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나 - 나도 모르는 나의 존재에 대하여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방향성, 선호까지.

굉장히 색깔이 선명해보이는 주변인을 만나면

이런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올라오곤 한다.

제목과, 접근법 모두 헷갈리는 나를 위한 책을 만난 기분이다.

가장 기본이 되면서, 신선했던 건

타인이 있어야만 "나"가 존재할 수 있다. 는 개념이다.

내가 가진 얼굴들은 타인으로부터 부여되는 것이며

타인의 존재없이는 얼굴을 가질 수 없다.

참 나, 영적인 존재로서의 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구분되어

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입장에서는 참으로 허무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읽다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는데

왜, 새삼 이렇게 깨닫고 마는 것일까 싶다.

그러니, 우리는 다중 정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각각의 사람들을 대할 때 조금씩 변화하는 나는,

당연한 것이다.

스스로 나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나다움'이라는 것은 다양하며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나다움'의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미성숙한 나에게도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한다.

성숙과 미성숙의 기준점 또한 모두에게 다르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는

타인에게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덴티티 또한 타인에게 맡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라도 어떻게든 아이덴티티란 변화하는 것이니까.

타인이 규정하는 나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심해봐야 한다.

정말, 나를 관찰한 결과인지

타인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

아마도 말로, 문장으로, 정리된 용어로 이야기 하지 않았을 뿐

살며서 여러 번 겪었을 상황이고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점검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변화하는 나의 감정과 의자에 충실히 반응하고 있는지.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굵은 글씨로 티를 내고 있어서

따라서 밑줄치기 같은 분위기다.

재미있는 책이였다.

나를 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배워나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너는 널 안다고 생각하느냐

정신은 커녕 몸도 모르지 않는냐. 아픈 너의 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는 아느냐.

이제는 출생의 방식이 바뀌고

가족의 개념이 바뀌고

나를 규정하는 기준들이 바뀔 것이다.

등등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것 또한 즐거웠다.

이런 책을 보다보면 생각을 나누고, 다투는 일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오묘한 생각의 가지들을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법. 을 익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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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쇼펜하우어 라는 철학자를 좀 움울하고 시니컬하고, 반사회적인 느낌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관련 서적을 읽어본 적도 없다보니

파편적으로 만나게 되는 문구들을 보면서 그런 이미지가 생성됐던 거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뭐야 뭐야 엄청 진지한 모범생이였어. @@;;;

회피하거나 절망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떻게하면 열심히 살 수 있는지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캐릭터였다.

우아...

역시 대충보면 안되는 거다. ㅎㅎㅎㅎ

좀 창피하기도 하네. ㅎㅎㅎㅎ

예저우라는 분이 또, 동양 사상가들의 예를 함께 들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게 서양철학의 낯섬, 차가움?을 좀 희석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꽤나 편안하게 읽었다.

사실상 쇼펜하우어의 저서 자체를 읽어서 이해할 자신이 없다보니

이런 해설서? 를 통해 접하려고 하는데,

편집자? 통역사? 역활을 하는 저자의 자세와 전달방식이 취향에 맞아야만

본래 알아보려고 했던, 이야기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게 된다.

쇼펜하우어에 한해 그런 것인지 예저우님의 글은 나름 개인적인 취향에 잘 들어맞는 듯 하다.

동일 출판사에서 니체에 관한 책도 출간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쇼펜하우어는 딱 좋은 고독, 니체는 누가 당신의 인생을 그저 그렇다고 하는가 ...

제목부터 취향이다. ㅎㅎㅎ

전체적으로 의외로 건전하고 바른 맨이였다는 느낌이긴 한데

초반의 이야기들이 특히 그랬다.

"사람 무리와 섞여 지내지만, 무리의 완전한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사람들과는 최대한 객관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라."

진짜 나이스한 조언이다.

제목 그대로 딱 좋은 고독의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조언이랄까.

근데 문제는 어렵다는 거. 앞도 뒤도.

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이해가 일에 대한 결과를 직접적으로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이거 자기 개발서에 나오는 이야기잖아!

ㅎㅎㅎ

외부 사물은 사람의 행복에 간접적인 영향만 줄 뿐이며, 내면의 소실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인간상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인데.

쇼펜하우어가 한 이야기였군요. 쩝.

자기개발서들은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건가?

여튼,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좀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던 쇼펜하우어에 대한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좋은 독서였다. 그리고, 꽤나 긍정적인 메세지들을 통해 철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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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내 월급 사용 설명서 - 배고픈 월급쟁이를 위한 달달한 재테크
전인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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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재테크 서적을 보면 저자들이

꽤나 자산 관리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들여 자신의 금전적 상황을 돌아보는 수준이 아니란 거다.

대부분이 자산 관리 자체가 일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직장에서 시간을 쓰듯이

자산 관리의 방법을 익히고 실천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처럼 성공을 일굴거라고 생각해서는

절망감만 가중될 뿐.

책에서도 순식간에 자산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말그대로

들어오는 월급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전투적인 자산 형성의 방법이 아니라.

저자가 일처럼 해본 방식 중,

일처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팁을 내어주는 것일 듯.

고마운 일이긴 한데...

이렇게 자기 팁을 다 내주면 뭘로 먹고 사나 싶다가도....

아는 거지. 막상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아주 적다는 걸.

그런 측면에서 참, 반성반성이다.

