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농민 계급의 팍팍한 현실을 사실적이며 투쟁적으로 그런 소설이다. 오랫만에 소설읽는 재미에 푹빠져서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아니였겠으나 계급내 젠더폭력(지주의 소작인의 딸 강간) 문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인간 사회는 늘 새로운 문제가 생기며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투쟁함으로써 발전될 것입니다 대개 인간 문제라면 근본적 문제와 지엽적 문제로 나눠 볼 수가 있을 것이니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시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근본 문제를 포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요소와 힘을 구비한 인간이 누구이며 또 그 인간으로서의 갈 바를 지적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끝까지 보아주시고 오류와 모순을 들어 진지한 질책을 내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1934년 7월 27일
강경애
여성이며 카프계열 작가의 글이기에 친일파의 글은 교과서에 실려도 이분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될 일은 없겠다. 아쉽고 아깝다.
제목과는 다르게 엄마에 대하여 아니 전세대의 여성의 삶에 대하여 쓰인 소설이다.
딸은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시간제 강사로 근근히 생활하는 동성애자이고 엄마 역시 교육받은 인텔리 이지만 현재는 요양보호사일을 하고 있고, 엄마가 돌보는 환자인 젠 역시 젊은 시절 세계를 무대로 큰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하기야 요줌엔 어디나 저런 사람들 천지잖아요. 얼마 전엔 구청에 갔더니 그 앞도 난리더라고요. 다들 무슨 불평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우는소리 하면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것도 문제예요. 다들 감사하게 생각할 줄은 모르고. p94
세상일이라니, 자신과 무관한 일은 죄다 세상일이고, 그래서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말하겠지, 제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겠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세상일이라고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만들어지는 거겠지,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p126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나는 간신히 삼킨다. 내 잘못이 아니지, 너의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 부인은 혼자 떠들다가 돌아가 버린다. 젊은 새댁과 간호사들에게 드디어 그 늙은 여자가 돌아 버렸다고 수군거릴지도 모르지. 그보다 더 심한 말을 속닥 거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시시한 비난과 조롱을 치하자고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것.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 내가 너무나 많이 반복해 왔던 그런 일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p162
세상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모른척 덮어두고, 그저 남이 시키는데로 주는데로 받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투덜거리고 싸우는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물들을 아무 죄책감 없이 취한다. 나역시 많은 것들을 감사한지 모르고 받아왔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수 있는 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변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겠다.
넘치도록 애정하는 유유출판사.
양자오 선생의 ~를 읽다 시리즈는 발간되는 대로 모두 사서 읽었다. 특히나 묵자는 예전에 강신주의 책에서 가장 흥미 있는 사상가 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공자와 더불어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묵자의 사상은 어째서 공자만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마천이 의도적으로 묵자의 사상을 배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공자의 사상과는 다르게 백성을 위해 위정자가 지켜야할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은 전쟁의 시대에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것인가가 아니라, 전쟁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을 하니 당연히 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버려질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묵가가 대대로 이러져 내려오며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주나라 문화에 반대하고, 또 주나라 문화를 회복하자고 요구한 유가에 반대한 것입니다. 이는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묵자의 실천 정신 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사상 유파에 그친 것이 아니라 행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이백년 동안, 그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며 생활 속에서 '절용'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했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전쟁을 막으려 했습니다. 묵자가 설파한 이론과 함꼐 이런 실천이 있었기에 묵가는 '현학'의 지위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p140
너무나 좋아하는 양자오 선생의 글이지만, 고전의 특성상 여자는 이들이 말하는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들을 재확인 할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여성이 하나의 인간으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심지어 어느 부분에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도 없고,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의 언어로 나 역시 너와 같은 인간이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여성들의 책이 너무 쓸데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수천년동안 남자들의 이야기만 있던 속에서 고작 몇년 사이에 나온 책들이 어떻게 너무 많을 수가 있는가..(수준미달의 책들도 많다는 것은 인정) 더 많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중에서 졸작도 가르고 대작고 찾아내야 한다. 쉬운 책들은 생활서로 어려운 책들은 이론서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험이 보편화 되어야 하고 그안에서 개별성을 찾아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 래디컬 페미니즘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책이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들이고 현재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본격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참고해 볼만하겠다. 다음으로 함께 읽을 책은 당연히 성의 변증법과 성 정치학.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등 좋은 실용서를 발간했던 봄알람이지만, 유민석 같은 사람을 지지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로써의 호의라고 할 지라도 여성혐오하는 남자작가를 페미니즘 서적을 발행하는 곳에서 그의 강연 홍보를 해주고, 그런 사람에게 페미니즘 강연을 맡기는 한국여성철학회의 선생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이왕 샀으니 읽어는 보겠지만, 봄알람 앞으로도 이런식이면 매우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