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 라는 일본 작가를 처음 알게된 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였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생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란 것을 해서 '내가 번 돈'으로 산 책들 몇 권 중 한권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쓴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유명한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그녀의 책을 접하고, 그녀의 물기 없고 바스락 거리는 문체에 빠져들어,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을 순서대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참동안 그녀에게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론수업의 과제로 그녀의 작품과 그녀에 관해 평론을 해서 제출할 정도였으니까요..(사실은 스티븐 킹을 하고자 하였으나...^^;)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은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들 아시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서는 사랑이 독특한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독특해보이는 짐짓 흔치않아보이는 사랑의 모습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게이인 남편과 약간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알콜릭 경향이 보이는 아내, 그리고 남편의 게이애인의 이야기인 <반짝반짝 빛나는>과 10년도 더 된 애인에게 결별을 선언 한 남자와 애인과 결별을 하게 만든 여인과 의도치 않게 동거를 하게된 여인의 이야기인 <낙하하는 저녁>.
 
그 후로 계속계속해서 그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왜 저는 한번도 그녀가 결혼을 했을꺼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녀의 작품속에 표현된 독특한 사랑의 모습들 때문이 아니였을까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독특해 보이는 그런 사랑을 이야기로 풀어낸 그녀이기에 정상적으로 결혼을 해서, 어느 남자의 아내로 삶을 살아갈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는 지금껏 제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얇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두께의 이 책은 몇가지 챕터로 나뉘어진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이 담겨있습니다. 원래는 한 여성지에 연재를 목적으로 쓰여진 글 들이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인 걸 보니 아마도 연재되는 중에도 꽤나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이 글들이 쓰여진 때는 그녀가 결혼한지 한 3년차가 되었을때 였습니다. 신혼의 끄트머리라고 해도 좋을 시간의 경계에서 그녀는 혼자로 살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되돌려볼까?하는 다소 위험해보이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남편과 부부가 됨으로 얻어진 여러가지 감정들과 안정. 그리고 남편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사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남녀가 한집에서 부부가 되어 인생을 공유한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쉽지만은 않아보이는 일입니다. 서로에게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나를 절제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사랑은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말대로 사랑은 서로 마주보고 서서 상대방과 상대방뒤의 배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서로가 가진 다른 배경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해가고 사랑해가는 것이 바로 결혼이고, 그것이 바로 완전한 부부가,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겠죠.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진 에쿠니 가오리이지만, 그에 비해서 그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점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을 엿볼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에쿠니의 에세이는 에쿠니의 소설만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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