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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마음사전 ㅣ 걷는사람 에세이 6
현택훈 지음, 박들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평점 :
제주에 사는 시인의 제주어 단어를 하나씩 제목 삼아 써내려간 에세이다.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자란 시인답게
제주 사람들, 제주의 생명들, 제주에서의 삶이 매 챕터 꼼꼼히 담겨 있다.
tv에서 차고 넘치는 잘난 사람들은 시인의 이야기 속에 없다.
아쉬운 삶과 애처로운 죽음과 그래도 꿋꿋한 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픈 바닥을 지닌 제주의 말로 지은 시와 글집들이 시인의 글 속에서 하나 둘 소개된다.
생각보다는 많이 나와있었지만
나온만큼 읽히지는 않았는가보다.
좀 더 의식적으로 찾아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해녀들처럼 곧 없어질지도 모르는 제주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지만
잊혀질 기억을 잡고 사는 것이 산 자들의 해야할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만큼 버텨보는 것도 할 만한 일이 아닐까.
에세이집이지만 산문의 감각보다는 시의 감각으로 잃히는 글이 대다수다.
주인장의 감각이 그러한 것을 어찌할까.
p. 60,61
달은 매일 아주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달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화가 강요배의 그림[두꺼비, 토끼, 계수나무, 항아]를 보고 같은 제목으로 시를 쓴 적 있다. 그 시는 그 그림에 대한 헌사였다. 항아는 불사약을 먹고 소녀인 채로 달에 머물고 있다. 강요배는 그 그림을 덧칠해서 그렸다. 솔가지, 나뭇잎, 풀잎 등에 물감을 묻혀서 그렸다. 정말이지 달은 시간이 덧칠해서 생긴 거 잖아. 그러니까 저 달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의 뼈와 살과 입김이 만들어낸 거다. 어디 사람뿐인가. 반딧불이도 달맞이꽃도 갈치도 모두 달이 된다.
p.63
제주도에서는 기름진 땅은 'ㄷ.ㄹ진밧'이나 '벨진밧'이라고 한다. 땅이 기름진 것은 달이 물들어 있고, 별이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정말 낭만적인 생각이다. 땅에서 하늘의 이치를 생각했던 제주 사람들.
막상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정돈되지 않은 글에 당황했다.
쳡터의 제목과는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듯 훅 곁길에서 자리를 펴는 것도 암치도 않아서
정해진 길을 다니는 것에 익숙했던 여행자로서는 눈쌀이 찌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며 목적지로 가는 것보다 가는 길을 둘러보는 재미에 장단을 맞추다보니
맛깔나게 읽어지더라.
그런데, 막 속시원한 이야기들이 있지도 않다.
이번 생은 가난하게 살다가는 생으로 부자가 되지는 못하는 생이 되어버린 현실 위에
다정했던 사람들은 불연듯 곁을 떠나간 이야기들과
여전히 아픈 땅의 이야기들이 떠나지 않고 맴돈다.
속시원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서 애틋하게 마음을 제주로 향하게 해주는 글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