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에 몽골제국에 관심이 많았기에 ˝옮긴이의 말˝ 의 이 문단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서구인들의 중앙유라시아 연구는 지적 호기심 못지않게 뚜렷한 목적을 갖고 출발했고, 이러한 현상은 현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확인된다. 예술사 분야에서 서양 문화의 흔적을 찾으러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몽골 제국에 대한 관심도 따지고 보면 근대 자본주의 형성 및 원인 규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몽골 제국과 계승 국가들이 멸망한 15~16세기를 기점으로 서양의 해상진출에 이어 근대 자본주의가 싹트기 시작하고, 몽골 제국의 세계 통합이 세계적인 통상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은 서구에서 근대 자본주의가 발생, 발전했다는 사실은, 서구 학자로 하여금 몽골 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현실적인 원인이 되었다. 최근 일부 미국 학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칭기스칸의 정복 활동과 세계 지배와 그 원리에 대한 과도한 가치 부여 역시 이른바 보편적 가치(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세워 세계 지배를 정당화하는 미국의 국가 정책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과거 소련 사람들이 죽인 칭기스 칸을 미국 사람들이 살려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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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 캅카스·동유럽·발칸·중앙아시아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김병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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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편에서 중국정부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언급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361km, 중국 서부 국경과는 12km에 불과한 호르고스(Khorgos) 국제경제특구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중략)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호르고스에서 가까운 자르켄트(Zharkent)는 그나마 이 주변에서는 큰 도시였지만 내가 보기엔 높거나 번듯한 건물 하나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자르켄트는 1992년 8월 중국과의 국경무역을 위한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돼 소비재 교역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이후 중국 우루무치와의 교역을 알마티가 주도하고 도시화에 실패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카자 - P410

흐스탄에서는 알마티나 아스타나(누르술탄)로부터 멀어질수록 개발이나 문명과는 거리가 생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중략) 그렇다면 이곳 개발 역시 카자흐스탄이 최근 그토록 두려워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다가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P411

같은 이름을 쓰는 중국 측 국경의 호르고스(훠얼궈쓰) 지역은 대단위 상권이 형성돼 현지 중국인들은 물론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매일 국경을 넘어가 대량 구매를 해올 정도로 북적댄다고 들었는데 카자흐스탄 내 호르고스 지역은 너무도 펑온했다.(중략)
호르고스 국제경제특구 조성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 중국과 카자흐스탄 간에 대표적인 경협 프로젝트다. 2004년 9월 양국 정상은 호르고스 경제특구 설립협정을 체결했는데, 당시 목표는 국경무역 및 경제협력 활성화,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 같은 것이었다. 특구의 총 면적은 528ha로 이 중 343ha는 중국에, 나머지 185ha는 카자흐스탄 영토에 걸쳐 있다. 각자 물류 창고, 산업 시설 비즈니스센터, 상업 위락 시설 등을 짓게 되는데 속도 면에서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카자흐스탄이 호르고스에 대해 거는 기대는 물류 산업인 듯하다. 중국 내륙에서 철도와 도로, 수로를 타고 각종 물자들이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 - P412

도시를 건너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으로 수출되는데 호르고스는 그 관문도시 중 하나었다. 기존에 북쪽에 있는 도스틱이라는 곳이 중국에서 물건을 넘겨받아 외부로 전달하는 주요 창구였지만 이져 호르고스가 해마다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는 역할을 맡았다.(중략)

2016년 7월, 중국과 연결된 카자흐스탄 내 호르고스에서 철도 운송이 시작됐고, 우리가 현지에 가기 한 달 전에는 물류 창고 작업도 개시됐다. 앞서 중국은 우루무치, 호르고스(중국 구간)에 각각 687km, 654km에 달하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완공해, 이것을 카자흐스탄과 연결시켜 유럽 대륙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 도스틱 쪽으로는 주로 유럽행 물자들이 아스타나를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반면 호르고스는 루트가 다양하다. (중략) 중국을 떠나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이란까지 철도를 통해 수송되는 물량은 오는 2020년까지 70만 컨테이너에 달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서부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도 철길을 따라 중국으로 나거나 악타우에서 철도페리와 유조선을 타고 바쿠로 옮긴 뒤 BTC(바쿠, 트빌리시, 세이한) 송유관에 연결되어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된다. - P412

