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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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보는것+ 먹는것 ㅋㅋ)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에세이도 좋아하는 내가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16년 전 더는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택했고, 내내 차가 서지 않는 정거장이나 손님이 끊긴 여인숙을 떠돌았다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1996년부터 2012년까지에 걸친 여행들이 한 권의 여행에세이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가 되어 나왔다.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내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것이다.'
노을 지는 어느 한적한 마을의 풍경이 왠지 모를 아련함과 젊은 날(가만. 아냐 난 아직 무지 젊잖아 ㅎㅎ;;;)
그.러.니.까
대학시절 M·T갔던 곳에서 찍은 사진의 풍경과도 오버랩되며 내 일상에 신선함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표지를 넘긴다.
그러자 이런 문구가 있다.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여행방식'이시군요... 그거 저도 좋아합니다요~~~

 

 

맨 첫번째 글인, 책 소개 이미지로도 봤던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에요'가 나온다.
유리창에는 빗물이 저 멀리 비행기가 보이는 이런 사진은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잠시 덮고 지나가셔도 됩니다'이다. 즉, 그놈의 병이 또 도지게 만드는 데 단 몇 초 안걸린다는 거. '음... 평소에도 아이와 씨름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지만 한 열흘 아픈 아이와 끙끙거리며 하루하루 살아냈던 나로선 공연히 글 속의 '떠나고 싶은 순간에 떠나야 해요. 핑계를 찾기보다 어딘가에 처박아둔 여권부터 찾아보는 거예요.'에 딴지 걸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은 벌써 몇 번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여권도 어딨는지 너무 잘 안다. 떠나고싶은 곳이라면 당장이라도 정할 수 있다. 돈? 약간의 돈이지만 살짝 따로 주머니가 있으니 거기서 눈 딱 감고 쓰면 된다. 그런데 혼자서 데리고 떠나기엔 어린 아이를 어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다 "ㅁㅁ야 조금만 더 크면 엄마랑 손잡고 ○○○ 꼭 가자~" 혹은 " 엄마는 이 다음에 △△에 꼭 갈거야~" 그러니까 그동안은 이런 여행 에세이로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어찌 되었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더는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로 한 작가의 쉽지않았을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답니다.


 

#049 그때는
그녀가 어디든 가자고 했을 때.
어디든 갔더라면.
그녀가 술잔을 비우다 말고 어깨를 들썩일 때,
가만히 안아주었더라면
그녀가 무릎을 베고 누웠을 때,
모른척하고 입맞춤했더라면.
우린 달라졌을까.
그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내 맘이 움직이지 않은 거겠지, 그때는.
떠났으니까 그리운 거겠지, 지금은.

 

 

#064 그냥 거기 청춘중 '성공한 사람들은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러니까 그냥 견디라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청춘이라서 아픈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아픈 거다. 감정이 있으니까 아픈 거다.' (중략)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략하다.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아픈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청춘이 아파야 한다는 망언 때문에 굳이 아플 이유는 없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는 저자에 나 역시 공감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뜻밖에 나에게 반가운 정보가 있었다. 흠. 벨기에 맥주가 맛있단 말이지... 그리고 라오스의 비어라오도! 그렇게 또 맥주 얘기가 나와서 잠깐동안 아주 집중해서 책을 봤던 나는 어느 순간 마트서 '벨기에, 벨기에...' 거리며 맥주 파는 곳에 한 참을 찾고 있기도 했다. ㅎㅎㅎ 고건 벨기에 갈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구요~
또 책을 덮고도 잊혀지지 않는 저자의 '자유기고가'가 되었는데 '자유'는 있고 '기고'가 없었다는 그말이 왜 그리 우습던지... 혼자 내 처지에 맞춰 현재 휴직중인데 '휴'는 없고 '직'만 있다고 고쳐서 ㅋㅋㅋ 거려보기도 했다.

 

 

끝으로, 아래 글이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옮긴다. 요즘 어린 나이의 아이들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아 참 안타깝다. 그리고 우울한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건지... 혼자만의 생각의 회오리에 빠져들면 자꾸만 스스로 못났다는 덫에 걸려든다. 아래 글처럼 누구 하나 소중한 존재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필요하면 신뢰 가는 주변 사람들 혹은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구해서라도 그 회오리 속에서 어서 빠져 나왔으면 한다.

 

 

 

 

#096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딸이며,
누군가의 빛나는 첫사랑이고,
누군가의 잊지 못할 친구이자
누군가의 존경받는 선생이고 믿음직한 제자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이지 않은 적이 없다.

 

 

 

여행에세이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를 읽으며 여행사진들도 즐겁게 보고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만족할만한 일상탈출이 되었으므로 지금 곧바로 떠나지 못하는 내 상황도 용서해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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