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공부 불변의 법칙 - 아이 공부를 지배하는 21가지 숨은 원리
송재환 지음 / 아마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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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라면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여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가 남보다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지금의 부모들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치 눈 앞에 거대한 벽이 버티고 서 있는 듯한 '공부'라는 존재의 중압감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저 마다 자기식의 공부요령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자기만의 예습복습법, 공책 정리법, 시험공부 요령 등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스스로 찾을 수도 있고, 부모나 선생님에게 그 방법을 배울 수도 있고, 우등생 친구들이 공부하는 것을 잘 관찰하여 터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기만의 공부법이 없는 법이 대부분이다. 공부의 요령을 모르기 때문에 우직하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는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차츰 공부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부법은 터득해야 하는데, 공부를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부를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고 터득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누군가가 이런저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지만, 결국은 본인이 몸으로 터득해야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넘어지고 부딪혀 보면서 혼자 힘으로 타 보지 않으면 그 원리를 터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기까지는 자녀 공부에 대해 부모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결국 공부는 본인이 하는 법이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들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부모가 결코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1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를 가르친 경험으로 매년 반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발견되는 우등생만의 특징을 분석하여 이를 통해 '공부법칙'을 수립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여 공부방법을 잘 알지 못하여 헤매던 아이들을 우등생으로 이끄는 성과를 이끌어 낸 지은이의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다. 책에 소개된 21개 공부원리는 부모들이 한 번쯤 들어 본 것도 있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도 있다. 자녀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 한 번쯤 읽어보고 자기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공부원리는 아래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의 법칙, 매트릭스의 법칙, 유레카의 법칙, 눈 덩어리의 법칙, 암기의 법칙, 파레토의 법칙, 오답반복의 법칙, 마라톤의 법칙, 놀이의 법칙, 조작체험의 법칙, 하늘천 따지의 법칙, 분절의 법칙, 저수지의 법칙, 한자학습 기적의 법칙, 글쓰기의 법칙, 5학년 필승 법칙, 삼박자의 법칙, 시험공부의 법칙, 아들딸 차별학습의 법칙, 선행필패의 법칙, 피그말리온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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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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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미스터리 대작이 지은이로부터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18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하였다. '조엘 로스'는 뉴욕의 여러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뒷골목 고서점까지 샅샅이 뒤지며 자료 조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실존인물, 가공인물을 가리지 않고, 19세기를 살았던 인물들이 활자 속에서 뛰쳐나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듯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고, 당시 뉴욕사회의 여러 단면들이 생생하고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에드거 포'의 단편 '마리 로제 미스터리'의 소재가 되었던, 당시 실재하였던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이 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대담한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포의 마지막 생애 몇 년을 실재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을 교묘하게 조합하여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보여 주고 있다.

'가장 검은 새'라는 소설의 제목은 포의 유명한 시 '갈가마귀'를 은유하는 동시에 '에드거 앨런 포' 그 자체를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갈가마귀'는 떠나간 연인에 대한 떨칠 수 없는 사랑과 추억으로 가득 차 있는 詩이다. 어느 폭풍우가 치는 밤에 쉴 곳을 찾아 갈가마귀 한 마리가 청년에게 날아오는 데, 갈가마귀는 청년의 어떠한 질문에도 'nevermore'라는 대답 밖에는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묻던 간에 같은 대답을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계속하여 물을 수 밖에 없는 '절망적인 매달림'이야말로 이 아름다운 시를 관통하는 정서이다.

