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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 - 지금 그러거나, 그러고 싶거나, 그럴 수 있는 당신에게
윤신우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매일 밤 어김없이 돌아오던 아빠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항상 자기 곁에 있던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 현실은 무서운 당혹이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안정시켜야 한다.
다른 것들은 잠시 뒤로 미루어도 된다. (47p)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쪽부모 가정의 이야기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이기도 하다기에
어떤 책일까... 우여곡절 여차저자한 자전적 느낌의 책일까...? 아니면 씩씩한 싱글맘이나 싱글대디의 우리 사회를 향한 부르짖음 같은 호소적이거나 혹은 비판적인 느낌일까? 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나 계속 계속 읽어가도 담담한 어조로 혼자 아이를 키울 때 아이의 마음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혼자되었을 때 자신의 주변 관계가 재 정립되더라, 특히 명절에 갈 곳이 마땅찮았다 그래서 친가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전혀 예고도 없이 이러저러한 상황(어떤 상황인지는 읽으실 분은 보게 될 것이고,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일 수 있음으로 일부러 하지않는다)이 되어 그 배려심없음에 화났다는 것, 아이를 감정적으로 맡아선 안되고 생활면이나 환경면을 충분히 고려해서 아이를 맡아야한다는 것, 이혼하고 아이 양육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냐하는 여러 쌍의 예, 이혼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며 비록 이혼은 했지만 인간으로서 서로 더 신뢰가 쌓이는 부부, 오히려 더 등을 돌리게 되는 부부들의 얘기들을 적어놓고 있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것과는 다르다. 가끔 보는 옆집 아이는 귀엽지만 24시간 내가 보살펴야하는 아이는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41p와 42p)
'문제없는 가정은 없다. 다들 자기 사연만큼 안고 살아간다.'(53p)
나는 이 말에 백번 동의한다.
결혼 5년차쯤 되니 단란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매년 여름휴가는 챙겨서 어디로든 떠나는데 그것도 나름 노하우가 있었다. 한부모와 아이들만 휴가지에 가면 아무래도 보는 눈도 있고 뭔가 모르게 신경도 쓰이고 재미도 없는지라 매년 휴가일정을 맞춰 동생네 부부나 지인들 가족과 어울려서 간다고 한다. 음... 현재(?) 양쪽부모 가정이라도 우리집은 매년 휴가를 챙기기 힘들다.
아이들이 더 이상 부모와 여름휴가를 가지않으려는 때가 올 때까지 매년 휴가만큼은 꼭 챙겨주어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한부모이더라도 아이들에겐 구김살없이 자라주길 바라는 심정과 책 속에도 나오지만 아이 마음 속에 하나씩이라도 훗날 엄마인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추억 즉 '애정의 증거물'을 남겨주고 싶다는 저자의 각오같은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떤 아이가 있는데 표정이 항상 어둡다. 아빠, 엄마 다 번듯한 직장에 성격이 크게 모난 사람들도 아니다. 알고보니 아빠는 아이가 아주 어렷을 때부터 사소한 잘못도 용납을 안 했다. (중략)
아이는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아이의 정서와 인성에 부모의 숫자가 결정적이지는 않다. 한 부모 가정, 즉 부모 숫자가 하나 모자라는 가정이라도 아빠든 엄마든 아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그 영향을 받는다.
'청승떨지 않기','웃으며 지내기','당당하기','가볍게 하기', '객관화하기'가 아마 내 아이들에게 보여준 모습일 것이다.(184p)
아아... 그래서 이 책도 간혹 감정의 출렁임도 느껴졌지만 대체적으로 담담했나 보다. 그리고 정말 한쪽 부모라서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봐진다는 건 이미 있는 상처에 부채질만 계속 해대는 꼴이겠구나... 상처받았을 때 누군가 품어주고 위로해주면 한동안은 웅크리고 있더라도 다시 추스리고 일어날 힘이 되어 주듯이 나부터 그런 따뜻한 시선으로 싱글맘 싱글대디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한쪽 부모 가정이 된 아이들을 말없이 응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내 성격상 필요하면 말은 할지도 모르겠다~ㅎㅎ
이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읽으며 평소에도 우리의 지나친 호기심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가끔은 알아도 모른 채 궁금해도 모른 채 하는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더욱 더 그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어쩌면 다름 아닌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임으로.
이혼이나 사별 후 '나'도 힘들지만 우선은 '아이'의 마음을 챙겨라 그러다 보면 '나'도 바로 세워갈 수 있다는 말과 아이들을 키우려니 경제적인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 어느날 선배에게 "한 1년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어요" 라고 했더니 "1년 버틸 수 있으면 10년도 버틸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와 거짓말처럼 불안함이 싹 가셨다는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