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뻔뻔(fun & fun)하게 살아라
신봉희 지음 / 북웨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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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어요?"라는 인사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말을 던진 사람이 사회생활 속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직장 또는 개인 사업상 내가 하고 있는 업무나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한국의 성인남자들은 "재미"라는 말 자체에 내재된 본질적인 의미를 잊어 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일을 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즐겁고 재미있게 살기를 원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즐겁게 말하고 일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고있다.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과 '놀이'를 분리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로 '삶은 놀이다'는 방식으로 인생관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지은이는 '뻔(FUN) 뻔(FUN)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웃을수록 우리의 삶은 편안해지고, 삶이 편안해지면 성공은 덤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과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 말을 나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슬픈 말이나 부정적인 말을 하면 상대방의 감정이 화나고 슬프게 되므로, 상대방의 감정을 헤치지 않고 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뻔(FUN)뻔(FUN)하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단지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기만 하여도 최소한 7가지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삶이 생동감 있게 변화하고 즐거워지므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괴롭지 않게 된다. 또한, 대인관계가 좋아져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으므로 직장생활과 일이 즐거워진다. 그렇게 되면, 기발한 발상을 하거나 창의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돋보이는 존재로 부각되어 리더쉽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즐거운 마음이 성공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다년간 자신이 행한 스피치 및 레크레이션 강연의 경험 및 스피치 트레이닝에 대한 노하우를 책 속에 담아, 상대방을 즐겁게 만드는 '펀 스피치' 또는 '유머'의 테크닉을 익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펀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과 날로 치열하는 시장경쟁 하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펀 경영' 및 '펀 마케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화술'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막막해지는 사람들이나, 매주 일요일 저녁 즈음이면, '내일'을 생각하고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지는 직장인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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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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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활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불현듯 생각 나거나, 어떤 특정한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떠오를 때가 있다. 처음으로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영상을 보았을 때, 순간 즉각적으로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왔던 회오리 바람이 저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토네이도를 볼 때면 자동적으로 '오즈'가 연상이 된다. 어렇게 내 기억 속 오즈 나라는 '회오리 바람'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그리고 '오즈'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로 남아있다.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리 길지도 않는 원작의 열 배도 넘는 분량의 방대한 주석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은이는 꼼꼼하고 치밀한 주석을 통해 '오즈'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의 일생과 작품에 얽힌 배경은 물론이고, 책을 읽으며 놓치기 쉬운 숨어 있는 디테일과 이 책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뮤지컬과 영화에 관한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그야말로 '오즈 나라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르시'가 허수아비를 만나는 장면에 나오는 허수아비에 대한 주석을 보면, 오즈 나라를 창조한 '프랭크 바움'은 어릴 때부터 농장에서 자라나 허수아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허수아비가 똑바로 서서 팔을 흔들며 긴 다리로 들판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래서 그가 오즈 이야기에서 생명을 불어 넣는 첫 대상이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양철 나무꾼'의 탄생은 아들인 '해리 닐 바움'의 말을 빌어 설명을 하고 있는데, 동화를 쓰기 전에 철물점의 진열장을 만들곤 했다는 지은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세탁용 보일러로 몸통을, 난로 연통으로 팔다리를 붙인 후 냄비의 밑바닥으로 얼굴을 만들고는 깔대기로 모자를 만들어 씌운 양철인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아마도 양철 나무꾼 탄생의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도르시가 만난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겁쟁이 사자'도 묘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사람들은 보통 사자는 아주 사납다고 여기는데, 사자를 겁쟁이로 만들어 놓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겁쟁이 캐릭터로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주석 뿐 아니라, 이 책에 붙어 있는 주석은 정말 방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이다. 도대체, 이 작은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이처럼 많은 비밀을 발굴해 내었는지, 정말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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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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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의 뿌리가 탄탄한 나라에는 전 세계 미스터리 독자에게 두루 이름이 통하는 '명탐정'이 활약하고 있다. 추리문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장르로 가지치기가 이루어졌지만, 추리소설의 원형이자 정수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퍼즐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셜록 홈즈', '엘러리 퀸' '에르퀼 포와르'와 같은 한 작가를 대표하는 나아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하긴 추리문학 자체가 아직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한국적 상황을 생각하면 '국민탐정' 운운하는 소리가 사치일수도 있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 '김내성'의 상실이 무척 아쉽다. 그가 창조한 '유불란'탐정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소설집은 정통적인 의미의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이다. 시간적 배경을 탐정이 활약하기에 적합한 1930년대로 되돌리고 식민지 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즉, '셜록홈즈'와 '와트슨'을 '설홍주'와 '왕도손'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름 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주요한 소설적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허드슨'부인이나 '레스트레이드'형사와 같은 주변인물도 '허도순'부인, '레이시치'경부하는 식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가장 압권은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한 또 한 명의 명탐정 '손다이크'박사도 '손다익'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아마도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지금껏 계속 읽어 온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한국인으로 변모하였다 하더라도 '설홍주'라는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인물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한 캐릭터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집의 성취이자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 소설집은 분명 흥미진진하게 읽히고, 최근에 나온 국내 추리소설 중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셜록 홈즈'의 후광이 느껴진다는 점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셜록 홈즈의 새로운 시리즈를 읽는 듯한 이 익숙한 느낌이 장차 '설홍주'시리즈의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패러디나 오마쥬 기법은 한 두 작품은 가능하지만 시리즈물로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고, 기발하고도 재기 넘치는 작가의 미스터리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수록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뽑은 베스트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소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소나기'이고, 미스터리적 요소는 '천변풍경'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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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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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에 의해 저술된 '史記'는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유명한 역사서로 중국의 신화시대부터 BC 2세기말인 한 무제(武帝)때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총 130권에 52만자가 넘는 이 방대한 저작은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구분되어 있다.

