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갑자기 닥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다시 생으로 초대받은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일간지 기자 시절, 짧은 기사 글 속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논픽션 형식을 빌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 등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죽음'에 대해 크게 인식하고 살아 가진 않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열두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생사의 기로를 넘어선 후, 그들은 비로소 생을 느끼고,
자기 자신의 진정한 삶과 마주하며 내면의 간절한 소망을 듣는다.
이러한 과정을 저자는 섬세하고도 명징한 문체로 잘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기자에서 작가로 전업하여 2006년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프로의 글쓰기가 이러한 것인가?" 감탄할 정도로
수록된 12편의 글은 마치 연작 단편소설처럼 다양하게 스타일을 변주되어
책 읽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감동을 고조 시킨다.

[성에에 새긴 이름]
 - 유조선의 침몰로 자신의 生과 타인의 死를 함께 한 실습 항해사의 이야기

[나를 방생해준 자연]
 - 인도양 망망대해에서 생을 이어 준 단 하나의 버팀목, 거북이 등판
   때로 현실은 소설보다 더 신비할 때가 있다.
  
[내 마음의 발가락]
 - 발가락을 잘라내도 산이 좋아 산을 즐기면 산사람으로 남는다는 산 사나이의 이야기

[저기 캔버스가 있다]
 - 청춘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자기 길을 갈 수가 있는가?

[요나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까닭은]
 - 거대한 대도시의 지하, 절대 암흑 속에서의 9일간.
   그래도 생명의 빛은 있었다

[나의 오른손]
 - 2만 2,900볼트의 전류가 가져간 오른손, 그리고 미래
   그러나, 이에도 결코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의 찬란함.

[안식]
 - 5번이나 생과사의 고비를 넘어야 했던 어느 일요일의 서해 바다.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 완전 몰입의 순간을 위해 산에 올랐던 또 한명의 산 사나이
   이제는 산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라라야 안녕]
 - 그 해 여름 흉폭하게 쏟아졌던 흙 더미와 그를 휩쓸고 지나갔던 계곡물

[오전 11시23분]
 - 가장 불행했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 순간의 이야기

[생애 가장 긴 순간]
 - 내가 하늘에서 얻은 것은 망각의 미덕이었다.

[잃어버린 시계]
 - 숨이 멎었다가 다시 소생한 아이의 이야기

이처럼, 7천 미터 높이의 날카로운 설벽에서,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서 生과 死의 고비를 극명하게 경험하였던 사람들의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와
감동적인 이야기는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살아있음'의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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