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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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범인을 쫓는 숨막히는 박진감, 그리고 반전을 읽는게 묘미다. 그중에서도 영미소설과 일본소설은 최고다. 그런데 이 부류의 소설에는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영미소설에서는 ’범인이 누구인가?’에 집중하며 범인을 찾은 후 응징은 당연한 쾌거로 부각된다.  일본 추리소설은, 그에 반해 ’왜?’, 라는 문제를 파고든다. 그래서 죄를 미워할 수는 있어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수년 전 아내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 불행을 그런대로 견뎌내던 히야마는 또 다시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내를 살해했던 당시 소년들의 죽음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일본 소설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각에 남다른 주안점을 둔다.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천사의 나이프>에서는 소년법이 가지는 불합리성과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연결성을 가진다. 누가 쇼코를 살해했던 소년들을 응징하는가,에 대한 과거를 추적해 가면서 히야마는 쇼코의 ’죄’에 대한 진실을 알아간다. 그녀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던 것이다. 쇼코의 남편에게 쇼코의 죗값을 요구하는 아유미 역시 그렇다. 이 소설에서 교화라는 말 대신 ’갱생’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갱생, 진정으로 다시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추리소설의 참 맛은 복선 뒤로 이어지는 반전이다. 그런 면에서 <천사의 나이프>는 완벽하다. 전혀 ’김새는’ 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년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충분한 죄값을 치르지도, 갱생하지도 않는 가해자들을 바라보는 피해자의 가족과 진정한 갱생으로 사회에 환원되고자 하는 피해자들의 아픔, 모두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법의 구속력이 풀려도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품고 사는, 진정한 갱생을 한 쇼코와 그렇지 못한 채 죄를 되돌리는 아이자와, 마루야마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명확한 이유가 살아 있는 멋진 추리소설이다. 밀리언 셀러다운 면모에서 한 치의 부족함이 없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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