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읽다 1980-2010 - 세계와 대륙을 뒤흔든 핵심 사건 170장면
카롤린 퓌엘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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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서 2010년까지 30년은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공산혁명 후 오랜 기간을 둘러친 '죽의 장막'이 열리고, 이 시기 중국은 고립에서 벗어나 산업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세계화의 흐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다. 개혁, 개방의 세월은 중국인들의 의식도 근본적으로 바꾸어 서구세력에게 느꼈던 피해의식이나 열등의식을 떨쳐 버리고 '대국'으로 '굴기'하겠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체류하면서 개혁, 개방의 여정을 고스란히 지켜 본 저자가 1980년 '덩샤오핑'의 개방정책부터 2010년 'G2의 시대'까지 중국과 세계를 뒤흔든 170개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대륙을 움직이는 원칙과 중국인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뿐 아니라, 미래의 중국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내었다. 이 방대한 작업을 하면서 지은이는 "서구 저널리스트이자 급격한 변화를 지켜본 목격자로서 오늘날의 중국에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명백한 사실들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문에서 지은이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는 두 가지 통찰을 제시한다. 하나는 문명의 중심이자 절대 강대국이었던 '중화대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강한 집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당국이 빈곤이나 인권 문제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산당의 권력 유지이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개혁, 개방의 매 단계마다 이러한 핵심원칙이 어떻게 변형되어 적용되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제1부 '덩샤오핑, 백 년 후 중국을 기획하다'에서 다루는 1980년대는 덩샤오핑의 주도하에 처음으로 개혁, 개방의 물결이 일어난 때이다. 지식인과 대학생들은 정치 개방의 희망을 품지만, 개혁파와 보수파의 이데올로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1989년 '텐안먼 사태'로 갈등이 표출된다. 텐안먼 이후 한 동안 중국은 퇴행이 두드러진다.

 

제2부 '중국, 세계 자본주의와 충돌하다'의 1990년대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도약한 시기이다. 두 번째 개혁의 바람도 '덩'이 일으키고 집단지도 체제의 수장 '장쩌민'과 '주룽지'가 주도한다. 차츰 전제주의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정치체제를 갖추고, 계획경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큰 변화를 겪지만,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엘리트가 주도하는 중앙집권성이 강했다.

 

2000년대를 다른 3부 '화평굴기'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세의 개입 없이 순수한 자기 의지로 본격적인 세계화를 추진한 시기에 중국이 국가 이미지를 관리해가는 모습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그려 보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지은이는 지난 30년이 중국의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도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것은 물론, 중국의 향후 30년이 세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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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의 만남
이화종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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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와 구들의 이미지는 이질적이다. 눈 내리는 밤, 산장의 거실에는 벽난로가 불타고 두 연인은 와인 잔을 부딪친다. 벽난로의 불은 새빨갛고, 와인도 붉다. 마주보는 연인들의 표정이 발그레해지면 어느새 화면도 점점 붉어진다. 80년대 에로영화에 자주 연출되던 장면이다. 벽난로가 에로틱한 상상력을 고조시킨다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단지 화면을 서구식으로 세련되게 꾸미기 위한 도구로 벽난로가 동원되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이도 울궈먹은 것 같다. 하긴, 눈 내리는 밤 펄펄 끓는 구들방에 금침이 깔려 있고, 여자의 저고리 고름을 당기는 남자의 손길같은 장면은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별 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이국 취향을 즐기는 외국인이라면 다르겠지만.

