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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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대녕'이 '여행은 일종의 무의식으로 빠져 드는 휴식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 글을 기억한다. '일상'이나 '밥벌이의 세계'로 함께 하기엔 여행이란 '너무 먼 당신'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이렇게 무의식으로 빠져 드는 휴식같은 여행을 꿈꾸지만, 나의 여행은 항상 꿈으로 끝난다. 그리고, 내 주위에서 이런 여행을 쉽게 떠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다시 생각해 보면,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가령, 지은이가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자전거 여행자인 네덜란드인 부부도 그렇다. 그들은 매년 1개월씩 1개국을 골라 자전거로 여행하기를 30년째 하고 있단다. 1년에 30일 정도의 휴가는 그 네덜란드인처럼 우리에게도 주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온전히 개인을 위해 할애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용인하지 않는 경직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들과 다를 뿐이다.

세계와 좀 더 가까워진 지금, 무수한 사람들이 해외로 나간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관광'이 아닌 지은이처럼 '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의 발목을 조이고 있는 사회적인 옥죄임이 여성들에게 덜 하거나, 덜 의식하거나, 아니면 남자들보다 더 정서적으로 용감하가 때문일 것이다.

지은이는 20대초반부터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였고, 대기업 직원, 환경 컨설턴트, 스윙댄스 홀 사장, 출판사 직원, 대필 작가, 해외여행 인솔자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한 30대 여성이다. 이 책은 그녀가 혼자서 2개월 동안 메콩강을 중심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총 2,850km를 자전거로 여행한 기록이다.

지은이가 자전거 여행을 생각한 것은 오로지 자기가 밟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위에서 인간과 사회, 자연에 대해 좀 더 깊이 탐구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쉽게 마음을 열고 먼저 말을 건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지은이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는 베트남에서 만난 '하'라는 이름의 가이드와의 이야기이다. '하'는 독학으로 영어를 배워 발음도 문법도 약하지만 엄청나게 눈치가 빠른 유능한 가이드였다. 그녀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강인한 의지를 가졌고, 현재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언니'였지만, 지은이는 그녀와 친구는 될 수 없었다고 한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국적과 성별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 공통되는 기억과 경험, 그리고 관심사가 있어야만 가능했다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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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과 당신 - 서울대 빗물연구소 한무영, 그가 밝히는 빗물의 행복한 부활
한무영 지음, 강창래 인터뷰 / 알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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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가 UN에서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심심찮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세대는 대개 수도물이 귀해서 공동수도나 우물에서 길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도 새댁시절에 어쩌다 물을 받으러 가는 것이 제일 싫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물은 수도물을 틀면 나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물이라는 것은 너무 흔했기 때문에 '생수'가 처음 시판되었을 때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다는 것에 웬지 거부감이 들어서 대학 시절에는 거의 사 먹은 기억이 없다.

