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다. 클래식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파격적인 기획과 도전으로 남다른 이력을 쌓아 가고 있는 '콰르텟엑스'는 한 케이블 TV에서 방송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그 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

일반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소위 있는 사람들의 취미 생활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조금 아는 척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게 하는' 그 무엇이고, 클래식 곡은 연주자나 애호가들만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 정도가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클래식과 대중과의 소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그리고, 그는 프로 음악인이다. 예전부터 공연 프로그램이나 팸플릿에 학벌이나 師事 같은 프로필을 표기하지 않는 '콰르텟엑스'에게는 철학이 있었다. 연주자를 소개하는 정보가 학력과 사사로 메워져 있는 것은 관객을 위해 활동하는 예술가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학력과 사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아직 이뤄 놓은 업적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그것이 프로필이 되어야한다. 그래서, 그들은 홈페이지와 포스터에 자신들이 이루어 낸 많은 기획과 공연들을 홍보 했고, 네 명의 개인 프로필에도 각자의 음악적 개성과 사상을 적고 있다.

이 책은 바로크 음악부터 고전파, 낭만파를 거쳐 근현대 음악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스무세명의 주요 작곡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음악적 천재들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누가 무슨 곡을 작곡 했는가'라는 단순한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클래식을 알고 있지만,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곡을 '왜' 썼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의 사생활이 곧 작품 탄생의 배경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작품만을 다루는 클래식 해설에 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하여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악사중주야말로 '클래식'이라는 숲에 들어가기에 가장 좋은 '길'이라고 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진 현악사중주는 독주곡과 관현악의 중간 형태이기 때문에 독주와 관현악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악기에서 나오는 음색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처럼 거대한 스케일에 묻히지 않고 각각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와 동시에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 주는 현악사중주의 세계처럼 이 책은 클래식과 처음 친해지고자 하는 독자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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