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수도원 - 오드 토머스 세 번째 이야기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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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는 이른바 "1억부 클럽 전당"에 오른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독자들은 그의 어떤 면에 이다지도 매혹되는지는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Rolling Stones라면, 딘 쿤츠는 Beatles이다!"라는 미국언론의 평가를 들으면 얼추 감이 잡힌다. 그의 작품 스타일은 현실의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서 녹여 내는 솜씨가 독특하고, 작품 속에 인물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령, 주인공이 구타당하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때리기도 하고, 수갑을 차고 사슬에 묶인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서 그 자신이 직접 수갑을 차고는 어떻게 하면 수갑을 풀 수 있을지 골똘히 연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오드 토머스"시리즈는 현재까지 7편이 출간되었다는데, 국내에는 1편 "살인예언자", 2편 "죽음의 여신", 3편이 "악의 수도원"이 번역되어 나왔다. 딘 쿤츠에게 이 시리즈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오드 토머스"에 대하여 마치 자신의 숙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주인공의 모습에 작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에다 폭력까지 일삼던 아버지와 심적으로 병약한 어머니 밑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고 자랐던 경험이 소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계기는 됐지만 원동력은 아닙니다. 저는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름 끼치는 공포와 마주쳤을 때 더 뚜렷하게 빛나는 인간애, 믿음, 우정, 사랑 같은 것들을 피력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리즈 3편에서 오드는 평화를 찾아 수도원에서의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폭설에 수도원이 고립되더니 연이어 수도사들이 실종되고 수도원 학교에 수용된 아이들은 기이한 행동을 한다. 평화로운 삶을 갈망하던 오드이지만, 소중한 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잔혹하고도 슬픈 비밀을 캐내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죽음을 본다는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것은 축복된 재능일까? 아니면 저주에 가까운 악연일까? 죽음을 보는 남자 "오드 토머스"는 정말 독특한 인물이다. 1인칭 어조로 전개되는 그의 주절거림을 듣고 있노라면 분노와 음울함을 지녔지만, 동시에 밝고도 건조하며 위트가 있으나 냉소적인 한 인물의 독특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이러한 주인공 "오드 토머스"라는 인물의 매력 때문에 자꾸 손이 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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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림고수를 찾아서 - 궁극의 무예로써 몸과 마음을 평정한 한국 최고 고수 16인 이야기
박수균 지음, 박상문 사진, 최복규 해설 / 판미동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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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3년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박수균 기자의 무림고수를 찾아서"를 모태로 탄생하였다. 지은이 박수균 기자는 학창시절 "십팔기"를 수련하여 공인 4단의 실력을 갖춘 실제 무예 수련자로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열여섯명의 무림 고수를 만나, 그들의 무예와 삶과 철학을 책 속에 풀어내고 있다.

먼저 "자기를 버리다"라는 장에서는 "십팔기", "당랑권", "태극권", "선관무"의 고수 네 분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의 전통 무예인 "십팔기"를 현대에 되살린 "해범 김광석"의 수제자인 "우범용"은 몸으로는 가히 궁극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고수인데, 현재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면서 지은이의 스승이기도 한 "해범"의 경지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
"당랑권"은 사마귀를 본 뜬 무술로 알려져 있다. "당랑수"라고 하는 갈고리 모양의 수형과 연속적인 손놀림, 빠른 보법 등이 특징적인 움직임이다. "이덕강"은 1940년대에 한국에 건너와 60년 넘게 수련의 길을 걸어온 당랑권 고수이자 국내 중국계 무예의 대사부이다. 그를 통해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계 무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서화"에 모두 능숙한 "태극권"의 고수 "정민영"은 양생과 수련의 비법을 통해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숨어 있는 태극권의 진가를 보여 주고 있다.
"호압사" 주지 "원욱"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불가에 입문한 후 수십 년간 불가의 무술을 수련한 분이다. 그는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참된 자아를 발견"하는 불가의 정통 수행법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다음 "자신을 이기다"장에서는 "태껸", "초기 태권도", "태권도", "합기도", "팔괘장", "형의권", "우슈 산타", "우슈 투로", "아이키도", "대동류 유술", "거합도", "극진 가라데"의 고수 열두 분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해방 직후 "태권도"의 기틀을 닦은 "청도관", "송무관", "연무관", "무덕관", "YMCA 권법부"등에 의해 형성된 "태권도"의 탄생과정과 "합기도"의 창시자 "최용술"의 일화 등이었다.

