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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여유로우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
이상각 지음 / 들녘미디어 / 2001년 3월
평점 :
느리게, 혹은 여유로움에 대한 생각들이 늘 한켠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몸이 분주하다. 그러다보니 마음도 덩달아 어수선하기가 일쑤다. 아이들 등교준비며 출근 준비로, 길에서는 길에서대로, 직장에선 직장에서대로 늘 그렇다. 주말이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다. 밀린 집안일하랴, 아이들과 시간이라도 갖을라치면 오히려 평일보다 더 바쁘게 보내는듯하다. 차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으로나마 간혹의 여유로운 호사를 누려보긴하지만,.음악 듣는것보다는 책을 더 손에 잡으려고 하는편이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때문이다. 책을 읽을때의 사유와는 다르다. 수소가스를 넣은 풍선처럼 허공에 둥둥 뜬 마음을 붙들기엔 역시 책이 좋다. 그 중에서도 명상을 도와주는 책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마음이 여유로우면 제법 모든 일이 쉬워지곤 하지.’ 제목을 보며 수긍의 미소를 보내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을 책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어려워서도, 외워야하기때문도 아니다. 소의 되새김처럼 음미하며 읽어야겠기에 그렇다. 책 자체가 여유로움을 갖게 만든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듯한 글귀들이지만, 분명은 그냥 지나쳤던것 같다. 문장은 기억되는데 느낌이 새로운걸 보니 말이다. 그러나 꼭 그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은 <명심보감>을 근간으로 짤막한 중국의,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보태어 자연스럽게 주제를 풀어간다. 사실 명심보감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게, 거반 <명심보감>의 기록이었다니 의외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이제와 보니, 일상에서 틈틈히 새어나간 시간처럼, 글귀들도 분주함속으로 놓치고 말았던듯 하다. 뭐가 그리 쫓아온다고 책까지 서둘러 읽었을까, 싶은게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몇 장을 읽고 다시 되돌아와 소리내어 읽어봤다. 한 자씩 또박또박, 쉼표를 지켜가며 읽었다. 이렇게 마음이 좋을 수 없다.
오늘 낮에 뭐때문에 짜증내고 걱정하고...그랬는지, 싶다. 참 별거 아닌데, 마음 한 번 다잡으면 이렇게 편안한 것을...나 혼자만 누리기엔 참 아쉽다는 생각에, 주말엔 아침상을 물리고 애들과 두런두런 앉아 한 장씩 이 책을 소리내어 읽는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 어차피 행복이란 멀리 있지도 않을뿐더러 마음의 작은 창만 열어도 넘치도록 쏟아져 들어올테니까. 책 한 줄이 내게 허락한 것은 여유로움..그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