"내 연인이 다시는 이 보랏빛 쿠션에 기대안지 못하겠지? -nevermore"
"슬픔을 고치는 향이란 게 있을까? 나에게 말해줘 - nevermore"


포의 생애도 마치 이 시와 같이 절망적인 매달림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1809년 보스턴에서 유랑극단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를 잃고 세살이 되어 숙부에게 입양되어 자라난다. 성장후에는 도박과 술에 빠지는 바람에 양아버지의 원조가 끊겨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단편소설, 시, 평론 등을 여러 잡지에 기고하며 문학의 길을 가지만, 그는 대부분의 문학 권력자와 갈등관계를 겪는다. 1935년에는 불과 열세살이던 사촌 여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하지만, 버지니아는 극도의 가난과 결핵이라는 질병과 싸우며 1847년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포는 버지니아의 죽음이후 불과 2년 밖에 살지 못하는데, 그 2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고, 아편을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불우함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다가 볼티모어의 한 술집 앞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되어 정신착란 상태에서 고통을 겪다가 1849년 10월 숨을 거둔다.

이 소설에는 3개의 범죄 사건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1941년 여름,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메리 로저스'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허드슨 강가에서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요란하고도 선정적인 신문보도 속에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든다. 두 번째 사건은 출항을 준비 중인 한 기선의 짐 칸에 실린 나무상자 안에서 '새무엘 아담스'라는 이름의 출판업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세 번째는 아일랜드계 갱단의 젊은 리더의 아내와 어린 딸이 라이벌 갱단 두목과 함께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 세개의 각가 다른 사건이 뉴욕의 상급 치안관 '제이컵 헤이즈' 앞에 주어진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무법과 부정이 횡행하는 이 도시에서 존경받는 법의 집행자로 충실하게 일해왔고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사건은 쉽게 해결을 하지만, '메리 로저스' 사건만은 도무지 그 진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는 그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포라는 인물에게로 향한다.

이 소설은 '메리 로저스'의 시체가 발견되는 도입부는 피해자와 그 주변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설명되고,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등 전형적인 미스터리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점점 사건 추적의 범위를 넓혀지고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등 충실하게 미스터리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던 소설의 구성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메리 로저스 사건보다는 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탐구로 점점 바뀌어 간다. 그래서, 포라는 인물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점은 좋았으나,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은 약간 떨어진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접어들면, 이 소설이 미스터리 장르임을 독자들에게 일깨우기라도 하는듯 포의 죽음과 함께, 마침내 메리 로긴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뿐 아니라, 나머지 두 개의 사건과 메리 로긴스 사건과의 얼켜 있는 고리까지 남김없이 설명된다.

