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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OUTSIDER.
요즘은 자기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아웃사이더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타인과 어울릴 줄 모르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지만, 요즘들어서는 남들에게 배척당하는 의미의 외부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혼자임을 즐기는 의미로 변화하였습니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칭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많은사람에 둘러싸여 번잡스럽게 즐기는 것보다, 혼자만의 고독속에서 개인적이고 독특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질과 양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모리 히로시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도 이런 고독을 즐기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후배인 아라키의 실종이후, 고야마는 약 일년반쯤 전 아라키가 소개했던 특이한 식당을 기억해냅니다.
동행이 있어서는 안돼고 혼자만 찾아가야하며, 간판도 정해진 장소도 없이 그때마다 다른곳에서 열리는 식당.
고야마는 그곳에서 아라키가 말했던 특별한 요리를 주문합니다.
바로 젊은여자와의 식사. 누군인지도 어떤사람인지도 모르는 타인의 식사값을 내주고 한공간에서 식사만 하는 행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떠한 친분관계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식사값까지 부담하면서 식사를 하는것이.
하지만 아라키가 그러했듯이 고야마또한 그러한 특별한 요리에 매력을 느끼에 됩니다.
어떠한 대화가 없더라도 예의있고 섬세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낍니다.
또한 모르는 사람이 횡설수설, 또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대여섯번정도 찾아간 식당에서 고야마는 그때마다 전혀 다른 여성들과 식사를 하게됩니다.
그때마다 고야마와 그녀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들도 틀립니다.
자신의 독특한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몇년전 차례로 겪은 죽은과 이별에 대해 눈물 한방울 없이 담담히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야마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거짓말을 들었다고 화를 내지도 않고, 비위상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짜증을 내지도 않습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이야기에 휩싸이기보다는 오히려 관계없는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객관적자세를 유지하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어느새 고야마는 다른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객관적으로 자신만의 고독을 즐길줄 알게됩니다.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며, 겉으로는 얼굴을 마주보고 같은공간에서 식사를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약간은 위태로운 때문에 더 매력적인 상황을 즐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고야마가 한쪽으로 약간만이라도 치우치게 되면 금방 깨어져버리고 맙니다.
아마도 아라키또한 마찮가지였을 것입니다.
매번 버려진 폐교나 폐가들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식당.
그리고 2인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독특한 장사마인드를 가진 별반 특징이 없는 여주인.
이 소설에서는 무엇하나 특이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특별"하지 않고 "특이"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런사람들, 그런장소.
매번 부평초처럼 이고저곳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과 그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정말 자신의 고독을 최대치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름도 직업도 관계없이 오직 한번의 만남으로 깊은 관계를 갖지 않아도 되는 특이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가져야할 부담따위는 덜어버리고, '나' 그리고 온전한 '혼자'라는 자신의 상황을 체감하게 됩니다.
원래 최고에 까지 이른 사람이 갈곳은 바닥밖에는 없고, 바닥까지 간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일은 바닥을 박차고 위로 올라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고독이란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고독을 즐길 줄 알게된 사람은 또 외부와의 관계에 묘하고 두려운 매력을 느끼게 되기마련입니다.
실종된 아라키나 이소배에게 이 식당을 소개시킨 고야마는 이미 식당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소유하며 즐길 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후로는 식당에 나타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암컷의 페로몬이 수컷들을 불러모으는 것처럼, 이 특이한 식당은 고독에 목마르고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마치 모닥불을 향해 날벌레들이 날아들듯이 말입니다.
책장을 덮으며 조금은 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읽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지.. 추리일까? 미스테리?
당최 소속이 불분명한 특이한 책과 제목이 묘하게 어울려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