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 토끼
오오사키 코즈에 지음, 김수현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12살 소녀 "나츠"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빠의 사업이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익숙했던 도시생활을 접고 엄마랑 둘이서만 아빠의 고향마을로 내려와 할아버지의 댁에서 살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집은 "대저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집이지만, 나츠에게는 낯설고 무섭기만 한 곳이다. 그런데, 설사가상으로 같이 지내던 엄마마저 갑자기 외할머니의 병환이 악화되는 바람에 며칠동안 집을 비워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네 식구가 있긴 하지만, 덩그렇게 크기만한 집안에 누구 하나 마음 편히 다가갈 사람이 없다는 점도 마음을 무겁게한다.

할아버지는 별로 말씀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의 누님인 큰 할머니는 다도, 꽃꽂이, 서예, 거문고 등에 조예가 깊은 우아한 분이지만, 그 만큼 빈틈도 없고 차가운 분위기라 가까이 가기가 주저되는 그런 분이시고, 큰 아버지와 어머니는 본인의 일들이 너무 많으신 분들이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오빠는 "요시"는 초등학생 꼬마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다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또 다른 사촌오빠 "카즈키"만이 나츠에게 자상하다. 그는 골동품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으로 원래 따로 살았었는데, 저택에 있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의 목록을 정리하느라 저택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혼자 지내야 되는 며칠 때문에 초조해하고 있는 나츠에게 같은 반 친구 유타가 나츠가 사는 저택에 관심이 많다는 자신의 누나 "사유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사유리는 얌전하고 예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호기심 많고 활달한 성격의 중학생이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중에 눈 앞에 다가오는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나츠는 사유리를 만나 엄마가 돌아오시는 날까지 같이 지내는 대신에 사유리와 같이 저택을 탐험하기로 약속한다. 그리하여,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흘간 오래된 대저택을 무대로 두근 두근 가슴이 뛰는 모험이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소재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저택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비밀의 방이 있고 비밀 통로와 여러 가지 신기한 장치가 있는 그런 오래된 저택에서의 모험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독자들의 "약점"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이야기의 배경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만들어 놓고, 한 여자를 사이에 둔 형제간의 갈등이나 출생의 비밀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일본 대중소설의 정형적인 구조로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받아 드려지고 있는 것 같다. 바꾸어 말하면, 이 작품 역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부담없고 쉽게 이 소설을 즐길 수 있게도 해줄 것이다. 미스터리의 강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충분히 추리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쎈"이야기가 웬지 주저되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