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크 트웨인이 말하길
'고전이란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실은 누구나 읽기를 싫어하는 책,
그게 바로 고전이다'고 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보았고, 또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려고 마음 먹기도 했을
고전 명작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작품에 대한 지은이의 간단한 느낌을 담고 있다.
 
총 7개 테마에 41편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부터 최근작인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걸이 소녀'까지
소개하고 있고, '톨스토이'의 '부활' '단테'의 '신곡'과 같은 읽기가 쉽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콜린 맥컬로'의 '가시나무 새'나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같은 대중적인 소설도
보이고, '소나기' 등 한국의 단편도 3편이 포함되어 있다.
 
작가는 소설의 줄거리를 먼저 풀어 주고, 독자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 견뎌야 하는 이유, 사랑하는 이유, 그 사랑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용서해야 하는 이유, 용감해야 하는 이유' 등 생의 순간 순간마다 우리를 번뇌케 하는 의문들을
명작 속에 담겨 있는 진리로 설명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책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왜 고전 명작을 읽는가?
당대에는 최첨단을 걸었을 작품임에 틀림 없으나,
현대를 살아 가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낡아 보이는 고전 소설을 읽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미움, 환희와 비애, 욕망과 좌절 등
원초적인 감정에 갈등하는 인간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인생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예컨데, '모파상'은 '비계 덩어리'에서
소위 교양있는 사람이라 불리는 집단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는 동시에
인간 본성에 내재된 이기심을 무서울 정도로 묘사한다.
 
'상인' '정치가' '귀족' '민주주의자' '수녀'로 대표되는 '교양집단'이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한낱 '매춘부'에게 행한 '의도적 무시' '찬양' '설득과 회유' 그리고, '무시와 멸시'는
시대와 관계없이 인간이 약자에게 향한 집단적 폭력성을 섬뜩하게 보여 준다.  
  
이 책은 단 번에 읽을 것이 아니라,
머리맡에 두고 한편 한편씩 음미하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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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느 한 순간 '논개'가 그리고 이야기가 내게로 왔다"고 한다.
 
내가 아는 논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이 함락당한 후 왜군의 승리 축하연에서 술에 취한 왜장을
유인하여 몸을 껴안고 함께 절벽 아래로 남강으로 몸을 던진 조선의 여인이고
변영로 시인의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유명한 시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라는 정도였다.
 
이 소설의 얼개는,
조선 왕조의 가장 비극적인 전란,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스무 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논개의 사랑과 죽음에 관해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는 논개의 출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최경회의 부실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고
후편에서는 왜란으로 인한 민중들의 참상, 의병의 봉기, 진주성 전투와 죽음까지를 담았다.
 
작가는 우국충정이라는 대의를 품은 위인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약하고 어린 것들을 보듬고 생명을 키워 내며 지고지순한 사랑 하나로
횡포한 세상에 맞선 한 사람의 여인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동시대의 사회상을 담아야 하는 역사 소설의 장르적 특성상 작가는
이 소설에서 혼란에 빠진 아귀 같은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사랑 때문에 몸을 던진 논개라는데,
'논개의 사랑은 무엇이고 어떠했는지? 죽음으로 까지 이끈 열정은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정작 논개의 사랑을 잘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논개의 사랑이 설득력 있게 형상화 되어 있지 않아
최경회를 향한 논개의 사랑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물 속에 눈이 온다. 사납게 숨구멍을 틀어 막으며 짓쳐 드는 물 속에서도 이팝나무 꽃마냥
 너즈러지는 그것을 본다. 걸음마를 가르치는 아비의 손끝을 잡으려 안타깝게 내미는 돌쟁이의
 손등에, 물일에 시달려 메밀 자루를 맨손으로 뒤진 듯 거칠어진 계집애의 손등에, 굵은 마디가
 부끄러워 모지라진 치마 뒤로 감춰 숨기던 숫보기의 손등에 잠깐 머물렀다 녹아 들던 눈,
 분분히 내리는 서러운 설이. 침침히 시야를 가리며 눈이 내린다. 눈물 같은 눈이 흩날린다.
 짧은 생의 기억들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져 반짝인다"

 
위에 인용한 인상적인 도입부와 같이,
작가는 고어(古語)는 아니지만 역사소설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의고형 단어를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시종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는 등
작가가 많은 공을 드린 야심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작가 김별아의 작품을 읽기는 처음이다.
이 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작가의 말'에 담긴 그의 언어는 또래의 작가들에게는 보기 드물게 묵직하여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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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소시민을 지향하는 고등학생 콤비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시민'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봄철의 이야기를 담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후속 작으로
고교 2학년 여름방학 기간 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캐릭터 위주의 소설이다.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중학교 시절 발생한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소시민'이 되기로 결심하고 서로 동맹을 맺는다.
둘의 관계는 결코 이성으로 좋아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돕는 동지 관계이다.
 
고바토는 타고난 추리력을 가졌지만, 잘난 척 하는 태도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
그러지 않으려 애를 써지만 어느새 남의 일에 끼어 들어 수수께끼를 풀고 사건을 해결하곤 한다.
 
오사나이는 작고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받은 만큼은 반드시 돌려 주고야 마는 복수의 화신이고,
복수에의 집념을 넘어 복수의 과정을 은근히 즐기는 집요함 마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겐고는 소시민 되기를 결심하기 이전의 고바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이다.
 
고바토는 오사나이와 함께 여름방학 동안 맛있는 케이크와 디저트를 찾아
온 도시의 제과점을 순례하기로 약속한다.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오사나이는 이를 위해 맛있는 디저트 가게 베스트10을 표시한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셀렉션'이라는 지도까지 만들어 두었다.
 