'본기'는 황제에 대한 기록으로 오제본기(五帝本紀), 하본기(夏本紀), 은본기(殷本紀), 주본기(周本紀), 진본기(秦本紀),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 항우본기(項羽本紀), 고조본기(高祖本紀), 여태후본기(呂太后本紀), 효문본기(孝文本紀), 효경본기(孝景本紀), 효무본기(孝武本紀) 등 1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시대의 전술적인 인물인 '오제'가 포함되어 있고 한고조 '유방'과 천하를 놓고 다툰 '항우'도 황제의 반열에 올려져 있다.
'표'는 총 10편으로 구성된 연표이다. 세로에는 년대, 가로에는 인명을 배열하고 년도별 관직 임명, 파면, 좌천 등을 기록하여 어느 해에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서'는 총 8편으로 역대의 정책과 제도, 문물의 발달사 및 전망을 다루고 있다.
'세가'는 총 30편으로 황제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제후(諸侯)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제후가 아니었던 '공자'와 평민 출신의 '진승'은 '세가'에서 다룬 반면에 한나라의 개국공신인 '한신', '경포', '팽월'은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열전'에서 다루고 있다.
'열전'은 총 70편으로 왕과 제후 외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상은 영웅, 정치가, 학자, 군인, 일반 서민까지 다양하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가을에 총 32회에 걸쳐 진행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EBS 방송의 기획시리즈 특강인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를 1년 이상 다시 다듬어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지은이는 '사마천'의 인품에 깊이 매료되어 지난 20여년을 사마천의 삶과 학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왔고, 이를 위해 무려 100여 차례나 중국 전역을 다니면서 중국사의 현장을 조사한 중국 전문가이다.

그는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재미가 있다, 감동이 있다, 진퇴 지혜가 있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다, 불우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동정과 연민을 일깨운다, 참된 복수관이 있다,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실용적이며 윤리적인 경제관이 드러난다,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로이 틔울 만한 풍자가 있다, 인간의 천재성과 창의력을 오롯이 받아 안을 수 있다,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다, 잃어버린 고대사의 실마리다, 기구한 삶을 승리로 이끈 인간 사마천이 있다 등 무려 14가지나 제시하고 있다.

