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기이한 이야기

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ㅣ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이 소설집은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경계문학'의 정확한 정의도 모르고, 참여 작가의 면면도 '좌백', '이재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소하였지만, 무협이나 판타지 장르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이라는 책 소개에 한국의 장르문학 작가들의 이름을 익힐 겸하여 읽었다.

열두 명의 작가들의 작품 열세 편이 들어 있는데, 무협, SF, 판타지풍의 다양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가 빠져서 서운했지만, 특별히 수준에 떨어지는 작품도 없었고 나름 재미나게 읽었다. 그 중 인상적인 작품 몇 편만 소개를 한다.

'이계의 구원자'는 무협식의 서사구조에 판타지의 요소를 더한 작품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차원을 넘어서 무협 세계로 가서 무림 고수들을 데려온다는 것이 기본적인 설정이다. 이러한 류의 작품을 '이계 진입물'이라고 한다는데 절정의 무림고수가 판타지의 세계에서 활약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울수 있을 것이다.

'인카운터'는 '카페'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담고 있는 환상소설풍의 수작이다.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묘사도 좋았고, 반전도 깔끔하고 무리 없이 구사되어 있다.

'삼휘도에 관한 열두 가지 이야기'는 전형적인 무협풍이다. 수록작품 중 가장 분량이 많았지만, 흡입력은 가장 뛰어나 단숨에 읽었다는 느낌을 준다. 한 인물에 대한 사연과 사건을 각기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제각각 묘사하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끌어 가는 작가의 필력과 구성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재일'은 무협계에서 필력이 좋기로 이름난 작가라는데, 이 작품을 읽고 보니 무협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정통 무협작을 구해서 읽고픈 마음이 들었다.  

'11월 밤의 이야기'는 가장 이 작품집의 성격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구성은 액자소설의 형태로 이야기 안에서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안과 밖의 이야기가 웬지 알 수없는 괴기스러움과 함께 스산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고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마무리도 훌륭했다.

'느미에르의 새벽'은 유일하게 내가 읽은 적이 있는 '좌백'의 작품이라 무협을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SF풍의 판타지였다. 작가가 처음 써 본 판타지라는데, 문장도 좋고 구성도 짜임새가 있으나, 다소 힘을 빼고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거름 구덩이'는 무협의 외피를 씌운 호러 장르의 작품으로 독특하고 변칙적인 상상력으로 인간의 비루한 속성을 강렬한 필력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한국 장르문학계의 미래를 책임질 신예작가들과 처음 대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경험일 것이다. 계속 이러한 단편집이 나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