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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학에서 이야기하는 '화물숭배'란 대략 이러한 의미이다. 기술적으로 훨씬 더 발달한 문명에서 온 방문객들이 원시적인 문명에 잠시 살다가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토착민들은 방문객들이 가진 놀라운 기술을 보고는 실제로는 평범한 존재에 불과한 그들을 '신'으로 간주하고 숭배하기 시작한다. 그 때 방문객들이 토착민들과 접촉하면서 물건이나 음식물들을 제공하는데 그것이 바로 '화물'이다. 그리고, 신들이 떠난 뒤 토착민들 사이에서는 정성을 다해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면 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퍼진다.
이 책의 근저를 관통하는 핵심 주장은 단순 명료하다. 수만 년 전 고도의 과학문명을 지닌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하였고, 인간들은 이들을 신성한 존재로 인식하였다. 결국, 우리가 '신'으로 믿고 있는 존재는 실은 오래 전에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당시, 기술문명의 수준이 거의 원시적인 상태에 있었던 인간들은 '신'이 보여 주는 문명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기들의 인식 틀 내에서 충실하게 기록하였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일부 전승되는 고대의 신화, 전설 및 유적에는 이러한 외계문명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책을 서른 권도 넘게 저술하였다. 스스로 스물 다섯 번째 논픽션이라고 밝히는 이 책은 주로 해발 사천미터가 넘는 안데스 산맥 고원에 위치한 '티와나쿠' 유적과 '푸마푼쿠'유적, 그리고 '마야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티와나쿠와 푸마푼쿠 유적지에는 스페인 침략자들의 파괴와 오랜 기간 진행된 훼손에서 살아 남은 거대한 석판들이 널려 있다. 지금의 기술로도 가공하기 힘든 단단하고 거대한 암석을 종이 한 장 두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자르고 구멍을 뚫어 마치 레고 블록처럼 조립한 기술을 보면 돌도끼를 쓰던 석기문명시대의 사람들이 이런 유적을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또한, '태양의 문'으로 알려진 거대한 석조물에 새겨진 조각은 일종의 달력으로 밝혀졌는데 일식, 월식은 물론 365일 매 시간에 따른 달의 위치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야력의 최소 단위는 13일로 된 일 주이고 다음 단위는 20일로 이루어진 한 달이며 일 년은 260일이다. 일 년이 260일인 달력은 지구상의 생명체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봄이나 가을을 표시할 수도 없고 파종이나 추수시기를 알려 주지도 않는다. 1년을 365.242129일로 계산할 정도로 정확한 천문학 지식을 가졌던 마야인들은 이 '신의 달력'이라 부른 것에 따라 모든 종교적인 의식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마야력에 따라 계산된 2012년 12월23일에 오랜 여정을 마치고 신들은 지구에 다시 나타날 것이고, 신들이 지구에 귀환하였을 때 우리는 엄청난 '신 충격(The God Shock)'을 겪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십 년 쯤 전에 초 고대문명을 다룬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을 읽었는데 이 책은 그 책보다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복잡한 과학이론 설명보다는 고고학적 발굴에 대한 뒷이야기가 더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더 쇼킹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