 급격히 팽창하는 반면 시장의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여기에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더해져 국내 생산 능력만 인위적으로 증대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불일치는 만성적 과잉 생산, 가격 하락, 이윤 감소를 야기하며 마침내 자유 경쟁의 파산과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대기업가들은 생산 통제를 목적으로 기업 연합 (카르텔)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기업 연합 위원회는 각 기업의 생산량을 규제하고 주문을 배분하며, 때로는 일시적인 세계 기업 연합 (신디케이트)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별 기업 간의 이해 대립으로 인해 이러한 결합마저 붕괴하고 경쟁이 재연되는 한계가 드러났다.

 

미국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단계를 달성했으며, 유럽에서는 189048개 화학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유나이티드 알칼리 트러스트가 그 정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영국의 알칼리 생산 전체가 단일 회사의 수중으로 집중되었다. 30개 이상 공장의 이전 소유주들은 자산 가치를 주식으로 전환 받아 약 500만 파운드 규모의 트러스트 고정 자본을 형성했다. 비록 기술적 경영은 기존 인력 사람들에게 맡겨져 있으나, 금융적 지배권만큼은 이사회에 완전히 집중되었다. 여기에 공모에 따른 유동 자본 100만 파운드가 더해져 총자본은 600만 파운드에 이르렀다. 이처럼 화학 산업의 근간에서 경쟁은 독점으로 대체되었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 곧 인민이 수취하기에 가장 만족스러운 형태가 준비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생산 조직은 산업 전반의 총생산을 단일한 경영 기구 아래 집중시키는 거대 주식회사, 곧 트러스트의 단계로 이행한다. 미국의 사례와 영국의 유나이티드 알칼리 트러스트가 보여주듯, 개별 공장 소유주들은 자산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고정 자본을 형성하고 금융적 지배권을 이사회에 집중시켰다. 따라서 특정 산업 분야에서 경쟁은 독점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는 사회 전체가 생산 수단을 장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인 사회적 독점으로의 이행을 예비하는 과정이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내부에서 해당 양식의 원리를 부정하며 스스로를 철폐해 나가는 내적 모순을 내포한다. 이는 명백히 새로운 생산 형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적 단계를 대표하며, 현상적으로도 다음과 같은 모순적 양태를 드러낸다.

 

첫째, 주식회사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독점을 형성하면서 필연적으로 국가의 개입을 유도한다.

 

둘째, 주식회사는 새로운 금융 귀족을 창출하며 회사 발기인, 투기꾼, 명목상의 임원과 같은 불로소득 계급 (기생 계급)을 재생산한다. 이와 동시에 회사 창립, 주식 발행 및 거래를 둘러싼 투기와 사기 체제 전반을 고착화한다. 결과적으로 주식회사는 사적 소유의 지배 범위를 벗어난 사적 생산이라는 형용모순의 극치를 보여준다.

 

. 신용 제도와 자본의 사회적 지배 및 수탈의 심화

 

주식회사 제도가 자본주의적 토대 위에서 사적 산업을 해체하고 새로운 생산 분야를 장악해 나가는 것과 별개로, 신용은 개별 자본가에게 타인의 자본과 노동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부여한다. 자본가가 행사하는 처분권은 이제 자기 자본이 아닌 사회적 자본에 근거하며, 이는 곧 사회적 노동에 대한 지배권으로 직결된다. 특히 도매업 단계에서 두드러지듯, 개인의 실질적 소유 자산은 신용이라는 거대한 상부 구조를 지탱하는 명목상의 토대에 불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생산 양식을 정당화하던 기존의 논리들은 그 근거를 상실한다. 투기적 자본가가 도박의 담보로 삼는 것은 자신의 소유가 아닌 사회적 소유이며, 자본의 기원을 개인의 저축이나 절약에서 찾던 담론 역시 기만적임이 드러난다. 오히려 자본가의 사치는 신용을 획득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전도되며, 이전의 경제적 관념들은 무의미해진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전에 따른 성공과 실패는 모두 자본의 집중을 가속화하며, 이는 거대한 규모의 수탈로 이어진다. 수탈의 대상은 직접적 생산자뿐만 아니라 중소 자본가에게까지 확대된다. 자본주의의 궁극적 지향점은 수탈을 완성하여 모든 개인으로부터 생산 수단을 분리하는 것이며,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생산 수단은 필연적으로 연합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소유로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러한 수탈은 소수가 독점하는 사회적 소유의 사유화라는 모순적 형태로 나타난다. 신용은 이들 소수에게 사기적 성격을 부여하며, 소유가 주식의 형태로 전환됨에 따라 부의 이전은 증권 거래소의 투기 결과로 전락한다. 그곳은 작은 물고기들이 상어의 먹이가 되고, 양들이 거래소 이리들의 밥으로 던져지는 약육강식의 각축장이다. 이처럼 주식회사는 사회적 생산 수단과 개인적 소유라는 낡은 형태 사이의 대립을 드러내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적 한계 내에 머물러 있다. 결국 주식회사는 사회적 부와 사적 부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욱 고도화된 새로운 형태로 전개시킬 뿐이다.

