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 캅카스·동유럽·발칸·중앙아시아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김병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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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편에서 중국정부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언급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361km, 중국 서부 국경과는 12km에 불과한 호르고스(Khorgos) 국제경제특구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중략)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호르고스에서 가까운 자르켄트(Zharkent)는 그나마 이 주변에서는 큰 도시였지만 내가 보기엔 높거나 번듯한 건물 하나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자르켄트는 1992년 8월 중국과의 국경무역을 위한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돼 소비재 교역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이후 중국 우루무치와의 교역을 알마티가 주도하고 도시화에 실패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카자 - P410

흐스탄에서는 알마티나 아스타나(누르술탄)로부터 멀어질수록 개발이나 문명과는 거리가 생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중략) 그렇다면 이곳 개발 역시 카자흐스탄이 최근 그토록 두려워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다가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P411

같은 이름을 쓰는 중국 측 국경의 호르고스(훠얼궈쓰) 지역은 대단위 상권이 형성돼 현지 중국인들은 물론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매일 국경을 넘어가 대량 구매를 해올 정도로 북적댄다고 들었는데 카자흐스탄 내 호르고스 지역은 너무도 펑온했다.(중략)
호르고스 국제경제특구 조성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 중국과 카자흐스탄 간에 대표적인 경협 프로젝트다. 2004년 9월 양국 정상은 호르고스 경제특구 설립협정을 체결했는데, 당시 목표는 국경무역 및 경제협력 활성화,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 같은 것이었다. 특구의 총 면적은 528ha로 이 중 343ha는 중국에, 나머지 185ha는 카자흐스탄 영토에 걸쳐 있다. 각자 물류 창고, 산업 시설 비즈니스센터, 상업 위락 시설 등을 짓게 되는데 속도 면에서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카자흐스탄이 호르고스에 대해 거는 기대는 물류 산업인 듯하다. 중국 내륙에서 철도와 도로, 수로를 타고 각종 물자들이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 - P412

도시를 건너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으로 수출되는데 호르고스는 그 관문도시 중 하나었다. 기존에 북쪽에 있는 도스틱이라는 곳이 중국에서 물건을 넘겨받아 외부로 전달하는 주요 창구였지만 이져 호르고스가 해마다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는 역할을 맡았다.(중략)

2016년 7월, 중국과 연결된 카자흐스탄 내 호르고스에서 철도 운송이 시작됐고, 우리가 현지에 가기 한 달 전에는 물류 창고 작업도 개시됐다. 앞서 중국은 우루무치, 호르고스(중국 구간)에 각각 687km, 654km에 달하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완공해, 이것을 카자흐스탄과 연결시켜 유럽 대륙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 도스틱 쪽으로는 주로 유럽행 물자들이 아스타나를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반면 호르고스는 루트가 다양하다. (중략) 중국을 떠나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이란까지 철도를 통해 수송되는 물량은 오는 2020년까지 70만 컨테이너에 달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서부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도 철길을 따라 중국으로 나거나 악타우에서 철도페리와 유조선을 타고 바쿠로 옮긴 뒤 BTC(바쿠, 트빌리시, 세이한) 송유관에 연결되어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된다. - P412

그러나 물류 분야는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벗어난 산업다변화를 외쳐왔지만 카자흐스탄이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략) 오래전 조상들이 물류 중개지로서 먹고 살았던 전통을 참고해 기반 시설만 잘 닦아놓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떼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 사업인 것이다. 때마침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내놓고 중앙아시아를 자국의 수출 루트로 활용하 - P416

려고 하고 있다. (중략) 시진핑 주석에게는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에서 가장 협력해야 할 연결 고리가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서부의 신장.위구르를 거쳐 외부로 나가는 첫 길목이 카자흐스탄이기 때문이다. (중략) 카자흐스탄은 최근 중국의 경제적 침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시진핑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내놓지 않았다면 유가 하락으로 매력이 떨어진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적 관심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은행들이 중앙아시아 물류사업에 재원을 적극 조달하고 있고, 중국이 주도해 만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어쩌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역할에 감사할 일이다. 중국 사람인 진리췬 AIIB 총재는 2017년과 2018년에 인프라 사업 투자 규모긴 각각 50억 달러,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호르고스 방문 다음날 있은 세미나에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조영관 박시른 "중앙아시아 물류는 내해(内海)인 카스피해 통과 문제, 아프가니스탄의 존재, 인프라가 열악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연결 등의 악재가 많지만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흑해와 카스피해까지 물류 루트가 확장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도 카자흐스탄의 물류 인프라 개발에 정부 간 협력 사업이나 (한국이 지분을 가진) AIIB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참여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물류 허브의 중요성을 알고 철도와 도로, 항만시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수송 인프라 개선을 위 - P417

해 국부 펀드에서 9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국 땅을 지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통관 화물과 승객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2050년까지는 열 배로 늘리는 야심찬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2014년 세계은행의 물류수행능력지수(LPI)를 보면 독일이 1위, 한국이 21위인 반면 카자흐스탄은 88위에 그치고 있다. 또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수에서도 카자흐스탄의 도로나 항만, 공항 등 인프라 수준은 전 세계 138개국 중 63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긴급 발표한 국가 발전 전략 내지 신경제정책(누를리 졸, Nurly Zhol)의 주요 골자는 인프라 개선이었다. (중략) 여기에는 호르고스 특구 주변의 물류 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카스피해 항만, 중국 서부와 서유럽을 잇는 국제회랑, 아스타나[누르술탄] 중심의 동서남북 대로와 신공항 터미널 건설 등이 포함된다. (중략) 카자흐스탄 당국자들이 누를리 졸과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와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를란 이드리소프(Erlan Idrissov) 카자흐스탄 외교장관은 "중국과의 프로젝트 통합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광범위한 산업 발전 및 교역 확대에 엄청난 효과를 낼 것이다. 서유럽과 중국, 이란을 잇는 대륙 간 루트는 중동 및 동남아시아까지 연결되어 카자흐스탄을 유라시아 교통 물류 허브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 P418

다만 기반 시설들을 신속히 현대화하려면 관료와 기업인들이 부패하지 않고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사명감을 얼마나 갖는지에 달렸다. (중략) 여기에다가 인프라 구축에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진다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차이나 포비아‘가 가중되면서 물류 허브의 효과 역시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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