이런 우리 나라가 어느새 물 부족 국가가 되었단다.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전문가들이 걱정을 하니 사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한문영'교수는 단호히 우리 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늘이 준 선물인 빗물의 일부만 모아도, 댐 중심의 물 관리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도 우리 국민이 충분히 쓰고도 남을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심각하게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도 사막이 아니라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늘로 증발하는 것은 순수한 물이고 그것이 빗물이 되어 다시 내려 오기 때문에 빗물은 이 세상 모든 물의 기원이 된다. 깨끗한 물이라 자랑하는 이름난 물도 실은 빗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먹기는커녕 몸에 맞는 것조차 피해야 하는 위험물이 되어버렸다. 쏟아지는 빗 속을 뛰어 보고 싶은 낭만은 생명을 해친다는 '산성비'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 교수는 이러한 일반의 상식을 전복한다. 그는 빗물이 산성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산성보다 강하지는 않다고 한다.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샴푸는 빗물보다 대략 100배, 콜라는 500배쯤 강한 산성이다. 결론적으로, 숲을 파괴하고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산성비 괴담'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런데, 한 교수의 빗물 이론은 환경론자들이나 이의 반대에 있는 개발론자 모두에게서 외면을 당하고 있다. 전자는 그 동안 산성비를 통해 대기오염, 기후변화, 환경 재앙을 경고해 왔기 때문에 산성비는 없거나 아주 드물다고 하는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후자는 빗물을 활용하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토목사업은 필요 없다는 그의 주장에 귀를 막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성비는 사실 물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였죠. 그 덕분에 오늘날 전 세계의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잖아요. 그러니 옛날의 산성비 이론도 어쩌면 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빗물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로, 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거든요. 그리고 빗물을 이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인터뷰 글은 다소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라도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인터뷰이의 생각을 안터뷰어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례 더 거르고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인터뷰 글의 장점을 잘 살린 책이고 내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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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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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피터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로 그 첫 권이 1991년에 나왔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시리즈이지만 클래식한 미스터리에 가까워 나의 취향에 잘 맞았다. 주인공은 피터 다이아몬드는 첨단 기술에 의지하기보다는 형사답게 직접 발로 뛰는 고전적인 수사 방법을 고집하는 인물이다. 고집불통인 캐릭터가 대개 그러하듯 주인공은 괴팍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인간적인 매력도 풍부하다. 작가가 시리즈의 첫 제목을 '마지막' 형사라고 불인 이유도 이러한 주인공의 캐릭터와 관계가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스'라는 곳은 로마 시대 온천 휴양지로 유명했던 영국의 아름다운 마을이다. 유명한  작가 '제인 오스틴'이 잠시 머무르기도 했고, 그녀의 소설 속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지른이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소설 속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을 호수에서 벌거벗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고, 시체의 신원조차 쉽게 밝히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는데, 그녀는 TV 방송국의 인기 시리즈에 출연했던 여배우였다. 피터와 그 동료들은 피해자의 주변을 철저히 조사한다. 발로 뛰는 것을 고집하는 그의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런데, 집요한 탐문수사에 의해 밝혀지는 사실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보여 주는 듯하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지은이 '피터 러브시'는 플롯과 스토리텔링이 두루 뛰어나고, 미스터리 고유의 맛을 잘 살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첫 번째 작품인 '마지막 형사'가 '앤서니 상'을 수상했고,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은 '실버 대거상'을 휩쓸었다. 2009년에 열 번째 작품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이 시리즈를 한국에 소개한 '시공사'가 네 번째 작품까지는 출간 예정이 있는 듯하다. 부디, 나머지 시리즈도 나와 주길 기대한다. 작가 '줄리안 시몬즈'의 추천 말과 같이 '오늘날 우리가 이 당혹스럽고도 재미있는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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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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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부는 일찌감치 접고 오로지 운동만 전념하는 선수를 양성하는 우리 나라의 학원 스포츠 풍토상 서울대 야구부의 존재는 대단히 이질적이다. 양성된 야구 특기자의 선발없이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경쟁을 통해 입학한 부원들로 이루어진 서울대 야구부는 1977년 창단이후 올해까지 1승 1무 265패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단다. 어떤 종목이든 전문적으로 훈련된 선수 출신과 일반 동호인의 운동능력 차이는 그들과 한 번이라도 몸을 부딪혀 본 사람이라면 그 엄청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울대 야구부가 성취한 '1승'은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수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진출하는 경향이 일반화된 2000년대에 이루어 낸 기록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주인공 '김지웅'은 서울대 경영대 96학번으로 서울대 야구부에서 투수로 뛰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지만 서른 중반에 일에서 큰 실패를 겪고 그 여파로 가정생활까지 무너져 아내와 이혼을 한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그는 야구부 시절의 감독님이 생각난다.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했던 몇 안 되는 은사였던 '이만득'감독을 오랜만에 만나고 그는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 닿고 이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자기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서울대 야구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옛 동료들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변호사로 의사로 대학교수로 사업가로 변신한 동료들을 만나지만 자신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장태성'의 행방만 찾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꿈꾸었던 단 한가지를 향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수한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를 만난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한국 소설은 야구 뿐 아니라 스포츠가 소재인 경우가 드물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서울대 야구부를 소재로 삼은 이 소설은 박민규의 그것보다 좀 더 야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배경인 일본 소설 '야구 감독'에서 작가 '에비사와 야스히사'가 날카롭게 간파한 승부의 본질이라든지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대한 밀도있게 묘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은 역시 일본 작가인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라는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소설은 도시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향으로 내려온 한 남자가 고교시절 야구부 생활을 함께 하였던 옛 친구들과 조우하고 야구부 시절의 추억을 쫓는다는 이야기인데, 약간은 남루한 현재 모습과 꿈을 쫓아 땀을 흘렸던 빛났던 과거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어 노스탤지어를 긁는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90년대 대학생활을 추억할 수 있고, 군데 군데 삽입된 한국 프로야구의 명 장면을 따라가면 그 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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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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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접한 이후 일본 추리소설을 고르는 키워드는 '신본격'이었다.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약간은 뜬금 없이 출간되었던 '관 시리즈'를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골라내었던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절판이 된 이 시리즈를 구하기 위해 헌 책방을 뒤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흐뭇했던지...) 행운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시마다 소지'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시마다 소지의 추천 글이나 작가 후기 등으로 미루어 이 알 수 없는 작가의 미스터리도 분명 '시마다 소지'류일 것이라 확신하였다. 그러고 보니,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처음 만났던 것도 서점에서였으니, 서점에 자주 들리는 편도 아닌 내가 남들보다 신본격을 일찍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몇 번의 행운이 겹쳤기 때문인 듯 싶다.

