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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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쓴 리얼 프랑스 유학 에세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으려나?

봄툰이라는 만화 사이트에서 연재한 것을 묶은 책이다.

https://www.bomtoon.com/comic/ep_list/Daily_F

책으로 나온 건 시즌1. 분량.

현재 시즌 2가 연재 중이다.

"상큼한 데일리 프랑스를 상상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건 나의 이야기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건 나의 프랑스가 아니다."

라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프랑스 유학이라고 하면

흔하게 떠올린다고 여겨지는

설레는 도전, 친절한 외국인 친구들, 아름다운 프랑스의 자연, 맛있는 먹거리

들이 없다는 이야기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냥 꿈에 부풀 나이도 아니고

낯선 땅에서 사는 게, 더 힘들면 힘들었지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짐작은 가능했지만,

당황스럽고, 무섭고,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을

(동일한 분노와 공포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헤프닝처럼 처리하거나, 웃음꺼리 등으로 취급하는 혹은 취급하고 싶어하는

유학기? 여행기? 등의 시선에 익숙해져 있다가

정색을 하고

무섭다고 짜증난다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마주하니 신선하기는 했다.

거기에 눈을 그리지 않는 인물들이 나오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역시 이거는 서사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고

만화 에세이구나. 싶었다.

눈을 그리지 않는다는 건, 캐릭터로서의 생명? 역사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같이 보인다.

창작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 인거다. 심지어는 자신까지.

일본의 미키 캐릭터는 일부러 입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키지 좋으라고.

무의식 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덧씌워바라본다고.

눈을 생략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떤 표정일지, 눈빛일지가 그림으로 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그려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납득가는 눈빛을 덧씌워 읽게 된다.

꽤 재미있는 시도같다.

하지만, 창작만화에서는 안될 말이겠지? 될까?

아, 그렇다고 힘들고 짜증나는 에피소드만 있는 건 아니다.

마트 빵 마저도 맛있고, 친절한 관리인을 만나기도 했고, 인생의 좋은 가이드이자 친구가 되어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있다.

온통 괴로움 뿐이라면, 1년만에 돌아간 한국에서 프랑스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기는 어려울테니까.

작가의 선언에 지레 움찔거릴 필요는 없다.

상큼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필요한만큼은 따뜻하기도 한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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