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외적으로 논쟁거리가 다분한 이 소설은 2008년 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2007년에는 "아카쿠치바 가문의 전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바 있어, 연이어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여 1993년 문단 데뷰 이후 절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내 남자는 훔친 우산을 천천히 펼치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하나"라는 이름의 스물여섯 여자가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는 약속장소에 가기 전에 자기에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보며 하는 말이다. 이렇게 도발적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예감하게 한다. "하나"의 내 남자 "준고"는 그녀의 양아버지다. 15년전 고향바다에서 일어난 해일로 온 가족을 잃은 그녀는 먼 친척이라는 "준고"의 양녀가 된다. 당시 "준고"의 나이는 스물일곱으로 둘의 나이 차는 열여섯에 불과했다.

첫 장은 2008년 6월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나"의 시선으로 이별을 앞둔 오랜된 연인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묘사되면서 어딘지 눅눅하고 끈적끈적한 둘의 사랑의 단면들을 얼핏얼핏 보여 준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준고"랑 같이 살던 집을 찾아간 "하나"는 아주 오랜 전 "준고"의 애인이었던 "고마치"에게서 "준고"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받고는 몸과 정신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둘째 장은 2005년 11월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 "하나"의 남편이 된 "요시로"의 시선으로 "하나"와의 첫 만남과 그녀에게 끌리는 과정이 묘사되는데, "하나"나 "준고"가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이 기묘한 부녀관계가 묘사되는데, "요시로"의 눈에 비친 "하나"의 모습에서 깊은 어둠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은 배제한 채 절대적으로 서로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준고"와 "하나"는 절망적이고 어두운 나락에 추락하여 서서히 영혼이 망가져 가고 있다.

셋째 장은 2000년 7월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안정된 일상을 영위하던 고향을 떠나 도망치다시피 도쿄로 올라온 "하나"와 "준고"의 퇴폐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사랑이 본격적으로 묘사된다. "준고"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하나"의 모습을 본다. 넷째 장은 2000년 1월에 찾아온 그들이 도쿄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건의 전말이 "하나"의 시선으로 강렬하게 그려진다.

다섯째 장은 1996년 3월 "고마치"의 눈으로 느껴지는 "준고"와 "하나"의 불길한 부녀관계와 그로 인해 그녀가 "준고"의 곁을 떠나가는 과정이 묘사되고, 마지막 장은 "준고"와 "하나"의 만남과 "준고"가 뒤틀린 가족관계에 빠져 들게 되는 이유를 암시하지만, "하나"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준고"의 심리상태가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 소설은 유명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프리미엄을 떼어 내더라도 문제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논쟁적인 소재를 "신화"의 외피를 걷어낸 채 사실적으로 그려내야 할 필연적인 이유나 주제의식을 작가가 과연 작품 속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형상화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릴 것이다. 자칫, 한낱 소재주의로 흘러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위험한 사랑으로 망가져 가는 "준고"와 "하나"의 영혼은 충분히 공감이 되는 반면에, 왜 금단의 영역으로 "준고"가 빠져 들게 되었는지, 금단의 사랑에 대하여 "하나"는 어떻게 납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득이 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부녀간의 사랑이라는 이런 논쟁적인 장치를 떼어버리고 이 작품을 독해하면, "뼈"가 되어서도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운명적인 사랑도 결국은 스러져 버린다는 사랑의 유한성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