 

지은이는 이렇게 어째 이질적인 서양식 벽난로와 우리 전통의 구들을 하나로 결합시켰다. 그가 궁리한 벽난로 구들방은 전통집의 부엌이 거실로 바뀌고, 잠을 자는 안방이 황토 침실로 변한 형태이다. 즉, 불을 지피는 아궁이가 부엌이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내부에 벽난로처럼 설치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불이 들어가는 안방은 거실보다 대략 60~80cm 높이 이중구들 형태로 설치 되어 바닥의 냉기가 구들장에 전달되지 않으며, 불 때기를 마치고 아궁이를 잘 막으면 아랫구들은 단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구들은 대개 거실에 설치하지만 그 어떤 실내에도 아궁이를 설치할 수 있다. 지은이가 고안한 이중구들은 불을 때면 곧 방안 공기가 따뜻해지고, 축열성도 뛰어나서 한 번 불을 때면 그 다음 날까지 따뜻하여 땔감이 현저히 적게 든다. 구들의 내부도 '또아리 고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또아리 형태로 시공되어 연기가 역류되지도 않고 방 전체가 골고루 따뜻하다. 게다가 벽난로 아궁이 위에는 간단히 요리실을 둘 수도 있어 이를 오븐으로 활용하여 고구마나 감자 등을 쪄 내거나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단다.

 

지은이는 나이 쉰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정착하였다.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나온 산출물이 벽난로 구들방인 것 같다. 그래서, 책 속에는 벽난로 구들방 뿐 아니라 구들방 만들기, 벽난로 아궁이 만들기, 이중 구들 놓는 법, 또아리 고래 놓는 법, 구들침대 만들기, 난로 만들기, 한증막 짓기, 김치광 만들기 등 지은이가 십여 년 세월동안 고안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울러, 도시민이 낙향 후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여러 가지 노하우 및 무욕과 무위의 삶을 살고자 하는 지은이의 시골생활 예찬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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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 원시의 자유를 찾아 떠난 7년간의 기록
제이 그리피스 지음, 전소영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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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되어 온 책을 처음 보고 곧 후회했다. 이런 책일 줄이야! 책표지를 둘러싼 띠지에 TV 방송국 예능 PD로 유명한 분이 "이 책은 엄청난 책입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직장일이 갑자기 바빠진 요즈음에 읽기에는 부담이 되는 책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은 지은이가 7년 동안 야생의 세계를 방랑한 사유의 기록이다. 그이의 발길은 온통 초록의 식물로 뒤 얽힌 아마존의 정글과 험준한 안데스 산맥, 캐나다의 작은 에스키모 거주지, 북극의 빙하, 인도네시아의 바다 집시 마을과 심해,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래사막, 웨스트 파푸아의 벌거숭이산, 외몽골의 외딴 사원으로 이어진다. 야생의 대지에서 인간의 정신을 탐색한다.

 

600페이지도 넘도록 빽빽하게 들어있는 글은 한 구절 한 구절 아름다운 문장이지만, 사유의 깊이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가령, 아무렇게나 책장을 확 넘겨도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 깊은 곳, 죽음과 어둠만이 존재할 것 같은 곳에서도 생명은 가벼워지는 바닷물을 통해 다시 위로 구르며 솟아 오른다. 비극은 생명의 정수가 아니다, 그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바다의 짭짤한 눈물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어둡고 무거운 슬픔의 바다, 그 내면의 심해로부터 순수하고 헤아릴 수 없는 가벼움이 고개를 쳐들고 몸을 뒤틀며 태동하기 시작한다."    

 

지은이는 야생의 의지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야성의 의지가 야성적인 아름다움 속에 자연력의 생기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가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라고 믿었던 흙, 공기, 불, 물에 따라 여행의 밑그림을 그리고 야생의 땅을 상징하는 '숲', 얼음을 상징하는 '빙하', 물을 상징하는 '바다', 불을 상징하는 '사막', 공기를 상징하는 '자유'를 소제목으로 삼았고, 마지막은 비극의 황무지, 희극의 야생성으로 야생의 정신을 마무리한다.