그러나 물류 분야는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벗어난 산업다변화를 외쳐왔지만 카자흐스탄이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략) 오래전 조상들이 물류 중개지로서 먹고 살았던 전통을 참고해 기반 시설만 잘 닦아놓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떼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 사업인 것이다. 때마침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내놓고 중앙아시아를 자국의 수출 루트로 활용하 - P416

려고 하고 있다. (중략) 시진핑 주석에게는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에서 가장 협력해야 할 연결 고리가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서부의 신장.위구르를 거쳐 외부로 나가는 첫 길목이 카자흐스탄이기 때문이다. (중략) 카자흐스탄은 최근 중국의 경제적 침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시진핑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내놓지 않았다면 유가 하락으로 매력이 떨어진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적 관심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은행들이 중앙아시아 물류사업에 재원을 적극 조달하고 있고, 중국이 주도해 만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어쩌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역할에 감사할 일이다. 중국 사람인 진리췬 AIIB 총재는 2017년과 2018년에 인프라 사업 투자 규모긴 각각 50억 달러,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호르고스 방문 다음날 있은 세미나에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조영관 박시른 "중앙아시아 물류는 내해(内海)인 카스피해 통과 문제, 아프가니스탄의 존재, 인프라가 열악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연결 등의 악재가 많지만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흑해와 카스피해까지 물류 루트가 확장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도 카자흐스탄의 물류 인프라 개발에 정부 간 협력 사업이나 (한국이 지분을 가진) AIIB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참여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물류 허브의 중요성을 알고 철도와 도로, 항만시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수송 인프라 개선을 위 - P417

해 국부 펀드에서 9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국 땅을 지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통관 화물과 승객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2050년까지는 열 배로 늘리는 야심찬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2014년 세계은행의 물류수행능력지수(LPI)를 보면 독일이 1위, 한국이 21위인 반면 카자흐스탄은 88위에 그치고 있다. 또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수에서도 카자흐스탄의 도로나 항만, 공항 등 인프라 수준은 전 세계 138개국 중 63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긴급 발표한 국가 발전 전략 내지 신경제정책(누를리 졸, Nurly Zhol)의 주요 골자는 인프라 개선이었다. (중략) 여기에는 호르고스 특구 주변의 물류 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카스피해 항만, 중국 서부와 서유럽을 잇는 국제회랑, 아스타나[누르술탄] 중심의 동서남북 대로와 신공항 터미널 건설 등이 포함된다. (중략) 카자흐스탄 당국자들이 누를리 졸과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와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를란 이드리소프(Erlan Idrissov) 카자흐스탄 외교장관은 "중국과의 프로젝트 통합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광범위한 산업 발전 및 교역 확대에 엄청난 효과를 낼 것이다. 서유럽과 중국, 이란을 잇는 대륙 간 루트는 중동 및 동남아시아까지 연결되어 카자흐스탄을 유라시아 교통 물류 허브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 P418

다만 기반 시설들을 신속히 현대화하려면 관료와 기업인들이 부패하지 않고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사명감을 얼마나 갖는지에 달렸다. (중략) 여기에다가 인프라 구축에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진다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차이나 포비아‘가 가중되면서 물류 허브의 효과 역시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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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의 희망가 - 상
왕멍 지음, 김승일 옮김 / 경지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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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의 희망가(这边风景)의 한국어판 머리말. 그래서인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은 삭제한 듯한데, 후에 저자의 짧은 후기도 많이 삭제된 건 아쉽다. 현재의 관점에서 1960, 70년대에 신장에서 살 때 쓴 소설 각장을 평가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내용이 상당수 빠졌기 때문이다.

