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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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다.

그냥 소설처럼, 이론서처럼 쓰윽 읽으며 지나가는 건 시를 읽는 법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읽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매일 매일 한 편의 시를 고르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저자는

자신만의 시를 읽는 법을 터득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렇게 시 하나 하나 마다 자신의 이야기 얻어가며

다시 꼽씹어 넘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시 읽는 법에 대한 힌트가 있을까 곰곰히 살펴봐도

눈이 까막이라설지 보이지가 않는다.

다만

따뜻하거나, 쓸쓸한 시 한 자락과

닮은 듯, 다른 듯한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설핏설핏 웃음을 끌어내는 정성스런 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 사진이 삽화로 들어간 것도 있는데

꽤나 많은 수의 삽화가 개와 고양이 사진과 어울어지는 그림들이다.

개와 고양이를 그림으로 그리지 않고 사진을 합성해 만들어 놓으니까

느낌이 꽤나 생생하다.

그리고, 개구진 느낌이 전달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해준다.

그 녀석들이 뭘 먹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 이런 컨셉으로 넣었을까 궁금하다.

중요한 건, 이게 꽤나 잘 어울린다는 거.

삽화가 또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서

두껍지 않은 책 속이

엄청 많은 이야기들로 시끌시끌하다.

그 중에서도 피식하며 기운나게 해주던 시는

숟가락은 숟가락이지 / 박혜선.

이였다.

그냥

밥 잘 뜨고

국 잘 뜨면

그만이지

라고 힘차게 이야기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제법 든든하다.

한 입에 감겨드는 맛난 시가 있는 가하면

맛있는 시를 잘 차려주었는데

편식을 하다보니

아직 제 맛을 모르겠는 시들도 많다.

어릴 적에는 먹지 못했던

회나 버섯, 젓갈들이 지금은 맛난 먹거리가 된 것 처럼

제 맛을 모르겠는 시들이 시간이 지나면

알아질런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시도 먹어본 놈이 잘 먹겠지.

좀 더 자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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