사기는 역사서이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천여년전을 살다간 인물의 정신과 행동, 그리고 그들 사이에 펼쳐지는 恩怨의 인간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도 그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므로, '사기'에 담긴 다양한 인물 저마다의 모습과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에 유용한 좌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역사가 인간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가 주는 영감은 삶을 살아나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의 원천이며 현상의 본질과 이면을 동시에 꿰뚫는 바탕이 된다고 한다. 수많은 인간들의 선택과 고뇌가 절실하게 투영되어 있는 '사기'속에 오늘을 창조적으로 열어 나갈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 전공자가 아닌 이상 '사기'를 읽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사기'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 여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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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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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외적으로 논쟁거리가 다분한 이 소설은 2008년 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2007년에는 "아카쿠치바 가문의 전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바 있어, 연이어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여 1993년 문단 데뷰 이후 절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내 남자는 훔친 우산을 천천히 펼치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하나"라는 이름의 스물여섯 여자가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는 약속장소에 가기 전에 자기에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보며 하는 말이다. 이렇게 도발적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예감하게 한다. "하나"의 내 남자 "준고"는 그녀의 양아버지다. 15년전 고향바다에서 일어난 해일로 온 가족을 잃은 그녀는 먼 친척이라는 "준고"의 양녀가 된다. 당시 "준고"의 나이는 스물일곱으로 둘의 나이 차는 열여섯에 불과했다.

첫 장은 2008년 6월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나"의 시선으로 이별을 앞둔 오랜된 연인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묘사되면서 어딘지 눅눅하고 끈적끈적한 둘의 사랑의 단면들을 얼핏얼핏 보여 준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준고"랑 같이 살던 집을 찾아간 "하나"는 아주 오랜 전 "준고"의 애인이었던 "고마치"에게서 "준고"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받고는 몸과 정신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둘째 장은 2005년 11월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 "하나"의 남편이 된 "요시로"의 시선으로 "하나"와의 첫 만남과 그녀에게 끌리는 과정이 묘사되는데, "하나"나 "준고"가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이 기묘한 부녀관계가 묘사되는데, "요시로"의 눈에 비친 "하나"의 모습에서 깊은 어둠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은 배제한 채 절대적으로 서로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준고"와 "하나"는 절망적이고 어두운 나락에 추락하여 서서히 영혼이 망가져 가고 있다.

셋째 장은 2000년 7월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안정된 일상을 영위하던 고향을 떠나 도망치다시피 도쿄로 올라온 "하나"와 "준고"의 퇴폐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사랑이 본격적으로 묘사된다. "준고"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하나"의 모습을 본다. 넷째 장은 2000년 1월에 찾아온 그들이 도쿄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건의 전말이 "하나"의 시선으로 강렬하게 그려진다.

다섯째 장은 1996년 3월 "고마치"의 눈으로 느껴지는 "준고"와 "하나"의 불길한 부녀관계와 그로 인해 그녀가 "준고"의 곁을 떠나가는 과정이 묘사되고, 마지막 장은 "준고"와 "하나"의 만남과 "준고"가 뒤틀린 가족관계에 빠져 들게 되는 이유를 암시하지만, "하나"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준고"의 심리상태가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 소설은 유명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프리미엄을 떼어 내더라도 문제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논쟁적인 소재를 "신화"의 외피를 걷어낸 채 사실적으로 그려내야 할 필연적인 이유나 주제의식을 작가가 과연 작품 속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형상화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릴 것이다. 자칫, 한낱 소재주의로 흘러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위험한 사랑으로 망가져 가는 "준고"와 "하나"의 영혼은 충분히 공감이 되는 반면에, 왜 금단의 영역으로 "준고"가 빠져 들게 되었는지, 금단의 사랑에 대하여 "하나"는 어떻게 납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득이 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부녀간의 사랑이라는 이런 논쟁적인 장치를 떼어버리고 이 작품을 독해하면, "뼈"가 되어서도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운명적인 사랑도 결국은 스러져 버린다는 사랑의 유한성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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