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느 한 순간 '논개'가 그리고 이야기가 내게로 왔다"고 한다.
 
내가 아는 논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이 함락당한 후 왜군의 승리 축하연에서 술에 취한 왜장을
유인하여 몸을 껴안고 함께 절벽 아래로 남강으로 몸을 던진 조선의 여인이고
변영로 시인의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유명한 시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라는 정도였다.
 
이 소설의 얼개는,
조선 왕조의 가장 비극적인 전란,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스무 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논개의 사랑과 죽음에 관해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는 논개의 출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최경회의 부실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고
후편에서는 왜란으로 인한 민중들의 참상, 의병의 봉기, 진주성 전투와 죽음까지를 담았다.
 
작가는 우국충정이라는 대의를 품은 위인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약하고 어린 것들을 보듬고 생명을 키워 내며 지고지순한 사랑 하나로
횡포한 세상에 맞선 한 사람의 여인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동시대의 사회상을 담아야 하는 역사 소설의 장르적 특성상 작가는
이 소설에서 혼란에 빠진 아귀 같은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사랑 때문에 몸을 던진 논개라는데,
'논개의 사랑은 무엇이고 어떠했는지? 죽음으로 까지 이끈 열정은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정작 논개의 사랑을 잘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논개의 사랑이 설득력 있게 형상화 되어 있지 않아
최경회를 향한 논개의 사랑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물 속에 눈이 온다. 사납게 숨구멍을 틀어 막으며 짓쳐 드는 물 속에서도 이팝나무 꽃마냥
 너즈러지는 그것을 본다. 걸음마를 가르치는 아비의 손끝을 잡으려 안타깝게 내미는 돌쟁이의
 손등에, 물일에 시달려 메밀 자루를 맨손으로 뒤진 듯 거칠어진 계집애의 손등에, 굵은 마디가
 부끄러워 모지라진 치마 뒤로 감춰 숨기던 숫보기의 손등에 잠깐 머물렀다 녹아 들던 눈,
 분분히 내리는 서러운 설이. 침침히 시야를 가리며 눈이 내린다. 눈물 같은 눈이 흩날린다.
 짧은 생의 기억들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져 반짝인다"

 
위에 인용한 인상적인 도입부와 같이,
작가는 고어(古語)는 아니지만 역사소설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의고형 단어를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시종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는 등
작가가 많은 공을 드린 야심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작가 김별아의 작품을 읽기는 처음이다.
이 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작가의 말'에 담긴 그의 언어는 또래의 작가들에게는 보기 드물게 묵직하여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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