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의 만남
이화종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벽난로와 구들의 이미지는 이질적이다. 눈 내리는 밤, 산장의 거실에는 벽난로가 불타고 두 연인은 와인 잔을 부딪친다. 벽난로의 불은 새빨갛고, 와인도 붉다. 마주보는 연인들의 표정이 발그레해지면 어느새 화면도 점점 붉어진다. 80년대 에로영화에 자주 연출되던 장면이다. 벽난로가 에로틱한 상상력을 고조시킨다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단지 화면을 서구식으로 세련되게 꾸미기 위한 도구로 벽난로가 동원되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이도 울궈먹은 것 같다. 하긴, 눈 내리는 밤 펄펄 끓는 구들방에 금침이 깔려 있고, 여자의 저고리 고름을 당기는 남자의 손길같은 장면은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별 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이국 취향을 즐기는 외국인이라면 다르겠지만.

 

지은이는 이렇게 어째 이질적인 서양식 벽난로와 우리 전통의 구들을 하나로 결합시켰다. 그가 궁리한 벽난로 구들방은 전통집의 부엌이 거실로 바뀌고, 잠을 자는 안방이 황토 침실로 변한 형태이다. 즉, 불을 지피는 아궁이가 부엌이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내부에 벽난로처럼 설치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불이 들어가는 안방은 거실보다 대략 60~80cm 높이 이중구들 형태로 설치 되어 바닥의 냉기가 구들장에 전달되지 않으며, 불 때기를 마치고 아궁이를 잘 막으면 아랫구들은 단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구들은 대개 거실에 설치하지만 그 어떤 실내에도 아궁이를 설치할 수 있다. 지은이가 고안한 이중구들은 불을 때면 곧 방안 공기가 따뜻해지고, 축열성도 뛰어나서 한 번 불을 때면 그 다음 날까지 따뜻하여 땔감이 현저히 적게 든다. 구들의 내부도 '또아리 고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또아리 형태로 시공되어 연기가 역류되지도 않고 방 전체가 골고루 따뜻하다. 게다가 벽난로 아궁이 위에는 간단히 요리실을 둘 수도 있어 이를 오븐으로 활용하여 고구마나 감자 등을 쪄 내거나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단다.

 

지은이는 나이 쉰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정착하였다.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나온 산출물이 벽난로 구들방인 것 같다. 그래서, 책 속에는 벽난로 구들방 뿐 아니라 구들방 만들기, 벽난로 아궁이 만들기, 이중 구들 놓는 법, 또아리 고래 놓는 법, 구들침대 만들기, 난로 만들기, 한증막 짓기, 김치광 만들기 등 지은이가 십여 년 세월동안 고안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울러, 도시민이 낙향 후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여러 가지 노하우 및 무욕과 무위의 삶을 살고자 하는 지은이의 시골생활 예찬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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