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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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견습사원으로 일하고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헤르만 헤세의 성장과정과,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닮아있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작품속 한스 기벤라트를 통해 죽음을 경험한 작가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성찰하기에 이른다고 보여진다.  수레바퀴밑에 눌린 달팽이처럼 한스는 주위의 이기적인 배려로 힘들어한다. 똑똑하다는 것, 영민하다는 것은 천재가 아닌 한스에게 집요한  굴레가 된다. 그는 자연처럼, 자연에서 살고 싶어한다. 낚시를 하며 풀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의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우정을 쌓고 싶어하고, 첫사랑의 순수함에 수줍게 물들고 싶어하는, 그저 평범한 아이일 뿐이다. 이 시대의 모든 아이들처럼. 그러나 어른들의 욕심은 아이들의 순수한 바램따위엔 관심이 없다. 조금만 더 다그치면 천재가 될 것처럼 누른다. 나는 한스가 점점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조금 더 들어갈수록 수압은 점점 더 강도를 높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자살로 끝내는 결말은, 정말이지 빈정상한다. 애들에게 읽혀, 말어?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교정은 너무나 컸다. 선생님들은 높이 올려다 보일만큼 키도 무척 컸다. 단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편한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적인 겨움이었던 어린 시절 기억에 비추어 보건대, 친구와 계절이 바뀌며 색깔도 변해가는 자연이 내 세계에 확산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무수한 고민들을 친구와 나누었다. 그래도 그때는 무지 심각했던 고민들이다. ’한낱’이라고 치부하는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인간적 고뇌와 성찰이 자라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에서 확립된 정의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 작품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작품 <데미안> 때문일 것이다. 데미안의 ’나는 누구인가?’ . 한스 기벤라트의 ’왜 사는가?’, 라는 성장의 고민은 헤르만 헤세, 자신의 의문이기도 하다. 인간적 가치와 성찰, 고민에 대한 호흡이 담겨있는 ’고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추천음악. 
장계현의 나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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