고수들에 따르면 무술은 "안으로는 나를 지키고, 밖으로는 적을 지키는 것"이자 "영혼과 육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진정한 고수라면 무예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예를 수련한 저자는 고수들과 직접 몸을 부딪히고 생각을 주고 받으며 느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무예와 삶과 철학을 보다 농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베테랑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된 고수들의 몸놀림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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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귀 토끼
오오사키 코즈에 지음, 김수현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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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녀 "나츠"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빠의 사업이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익숙했던 도시생활을 접고 엄마랑 둘이서만 아빠의 고향마을로 내려와 할아버지의 댁에서 살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집은 "대저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집이지만, 나츠에게는 낯설고 무섭기만 한 곳이다. 그런데, 설사가상으로 같이 지내던 엄마마저 갑자기 외할머니의 병환이 악화되는 바람에 며칠동안 집을 비워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네 식구가 있긴 하지만, 덩그렇게 크기만한 집안에 누구 하나 마음 편히 다가갈 사람이 없다는 점도 마음을 무겁게한다.

할아버지는 별로 말씀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의 누님인 큰 할머니는 다도, 꽃꽂이, 서예, 거문고 등에 조예가 깊은 우아한 분이지만, 그 만큼 빈틈도 없고 차가운 분위기라 가까이 가기가 주저되는 그런 분이시고, 큰 아버지와 어머니는 본인의 일들이 너무 많으신 분들이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오빠는 "요시"는 초등학생 꼬마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다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또 다른 사촌오빠 "카즈키"만이 나츠에게 자상하다. 그는 골동품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으로 원래 따로 살았었는데, 저택에 있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의 목록을 정리하느라 저택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혼자 지내야 되는 며칠 때문에 초조해하고 있는 나츠에게 같은 반 친구 유타가 나츠가 사는 저택에 관심이 많다는 자신의 누나 "사유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사유리는 얌전하고 예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호기심 많고 활달한 성격의 중학생이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중에 눈 앞에 다가오는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나츠는 사유리를 만나 엄마가 돌아오시는 날까지 같이 지내는 대신에 사유리와 같이 저택을 탐험하기로 약속한다. 그리하여,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흘간 오래된 대저택을 무대로 두근 두근 가슴이 뛰는 모험이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소재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저택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비밀의 방이 있고 비밀 통로와 여러 가지 신기한 장치가 있는 그런 오래된 저택에서의 모험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독자들의 "약점"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이야기의 배경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만들어 놓고, 한 여자를 사이에 둔 형제간의 갈등이나 출생의 비밀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일본 대중소설의 정형적인 구조로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받아 드려지고 있는 것 같다. 바꾸어 말하면, 이 작품 역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부담없고 쉽게 이 소설을 즐길 수 있게도 해줄 것이다. 미스터리의 강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충분히 추리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쎈"이야기가 웬지 주저되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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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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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다. 클래식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파격적인 기획과 도전으로 남다른 이력을 쌓아 가고 있는 '콰르텟엑스'는 한 케이블 TV에서 방송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그 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