1963년 말 당시 베이징사범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필자는 만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신장(新疆)으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 첫번째 이유는 나의 생활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베이징의 이데올로기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프롤레타리아 독재정치 아래에서 혁명을 계속한다"는 것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는 소수민족들이 집거하고 있는 변경지역에서 생활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그곳에서 민족의 단결과 나라의 통일, 애국을 말한다고 해도 그다지 난처하지 않을 것 같았다. - P4

그러면서도 필자는 당지의 여러 민족 농민들과 하나가 되어 노동하고 생활하면서, 위구르의 언어와 문자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 - P4

여 필아는 위구르 농민들의 과분한 사랑과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1974년부터 필자는 장편소설 《이리하의 풍경(这边风景)》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중략) 당시 신장은 온갖 풍파를 겪고 있었다. 특히 1962년 중소관계가 악화되고 있었고 전국이 기근에 허덕이고 있었던 때였는데, 이때 이리와 타청 변경지역 주민들이 외국으로 도망간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중략)
소설에서 나는 한편으로는 개인숭배, 계급투쟁, 반제국주의, 반수정주의 등 그 시기의 용어들을 완전하게 떨쳐버릴 수 없었고, 또 한편으로는 ‘좌‘적 세력이 기세등등하여 대놓고 압력을 가하던 시기였지만. 필자는 극단적이고 허위적인 ‘좌‘에 대해 독창적인 형식으로 비판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족, 종교, 나라를 바라보고 인정함에 있어 필자만의 독특
- P5

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묘사하였으며, 위구르족 인민들의 역사적 운명과 세부적인 생활에 대한 관심을 소설 곳곳에 담아 표현하였다.
1978년 본 소설이 대체로 마무리 되었을 무렵 마침 문화대혁명도 끝이 났다. (중략) 그러다보니 이 소설을 발표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던 시기였으므로, 필자는 원고를 꽁꽁 묶어 높은 곳에 얹어둔 채 그렇게 34년을 방치하였다.
2012년에 아이가 옛집 침실에 있던 장롱 위의 궤짝 안에서 이 육필원고를 발견하고는 무척 기뻐하였다. 이후 가족들의 지지 하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 마침내 2013년에 출판하게 되었던 것이다. 평론가들의 견해 중에 하나는 문학적 환경이 극히 정상적이지 않던 시기에 생활과 인성, 그리고 문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이 책을 써낼 수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견해는 위구르인에게 있어서 이 책은 당대의 청명상하도(주-청명상하도: 중국 북송시대 한림학사였던 장택단이 북송의 수도였던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그림)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번역하고 국외에 소개하는 데 편리함을 주기 위해 작가는 책의 내용 총 18개의 장절을 삭제하였고, 이야기의 줄거리에 대해서도 필요한 보충과 설명 작업을 하였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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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신장 개발을 위해 중국 본토의 청년들의 지원을 호소할 때 일하러 가서 위구르족하고도 어울렸던 저자가 쓴 소설. 주인공은 위구르족이고, 중국 공산당원으로서 중소 냉전 당시 소련으로 탈출한 위구르족들에 대해 비판적인 중국 정부에 무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겪은 위구르족의 역사이야기와 김승일의 한국어 번역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신장에 이주한 일부 한족들이 위구르족 민족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비판하는 위구르족의 이야기 등이 나오는 것은 중소 냉전기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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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ottecinema.co.kr/NLCMW/Movie/MovieDetailView?movie=16055

영화 <마리 퀴리>

이란에서 망명한 여성 사회주의자 감독, 페르세폴리스의 주인공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영화.

마리 퀴리의 여성으로서, 과학자로서의 인생을 잘 보여줬네요. 그리고 그가 발명한 방사능이 나중에 원자폭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도 보여주면서, 마리 퀴리의 입으로 방사능의 위험성도 지적하는 내용도 좋다.

어쩌면 권위주의적이거나 사상의 자유가 없는 이란에서 망명한 감독 자신의 처지가 러시아 제국 지배하의 폴란드에서 망명한 마리 퀴리의 모습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방사능으로 암 치료하는 요법 설명 보여주면서 최근 반핵 성향의 의학계에서 방사능을 의학에서 사용 금지하자고 주장한 게 생각나서 격세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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