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무렵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네버엔딩 스토리", 미국에서 제작된 외화 시리즈였다. 아마도 나 말고도 이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애청자가 많을 것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매 번 챙겨보았던 이유는, 아마도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방송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아직도 몇 몇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미하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을 읽으면서 "네버엔딩 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노오란 표지의 도톰한 두께의 책 안에는 30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아버지인  에드가 엔데를 위해 썼다고 한다. 미하엘의 아버지인 에드가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그 시대에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작품과 천재적인 미하엘 엔데의 글 솜씨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초 현실적인 이야기 30편이 바로 [거울 속의 거울]이다.

 

에드가 엔데의 그림을 통해 영감을 얻어 글을 쓴 미하엘 엔데. 솔직히 초현실주의 작품이니답게 <마법의 설탕 두조각>이나 <끝없는 이야기> 같은 엔데의 전작과는 달리 이해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엔데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까? 이야기 하나하나를 떼어내어 그 내용만을 읽어보면 즐겁게 그냥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역자는 이러한 [거울 속의 거울]을 미로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번역의 과정을 '3천피스 퍼즐'을 맞추고 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각 각의 30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생각을 하고 각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고민해 보면, 뭐랄까.. 나는 아직 엔데의 작품을 이해할만한 머리를 갖지못했구나.. 하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과 "렝켄의 비밀"등 엔데는 쉽고 즐거우며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품을 썼다. 하지만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등에서 알 수 있듯이 엔데가 다루고 쓴 이야기들이 모두 가벼우며 어린이를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거울 속의 거울]은 그런 이야기에 속한다. [거울 속의 거울] 30편의 이야기는 그 수 만큼이나 많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선택과 후회, 기다림과 위선, 그리고 회귀와 종말... 분명 [거울 속의 거울]은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기엔 버거운 책이다. 어린이에게 읽어 줄 요량으로 [거울 속의 거울]을 선택한다면, 그건 극구 말리고 싶다. 사실... '창녀'와 '유곽'이란 단어는 어린아이들에겐 아직 불편한 단어이고, 또 서로를 찾아 먼 길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는 죽음이 눈에 보일만큼 늙어버리고 마는 등의 이야기들은 어린아이에겐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지 않을까?

 

사실, [거울 속의 거울]은 한 번 읽고, '다 읽었다' 할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다. 시간을 내서 읽고 또 읽고, 또 생각하면. 그때는 [거울 속의 거울]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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