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학교 공부는 일찌감치 접고 오로지 운동만 전념하는 선수를 양성하는 우리 나라의 학원 스포츠 풍토상 서울대 야구부의 존재는 대단히 이질적이다. 양성된 야구 특기자의 선발없이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경쟁을 통해 입학한 부원들로 이루어진 서울대 야구부는 1977년 창단이후 올해까지 1승 1무 265패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단다. 어떤 종목이든 전문적으로 훈련된 선수 출신과 일반 동호인의 운동능력 차이는 그들과 한 번이라도 몸을 부딪혀 본 사람이라면 그 엄청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울대 야구부가 성취한 '1승'은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수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진출하는 경향이 일반화된 2000년대에 이루어 낸 기록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주인공 '김지웅'은 서울대 경영대 96학번으로 서울대 야구부에서 투수로 뛰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지만 서른 중반에 일에서 큰 실패를 겪고 그 여파로 가정생활까지 무너져 아내와 이혼을 한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그는 야구부 시절의 감독님이 생각난다.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했던 몇 안 되는 은사였던 '이만득'감독을 오랜만에 만나고 그는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 닿고 이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자기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서울대 야구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옛 동료들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변호사로 의사로 대학교수로 사업가로 변신한 동료들을 만나지만 자신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장태성'의 행방만 찾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꿈꾸었던 단 한가지를 향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수한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를 만난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한국 소설은 야구 뿐 아니라 스포츠가 소재인 경우가 드물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서울대 야구부를 소재로 삼은 이 소설은 박민규의 그것보다 좀 더 야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배경인 일본 소설 '야구 감독'에서 작가 '에비사와 야스히사'가 날카롭게 간파한 승부의 본질이라든지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대한 밀도있게 묘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은 역시 일본 작가인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라는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소설은 도시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향으로 내려온 한 남자가 고교시절 야구부 생활을 함께 하였던 옛 친구들과 조우하고 야구부 시절의 추억을 쫓는다는 이야기인데, 약간은 남루한 현재 모습과 꿈을 쫓아 땀을 흘렸던 빛났던 과거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어 노스탤지어를 긁는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90년대 대학생활을 추억할 수 있고, 군데 군데 삽입된 한국 프로야구의 명 장면을 따라가면 그 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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