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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과 당신 - 서울대 빗물연구소 한무영, 그가 밝히는 빗물의 행복한 부활
한무영 지음, 강창래 인터뷰 / 알마 / 2011년 4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가 UN에서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심심찮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세대는 대개 수도물이 귀해서 공동수도나 우물에서 길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도 새댁시절에 어쩌다 물을 받으러 가는 것이 제일 싫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물은 수도물을 틀면 나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물이라는 것은 너무 흔했기 때문에 '생수'가 처음 시판되었을 때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다는 것에 웬지 거부감이 들어서 대학 시절에는 거의 사 먹은 기억이 없다.
이런 우리 나라가 어느새 물 부족 국가가 되었단다.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전문가들이 걱정을 하니 사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한문영'교수는 단호히 우리 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늘이 준 선물인 빗물의 일부만 모아도, 댐 중심의 물 관리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도 우리 국민이 충분히 쓰고도 남을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심각하게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도 사막이 아니라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늘로 증발하는 것은 순수한 물이고 그것이 빗물이 되어 다시 내려 오기 때문에 빗물은 이 세상 모든 물의 기원이 된다. 깨끗한 물이라 자랑하는 이름난 물도 실은 빗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먹기는커녕 몸에 맞는 것조차 피해야 하는 위험물이 되어버렸다. 쏟아지는 빗 속을 뛰어 보고 싶은 낭만은 생명을 해친다는 '산성비'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 교수는 이러한 일반의 상식을 전복한다. 그는 빗물이 산성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산성보다 강하지는 않다고 한다.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샴푸는 빗물보다 대략 100배, 콜라는 500배쯤 강한 산성이다. 결론적으로, 숲을 파괴하고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산성비 괴담'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런데, 한 교수의 빗물 이론은 환경론자들이나 이의 반대에 있는 개발론자 모두에게서 외면을 당하고 있다. 전자는 그 동안 산성비를 통해 대기오염, 기후변화, 환경 재앙을 경고해 왔기 때문에 산성비는 없거나 아주 드물다고 하는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후자는 빗물을 활용하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토목사업은 필요 없다는 그의 주장에 귀를 막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성비는 사실 물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였죠. 그 덕분에 오늘날 전 세계의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잖아요. 그러니 옛날의 산성비 이론도 어쩌면 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빗물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로, 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거든요. 그리고 빗물을 이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인터뷰 글은 다소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라도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인터뷰이의 생각을 안터뷰어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례 더 거르고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인터뷰 글의 장점을 잘 살린 책이고 내용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