처음 읽어보는 재테크 관련서도 아니다.

모든 재테크 서적들이 시작점을 가계부라고 그렇게 목놓아 부르짖는데

...... 아직 가계부를 쓰고 있지 않다.

하아....

반성 반성.

조금 일찍 이런 책을 접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저축, 절약, 목돈, 투자다. SNS가 아니다.

라는 저자의 말이 정말 가슴을 후려친다.

저자는 5단계의 스탭으로 자산 관리 방향을 제시한다.

스탭원은 가계부와 셀프 재무설계로, 한마디로 현재의 나를 알자라는 단락이다.

두번째는 종자돈 만들기. ... 제일 어려운 게 어쩌면 이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세번째는 보험과 대출에 대한 설명.

네번재는 재테크 전 갖추어야 할 경제 상식.

다섯번째에 비로소 재테크를 소개한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는 재테크까지 넘어가지지도 않고

일단 첫번째 스탭부터 미루지말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미 늦어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었을 때라고 박명수가 그랬나?

그러니까 더 늦지말고 빨리 시작하라고....

이런 책을 읽으면 왜 나이든 게 더 실감이 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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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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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다.

그냥 소설처럼, 이론서처럼 쓰윽 읽으며 지나가는 건 시를 읽는 법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읽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매일 매일 한 편의 시를 고르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저자는

자신만의 시를 읽는 법을 터득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렇게 시 하나 하나 마다 자신의 이야기 얻어가며

다시 꼽씹어 넘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시 읽는 법에 대한 힌트가 있을까 곰곰히 살펴봐도

눈이 까막이라설지 보이지가 않는다.

다만

따뜻하거나, 쓸쓸한 시 한 자락과

닮은 듯, 다른 듯한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설핏설핏 웃음을 끌어내는 정성스런 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 사진이 삽화로 들어간 것도 있는데

꽤나 많은 수의 삽화가 개와 고양이 사진과 어울어지는 그림들이다.

개와 고양이를 그림으로 그리지 않고 사진을 합성해 만들어 놓으니까

느낌이 꽤나 생생하다.

그리고, 개구진 느낌이 전달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해준다.

그 녀석들이 뭘 먹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 이런 컨셉으로 넣었을까 궁금하다.

중요한 건, 이게 꽤나 잘 어울린다는 거.

삽화가 또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서

두껍지 않은 책 속이

엄청 많은 이야기들로 시끌시끌하다.

그 중에서도 피식하며 기운나게 해주던 시는

숟가락은 숟가락이지 / 박혜선.

이였다.

그냥

밥 잘 뜨고

국 잘 뜨면

그만이지

라고 힘차게 이야기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제법 든든하다.

한 입에 감겨드는 맛난 시가 있는 가하면

맛있는 시를 잘 차려주었는데

편식을 하다보니

아직 제 맛을 모르겠는 시들도 많다.

어릴 적에는 먹지 못했던

회나 버섯, 젓갈들이 지금은 맛난 먹거리가 된 것 처럼

제 맛을 모르겠는 시들이 시간이 지나면

알아질런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시도 먹어본 놈이 잘 먹겠지.

좀 더 자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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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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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쓴 리얼 프랑스 유학 에세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으려나?

봄툰이라는 만화 사이트에서 연재한 것을 묶은 책이다.

https://www.bomtoon.com/comic/ep_list/Daily_F

책으로 나온 건 시즌1. 분량.

현재 시즌 2가 연재 중이다.

"상큼한 데일리 프랑스를 상상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건 나의 이야기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건 나의 프랑스가 아니다."

라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프랑스 유학이라고 하면

흔하게 떠올린다고 여겨지는

설레는 도전, 친절한 외국인 친구들, 아름다운 프랑스의 자연, 맛있는 먹거리

들이 없다는 이야기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냥 꿈에 부풀 나이도 아니고

낯선 땅에서 사는 게, 더 힘들면 힘들었지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짐작은 가능했지만,

당황스럽고, 무섭고,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을

(동일한 분노와 공포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헤프닝처럼 처리하거나, 웃음꺼리 등으로 취급하는 혹은 취급하고 싶어하는

유학기? 여행기? 등의 시선에 익숙해져 있다가

정색을 하고

무섭다고 짜증난다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마주하니 신선하기는 했다.

거기에 눈을 그리지 않는 인물들이 나오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역시 이거는 서사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고

만화 에세이구나. 싶었다.

눈을 그리지 않는다는 건, 캐릭터로서의 생명? 역사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같이 보인다.

창작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 인거다. 심지어는 자신까지.

일본의 미키 캐릭터는 일부러 입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키지 좋으라고.

무의식 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덧씌워바라본다고.

눈을 생략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떤 표정일지, 눈빛일지가 그림으로 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그려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납득가는 눈빛을 덧씌워 읽게 된다.

꽤 재미있는 시도같다.

하지만, 창작만화에서는 안될 말이겠지? 될까?

아, 그렇다고 힘들고 짜증나는 에피소드만 있는 건 아니다.

마트 빵 마저도 맛있고, 친절한 관리인을 만나기도 했고, 인생의 좋은 가이드이자 친구가 되어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있다.

온통 괴로움 뿐이라면, 1년만에 돌아간 한국에서 프랑스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기는 어려울테니까.

작가의 선언에 지레 움찔거릴 필요는 없다.

상큼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필요한만큼은 따뜻하기도 한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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