 

노동자 협동조합 공장은 비록 현존 조직 체계 내에서 기존 제도의 결함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나, 낡은 생산 양식 내부에서 새로운 형태가 발현되는 최초의 실례로 평가된다. 여기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본가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노동을 가치 증식시키는 방식을 취하면서, 자본과 노동 사이의 대립이 우선적으로 철폐된다. 이는 물질적 생산력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생산 형태가 일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 새로운 생산 양식이 낡은 생산 양식으로부터 어떻게 자연적으로 도출되고 형성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협동조합 공장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서 파생되는 공장 제도와 신용 제도를 토대로 비로소 성립된다. 신용 제도가 자본주의적 개인 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기초가 되듯, 협동조합 기업을 인민적 규모로 확장하는 핵심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적 주식회사와 협동조합 공장은 모두 자본주의에서 연합한 생산 양식으로 이행하는 과도적 형태에 해당한다. 다만 주식회사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소극적으로 철폐되는 반면, 협동조합 공장에서는 그것이 적극적으로 철폐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 신용의 발달과 그에 내포된 자본 소유의 잠재적 철폐 과정을 주로 산업 자본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고찰하였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신용을 이자 낳는 자본 그 자체와 관련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 신용이 이자 낳는 자본에 미치는 영향과 그 과정에서 신용이 취하는 구체적 형태를 분석하고, 나아가 보다 특수한 경제학적 비판을 제기할 것이다.

 

다만, 먼저 다음의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 제도가 과잉 생산과 과도한 상업 투기의 주요한 지렛대로 작용하는 이유는, 그 본질상 탄력적인 재생산 과정이 신용을 매개로 극한까지 강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행이 추동되는 것은 사회적 자본의 상당 부분이 실제 소유주가 아닌 비소유자들의 수중에서 운용되기 때문이며, 이들은 자기 자본의 한계를 신중히 타산하는 소유주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본을 집행한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대립적 성격에 기초한 자본 가치 증식이 생산력의 자유로운 발전을 특정 지점에서 제약하며, 생산에 대한 내재적 속박과 한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실증한다. 신용 제도는 이러한 속박을 끊임없이 돌파하면서 생산력의 물질적 발전과 세계 시장의 창출을 촉진한다. 이러하 성과를 새로운 생산 형태의 물질적 기초로 확립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역사적 사명이다. 동시에 신용은 내재된 모순의 격렬한 폭발인 공황을 야기하고, 낡은 생산 양식을 해체하는 요소들을 심화시키면서 체제 이행을 가속화한다.

 

신용 제도는 양면적 성격을 내포한다. 한편으로는 타인 노동의 착취에 기반한 치부라는 자본주의적 생산 동기를 극단적인 도박과 사기 체제로 발전시키며, 소수에 불과한 사회적 부의 수탈자 수를 더욱 제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산 양식으로의 이행을 예비하는 과도적 형태를 구축한다. 이러한 이중적 특성으로 인해, 로에서 페레르에 이르는 신용 제도의 주요 주창자들은 사기꾼과 예언자라는 상반된 면모를 동시에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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