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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
데이비드 앨런 브라운.제인 반 님멘 지음, 김현경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화가, 라파엘로. 하지만 그의 그렇게 대단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2학년 이후 미술이라는 것, 아니 물감이나 4B연필, 스케치 북과 같은 것과는 멀리 떨어져 내 삶을 살기 바빴기 때문에 "미술작품"이나 "화가"에 관심을 가져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흐르는 듯한 긴 금발머리와 부드럽고 티 없는 피부. 육감적인 입술과 깊이 있는 청회색 눈. 왼쪽 위에서 들어오는 빛은 빈도의 살짝 휜 매부리코를 비추고 눈에 음영을 드리운 뒤 우아한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들어 올린 왼손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초록빛 배경과 인물이 걸친 청색과 흑색 옷이 이루는 단순한 색채 대비는 그의 머리에 초점을 두게 한다.”
라파엘로는 5세기 전, 젊고 아름다운 한 은행가의 초상화를 그렸다. 바로 "빈도 알토비티". 라파엘로가 그린 그의 초상화는 "그가 젊었을 때 빈도 알토비티를 위해 그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 그림이 가장 대단하게 여겨진다" 는 평가를 받을만큼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이다. 초상화가 그려진 이후 주욱 알토비티 가문에 보관되던 그 작품은 자신의 가문을 떠나 엄청난 인생격정을 겪었다. "라파엘로가 그린 작품이 아니다." 혹은 "이것은 알토비티가 아닌 라파엘로의 자화상이다." 등등 이 그림 한 점을 가지고 후세사람들의 평가는 너무나도 분분했고, 어느 한편의 의견이 대세를 이룰때마다 그림의 처우도 달라졌다. 독일의 왕가에 소장품이 되었다가 어느 저명한 감식가의 말 한마디에 라파엘로의 작품이 아닌게 되었다. 그리고 거칠고 험난한 세계2차대전 시기를 거쳐지금은 미국 워싱턴의 한 미술관에 전시중인 이 작품. 이 작품의 험난한 인생유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미술의 문외한인 나에게는 숨이차고 힘에 겨웠다.
하지만 이 [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의 열정적인 저자들은 단순히 "빈도 알토비티의 초상화"의 험난한 인생유전을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한 작품이 만들어낸 수많은 작품까지 소개를 한다. 비단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모사품, 복제품 뿐만이 아니라 "빈도 알토비티의 초상화"가 영감을 주어 세상에 태어난 많은 작품들을 등장시켜 라파엘로가 그린 이 작품이 얼마나 위엄이 있는 명화인지를 쉴 사이없이 이 무지한 독자에게 깨우치려고한다.
이 책은 라파엘로가 그린 "빈도 알도비티의 초상화" 한 작품에 관해 쓰여진 책이다. 그렇지만 그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한 그림의 인생유전과 또 저명한 인사의 의견에 따라 진품이 위작이 될 수도 있고, 때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미술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나간은 미술 문외한이야 이 그림이 '라파엘로가 그린 것이다.' 혹은 '아니다. 위작이다.'라는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 다만 그 그림이 얼마나 아름답고 나와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할 뿐이다. 그냥 아름다운 그림한편을 시대에 따라 홀대하고 혹은 우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우습기도 하고, 미술작품에도 인간사가 통용되는 구나 하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