600페이지 정도되는 적지 않는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는 책읽기였다. 미스터리 그 자체를 가지고 이 소설을 개인적으로 평가하면 적절한 복선과 반전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이 너무 비약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19세기 뉴욕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실제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조화하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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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뻔뻔(fun & fun)하게 살아라
신봉희 지음 / 북웨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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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어요?"라는 인사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말을 던진 사람이 사회생활 속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직장 또는 개인 사업상 내가 하고 있는 업무나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한국의 성인남자들은 "재미"라는 말 자체에 내재된 본질적인 의미를 잊어 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일을 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즐겁고 재미있게 살기를 원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즐겁게 말하고 일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고있다.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과 '놀이'를 분리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로 '삶은 놀이다'는 방식으로 인생관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지은이는 '뻔(FUN) 뻔(FUN)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웃을수록 우리의 삶은 편안해지고, 삶이 편안해지면 성공은 덤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과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 말을 나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슬픈 말이나 부정적인 말을 하면 상대방의 감정이 화나고 슬프게 되므로, 상대방의 감정을 헤치지 않고 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뻔(FUN)뻔(FUN)하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단지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기만 하여도 최소한 7가지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삶이 생동감 있게 변화하고 즐거워지므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괴롭지 않게 된다. 또한, 대인관계가 좋아져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으므로 직장생활과 일이 즐거워진다. 그렇게 되면, 기발한 발상을 하거나 창의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돋보이는 존재로 부각되어 리더쉽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즐거운 마음이 성공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다년간 자신이 행한 스피치 및 레크레이션 강연의 경험 및 스피치 트레이닝에 대한 노하우를 책 속에 담아, 상대방을 즐겁게 만드는 '펀 스피치' 또는 '유머'의 테크닉을 익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펀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과 날로 치열하는 시장경쟁 하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펀 경영' 및 '펀 마케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화술'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막막해지는 사람들이나, 매주 일요일 저녁 즈음이면, '내일'을 생각하고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지는 직장인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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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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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활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불현듯 생각 나거나, 어떤 특정한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떠오를 때가 있다. 처음으로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영상을 보았을 때, 순간 즉각적으로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왔던 회오리 바람이 저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토네이도를 볼 때면 자동적으로 '오즈'가 연상이 된다. 어렇게 내 기억 속 오즈 나라는 '회오리 바람'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그리고 '오즈'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로 남아있다.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리 길지도 않는 원작의 열 배도 넘는 분량의 방대한 주석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은이는 꼼꼼하고 치밀한 주석을 통해 '오즈'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의 일생과 작품에 얽힌 배경은 물론이고, 책을 읽으며 놓치기 쉬운 숨어 있는 디테일과 이 책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뮤지컬과 영화에 관한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그야말로 '오즈 나라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르시'가 허수아비를 만나는 장면에 나오는 허수아비에 대한 주석을 보면, 오즈 나라를 창조한 '프랭크 바움'은 어릴 때부터 농장에서 자라나 허수아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허수아비가 똑바로 서서 팔을 흔들며 긴 다리로 들판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래서 그가 오즈 이야기에서 생명을 불어 넣는 첫 대상이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양철 나무꾼'의 탄생은 아들인 '해리 닐 바움'의 말을 빌어 설명을 하고 있는데, 동화를 쓰기 전에 철물점의 진열장을 만들곤 했다는 지은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세탁용 보일러로 몸통을, 난로 연통으로 팔다리를 붙인 후 냄비의 밑바닥으로 얼굴을 만들고는 깔대기로 모자를 만들어 씌운 양철인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아마도 양철 나무꾼 탄생의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도르시가 만난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겁쟁이 사자'도 묘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사람들은 보통 사자는 아주 사납다고 여기는데, 사자를 겁쟁이로 만들어 놓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겁쟁이 캐릭터로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주석 뿐 아니라, 이 책에 붙어 있는 주석은 정말 방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이다. 도대체, 이 작은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이처럼 많은 비밀을 발굴해 내었는지, 정말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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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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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의 뿌리가 탄탄한 나라에는 전 세계 미스터리 독자에게 두루 이름이 통하는 '명탐정'이 활약하고 있다. 추리문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장르로 가지치기가 이루어졌지만, 추리소설의 원형이자 정수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퍼즐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셜록 홈즈', '엘러리 퀸' '에르퀼 포와르'와 같은 한 작가를 대표하는 나아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하긴 추리문학 자체가 아직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한국적 상황을 생각하면 '국민탐정' 운운하는 소리가 사치일수도 있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 '김내성'의 상실이 무척 아쉽다. 그가 창조한 '유불란'탐정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소설집은 정통적인 의미의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이다. 시간적 배경을 탐정이 활약하기에 적합한 1930년대로 되돌리고 식민지 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즉, '셜록홈즈'와 '와트슨'을 '설홍주'와 '왕도손'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름 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주요한 소설적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허드슨'부인이나 '레스트레이드'형사와 같은 주변인물도 '허도순'부인, '레이시치'경부하는 식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가장 압권은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한 또 한 명의 명탐정 '손다이크'박사도 '손다익'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아마도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지금껏 계속 읽어 온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한국인으로 변모하였다 하더라도 '설홍주'라는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인물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한 캐릭터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집의 성취이자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 소설집은 분명 흥미진진하게 읽히고, 최근에 나온 국내 추리소설 중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셜록 홈즈'의 후광이 느껴진다는 점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셜록 홈즈의 새로운 시리즈를 읽는 듯한 이 익숙한 느낌이 장차 '설홍주'시리즈의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패러디나 오마쥬 기법은 한 두 작품은 가능하지만 시리즈물로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고, 기발하고도 재기 넘치는 작가의 미스터리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수록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뽑은 베스트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소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소나기'이고, 미스터리적 요소는 '천변풍경'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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