샬로트, 망고푸딩 등 환상 디저트를 찾아 다니던 어느 날,
오사나이가 갑자기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고바토의 휴대폰으로 오사나이가 보낸 알쏭달쏭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고바토는 문자 메시지와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셀렉션'과의 연관성을 추리해 내고
믿음직한 행동파 친구 겐고의 도움을 받아 함께 오사나이 구출작전에 돌입한다.
 
오사나이의 납치사건 이후 긴박하게 흘러가던 사건은
탁월한 고바토의 추리력와 겐고의 완력으로 무사히 해결되는 듯하지만,
막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일상의 미스터리를 풀어 가다 보니
아무래도 본격 미스터리로 보다 무게감은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전작 '봄철' 보다는 미스터리 면에서 분명 진보된 모습이고,
마지막 반전과 사건의 재구성은 본격물에도 별로 뒤 처지 않는 수준이다.
 
'가을철' '겨울철'까지 시리즈가 계속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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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닐 게이먼은 1960년생으로 만화, 시, 공포, 판타지, 과학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고,
스티븐 킹이 그를 두고 '한마디로 이야기의 보물창고다'라고 평한 바 있는 등
현재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소설의 제목 Stardust라는 단어의 뜻은 '소성단'을 의미하지만,
황홀함, 청순하고 로맨틱하며 신비한 감정, 넋을 잃게 하는 매력이라는 뜻도 내포한다.
제목과도 같이 이 소설은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라는 것이 이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사랑의 황홀함이 담겼고,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순수하고도 로맨틱하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별을 찾으러 여행한다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동화를
방불하게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예리하고 치밀한 행동 묘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성격들,
일체의 동정심이나 감정 개입 없이 담담하게 사건을 묘사하는 작가의 전개 방식은
작품 전면에 걸쳐 작가 특유의 다소 쓸쓸하고 서글픈, 비장미를 흐르게 한다.
 
그래서, 미국의 출판전문지인 '퍼블리셔서 위클리'는 이 작품에 대해
'풍부한 언어, 천부적인 예지, 훌륭한 유머, 그리고 약간의 어두움'이라 평하였다고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함께 걸어가던 밤 길,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고,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그 별을 가지고 오면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순진한 주인공 트리스트란 쏜은 별을 찾기 위해 오래된 성벽 너머의 어둡고 기이한 땅으로 떠난다.
쏜은 자기 자신은 모르지만, 모르는 길을 찾는다는 다는 등 약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과 방향이 뒤 엉키고 상상을 초월하는 환상의 세계에서 쏜은
한 남자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별을 찾고야 만다.

그런데, 그가 찾아낸 별은 빛나는 보석같은 모습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그리고, 별을 찾아 나선 이는 쏜 뿐만이 아니었다.

영원한 젊음을 위해 별의 심장을 탐내는 마녀가 이들을 쫓고,
성의 후계자를 차지하기 위해 그 별이 필요한 스톰홀드 성의 형제들 역시 별을 쫓는다.
 
몇몇 끔찍한 장면의 묘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고,
몇 번 안 나오지만 정사장면은 그 농도가 무척 짙은 편이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작품 곳곳에 심어 두고 있다.

정말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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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갑자기 닥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다시 생으로 초대받은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일간지 기자 시절, 짧은 기사 글 속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논픽션 형식을 빌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 등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죽음'에 대해 크게 인식하고 살아 가진 않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열두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생사의 기로를 넘어선 후, 그들은 비로소 생을 느끼고,
자기 자신의 진정한 삶과 마주하며 내면의 간절한 소망을 듣는다.
이러한 과정을 저자는 섬세하고도 명징한 문체로 잘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기자에서 작가로 전업하여 2006년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프로의 글쓰기가 이러한 것인가?" 감탄할 정도로
수록된 12편의 글은 마치 연작 단편소설처럼 다양하게 스타일을 변주되어
책 읽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감동을 고조 시킨다.

[성에에 새긴 이름]
 - 유조선의 침몰로 자신의 生과 타인의 死를 함께 한 실습 항해사의 이야기

[나를 방생해준 자연]
 - 인도양 망망대해에서 생을 이어 준 단 하나의 버팀목, 거북이 등판
   때로 현실은 소설보다 더 신비할 때가 있다.
  
[내 마음의 발가락]
 - 발가락을 잘라내도 산이 좋아 산을 즐기면 산사람으로 남는다는 산 사나이의 이야기

[저기 캔버스가 있다]
 - 청춘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자기 길을 갈 수가 있는가?

[요나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까닭은]
 - 거대한 대도시의 지하, 절대 암흑 속에서의 9일간.
   그래도 생명의 빛은 있었다

[나의 오른손]
 - 2만 2,900볼트의 전류가 가져간 오른손, 그리고 미래
   그러나, 이에도 결코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의 찬란함.

[안식]
 - 5번이나 생과사의 고비를 넘어야 했던 어느 일요일의 서해 바다.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 완전 몰입의 순간을 위해 산에 올랐던 또 한명의 산 사나이
   이제는 산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라라야 안녕]
 - 그 해 여름 흉폭하게 쏟아졌던 흙 더미와 그를 휩쓸고 지나갔던 계곡물

[오전 11시23분]
 - 가장 불행했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 순간의 이야기

[생애 가장 긴 순간]
 - 내가 하늘에서 얻은 것은 망각의 미덕이었다.

[잃어버린 시계]
 - 숨이 멎었다가 다시 소생한 아이의 이야기

이처럼, 7천 미터 높이의 날카로운 설벽에서,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서 生과 死의 고비를 극명하게 경험하였던 사람들의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와
감동적인 이야기는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살아있음'의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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