 

처음 몇 챕터를 읽고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는 것을 포기했다. 이런 문장의 향연은 정신의 현기증을 동반한다.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마음 내키는 대로 책장을 펼쳐서 조금씩 읽었다. 예능 PD의 말대로 '엄청난' 책이지만, 너무 재미있다고 호들갑을 떨 책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읽은 책 중에 인상 깊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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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코마에 두부 - 생뚱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
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 가디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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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도쿄의 유명한 '쓰키지 어시장'에서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지은이의 눈을 홀린 것은 장화와 앞치마 차림을 한 생선장수가 벤츠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는 것은 아마도 그 때부터 지은이의 혈관에는 창업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창업자의 능력이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장사의 세계, 창업의 세계에서는 생선장수가 벤츠를 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고 두부를 생산하는 '산와토유 식품'에 입사한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도 두부는 수없이 많은 제조사에서 생산되고 가격도 저렴한 대중적인 식품이다. 너무 대중적이다 보니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두부 시장에서 그는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라는 긴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하여 두부에 기발한 '스토리'를 가미한 마케팅을 시작하여 성공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펼치기 위해 2005년에 '오토코마에 두부점'이라는 자기의 회사를 창업한다.

 

오토코마에 두부는 '남자다운 두부' 내지는 '사나이 두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창업하자마자 그의 회사에서 내 놓은 두부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가, 2006년에 매출 40억엔을 돌파하고 2008년에 매출 55억이라는 신화를 이루어 내었다. 오토코마에 두부는 2006년 닛케이 트렌드지가 선정한 히트상품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며 일본 비즈니스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국내에도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비즈니스 3.0'에 '일본을 발칵 뒤집은 두 부 한모, 오토코마에 두부'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수많은 국내 CEO들 사이에서 '포화 시장의 진정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오토코마에 두부의 인기 비결은 남다른 컨셉에 있었다. 오토코마에 두부는 평범하지 않다. 흔히, 두부에서 연상되는 '고소한 두부', '부침개용 두부'등과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생뚱맞게도 두부에 '남자다움'을 덧씌웠다. 참으로 엉뚱하고도 남다른 착상이다. 만약 이 회사가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 등과 같은 요소로 승부하려고 했다면 그렇고 그런 두부회사로 머물었을 것이다.

 

"조니, 언제나 너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구나.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너와 언젠가 마주앉아 이야기 하고 싶다" 공장 앞에 제품의 이름을 딴(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 캐릭터의 동상을 세우고 키치하고도 센치한 문구를 새겨넣은 남다른 감성 마케팅이 소비자들이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책은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CEO가 직접 쓴 현장감 있는 성공 스토리이다. 두부 제조법에서부터, 디자인, 마케팅, 원소스 멀티유저 측면까지 남과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도전했던 일련의 과정과 사례가 짤막짤막하지만 생생하게 담겨 있다. 차별화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기분전환 삼아 부담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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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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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법의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흔적을 찾는 사람 중에는 법의학자도 해당된다. 지은이는 한국 법의학계의 선구자격인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생명이 소중하고 문화인에게는 권리가 중요하다" 법의학은 문화가 발달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론이다. 한국의 법의학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면, 한국인들의 권리가 아직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제자인 황적준 박사는 1987년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법의학으로 밝혀 거대한 역사의 한 흐름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1991년 '강경대 사건'에서는 법의학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정녕, 법의학은 그 나라의 인권과 문화의 깊이를 재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80년대에 이미 발표한 두 개의 단행본에 실린 글을 다시 묶은 것이다. 이 책이 다시 나오게 된 배경은 같은 출판사의 인터뷰 시리즈에 지은이가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은이는 인터뷰 작가와 대화를 통해 아주 오래 전에 출간된 '지상아'와 '새튼이'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이 젊은이들이 아직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단행본에 실린 글 중에서 일부를 택하여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출간하였다는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지상아(紙狀兒)'는 산모의 자궁 내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태아를 의미하고 '새튼이'는 '명도태자혼(明圖太子魂)'이라고도 하는데 어린아이의 미라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책 속에 실린 여러 에피소드들은 원래 어느 제약회사의 사보에 연재한 법의학 에세이가 바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 에피소드는 분량도 길지 않고 내용 자체도 전문적이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흥미진진하게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많은 편이다.

 

완전범죄, 성범죄, 지능적인 사건, 어처구니 없는 사건, 기이한 사건 등으로 장을 나누어 총 45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점은 법의학적인 내용보다는 범죄와 사건을 통해 투영된 과거 한국 사회의 원초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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