일반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소위 있는 사람들의 취미 생활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조금 아는 척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게 하는' 그 무엇이고, 클래식 곡은 연주자나 애호가들만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 정도가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클래식과 대중과의 소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그리고, 그는 프로 음악인이다. 예전부터 공연 프로그램이나 팸플릿에 학벌이나 師事 같은 프로필을 표기하지 않는 '콰르텟엑스'에게는 철학이 있었다. 연주자를 소개하는 정보가 학력과 사사로 메워져 있는 것은 관객을 위해 활동하는 예술가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학력과 사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아직 이뤄 놓은 업적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그것이 프로필이 되어야한다. 그래서, 그들은 홈페이지와 포스터에 자신들이 이루어 낸 많은 기획과 공연들을 홍보 했고, 네 명의 개인 프로필에도 각자의 음악적 개성과 사상을 적고 있다.

이 책은 바로크 음악부터 고전파, 낭만파를 거쳐 근현대 음악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스무세명의 주요 작곡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음악적 천재들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누가 무슨 곡을 작곡 했는가'라는 단순한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클래식을 알고 있지만,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곡을 '왜' 썼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의 사생활이 곧 작품 탄생의 배경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작품만을 다루는 클래식 해설에 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하여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악사중주야말로 '클래식'이라는 숲에 들어가기에 가장 좋은 '길'이라고 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진 현악사중주는 독주곡과 관현악의 중간 형태이기 때문에 독주와 관현악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악기에서 나오는 음색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처럼 거대한 스케일에 묻히지 않고 각각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와 동시에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 주는 현악사중주의 세계처럼 이 책은 클래식과 처음 친해지고자 하는 독자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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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선생
조흔파 지음 / 산호와진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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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류 세계 명작은 거의 다 읽어 치우고, 새로운 읽을 거리를 찾을 무렵 어디에서 처음 보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학원 명랑소설이라는 요상한 책을 발견하고는 곧 그 세계에 매혹되었다. 하드 커버로 근사했던 명작동화와는 달리 얇은 표지에 종이 질도 별로 좋지 않았던 그 책들은, 동화 속 세계가 아니라 마치, 나와 내 주위에서도 있을 법한 현실 속 이야기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절에 걸쳐 좋은 벗이 되어주었던 그 책들이 나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부모님이 판단하여 사 주신 책이 아니라, 나의 돈으로 내가 직접 고른 최초의 책 들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고르는 즐거움, 책을 사는 기쁨을 알려 준 책들이었다.

참 많이도 읽었었는데, 조흔파, 최요안, 오영민 작가 선생님의 이름이 생각 난다. 아마도 조흔파, 최요안 선생의 작품 속 주인공은 나 보다 일찍 태어난 듯 했고, 요영민 선생의 주인공은 나와 비슷한 듯 했다. 아무튼 얄개전, 억만이의 미소, 아스팔트에 트는 싹, 쌍무지개 뜨는 언덕, 나는 둘, 남궁동자, 무지개 꽃 등 아직도 그 제목들과 등장인물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조흔파 선생의 "에너지 선생"이 복간되어 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이 얼른 집어 들고 와서는 느긋한 마음으로 읽었다. 천방지축 개구쟁이 소년 "수동이"네 집으로 새해 첫 날에 에너지 선생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첫 장면부터 지극히 70년대적이다. 아버지의 은사이자, 결혼식 주례자이자, 네 아이의 이름까지 지어준 에너지 선생은 집안의 가풍을 바로 잡는다면서 몇 가지 포고령을 내린다. 그 때문에 등교할 때면 항상 타고 다니던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게 된 수동이는 버스 안에서 예쁜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단 번에 반해 버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나"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자기집 자가용 기사 아저씨의 딸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수동이와 미나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하지만, 수동이의 가족들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개구쟁이 소년 수동이의 요절 복통한 사건들이 어우러지며 전개된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에너지 선생이 턱하고 버티고 서 있음은 물론이다.

어쩌면 스무 몇 해 전에 이미 깔깔거리며 읽었을 지도 모르는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며 오래 전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 즐거웠다. 그와 동시에 이제 더 이상 20세기가 아니고, 21세기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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