신본격 시대를 연 장본인이지만, 1989년에 발표한 이 소설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사회파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당시 과도하게 신본격에 경도된 일본 추리계에 대한 우려감과 다양한 추리소설이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했던 그의 '균형 감각'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이 소설에서 그가 제기하는 문제 의식도 균형 잡힌 시각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도쿄 아사쿠사 거리에서 부랑자 풍의 노인이 상품가격에 추가로 붙는 새로 생긴 소비세 12엔을 요구하는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모두들 자기의 신분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듯 비실비실 웃음만 짓는 노인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으로 판단하지만, '요시키' 형사는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가진다. 게다가 노인은 과거 유아 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26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지는데, 이상한 점은 노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가 살인은커녕 화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당하고만 살아온 인물이라고 증언한다는 것이다. 요시키는 노인이 분명 이 사건의 범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동기가 단지 소비세 실랑이 때문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노인과 피해자 사이에 또 다른 인연의 고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노인의 과거를 추적한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이와 같이 정형적인 사회파 스타일이지만, 또 다른 한 축은 신본격 스타일의 흥미로운 퍼즐이 존재한다. 한 겨울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밀실 상태인 화장실에서 피에로 복장을 하고 주위 사방에 촛불을 밝혀 놓고 권총으로 자살한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진 수수께끼,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한 또 다른 시체가 갑자기 일어나 움직이더니 사라져 버린 괴담같은 수수께끼,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열차 탈선 사건과 사고의 와중에 기관사가 목격한 정체 불명의 하얀 거인 등 실재로 발생하였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사건이 등장하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수습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거창하게 늘어 놓은 비현실적인 퍼즐을 작가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켜가며 결국 명쾌하게 해명하는 솜씨를 부린다. 퍼즐 미스터리 뼈대에 사회파의 주제의식을 감동적으로 담아 낸 걸작이다. 특히, 선량하게 살아 온 한 인간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 왔던, 하지만 이미 잊어버릴 수도 있었던 살의를 분출시킨 그 '동기'가 오래 여운을 남긴다. 퍼즐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동기에 전혀 수긍할 수 없어 마음까지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일부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사건 자체가 너무 지나치게 우연이 겹쳐 발생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목 자체가 '奇想'이 '하늘을 움직인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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