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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법의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흔적을 찾는 사람 중에는 법의학자도 해당된다. 지은이는 한국 법의학계의 선구자격인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생명이 소중하고 문화인에게는 권리가 중요하다" 법의학은 문화가 발달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론이다. 한국의 법의학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면, 한국인들의 권리가 아직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제자인 황적준 박사는 1987년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법의학으로 밝혀 거대한 역사의 한 흐름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1991년 '강경대 사건'에서는 법의학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정녕, 법의학은 그 나라의 인권과 문화의 깊이를 재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80년대에 이미 발표한 두 개의 단행본에 실린 글을 다시 묶은 것이다. 이 책이 다시 나오게 된 배경은 같은 출판사의 인터뷰 시리즈에 지은이가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은이는 인터뷰 작가와 대화를 통해 아주 오래 전에 출간된 '지상아'와 '새튼이'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이 젊은이들이 아직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단행본에 실린 글 중에서 일부를 택하여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출간하였다는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지상아(紙狀兒)'는 산모의 자궁 내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태아를 의미하고 '새튼이'는 '명도태자혼(明圖太子魂)'이라고도 하는데 어린아이의 미라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책 속에 실린 여러 에피소드들은 원래 어느 제약회사의 사보에 연재한 법의학 에세이가 바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 에피소드는 분량도 길지 않고 내용 자체도 전문적이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흥미진진하게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많은 편이다.
완전범죄, 성범죄, 지능적인 사건, 어처구니 없는 사건, 기이한 사건 등으로 장을 나누어 총 45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점은 법의학적인 내용보다는 범죄와 사건을 통해 투영된 과거 한국 사회의 원초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