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그림처럼 예쁘고 잘 정돈된 집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고 있으면 2개의 다른 세계를 만날수가 있다. 하얀 피부의 백인 주인과 검은 피부의 가정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할 만큼 차단된 삶을 살고 있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미개하다는 인식은 쉬쉬하는 비밀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야기 해도 되는 진실처럼 여겨졌고,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곳은 흑인들을 억압하고 있었다.  

백인 여주인은 흑인 가정부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면서도 병균이 옮는다며 같은 변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식기도 따로 쓰게 했다. 가정부가 화장실에서 휴지를 얼만큼 썼는지 체크까지 하는 등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는데, 그렇게 따지면 가정부가 해주는 음식은 어떻게 먹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이런 차별이 대놓고 행해지지만 흑인 가정부는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수가 없다. 그녀들이 할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가정부를 못하게 된다면 당장 살아 갈 걱정부터 하게 될 것이고, 주인에게 잘못 보이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다른 집에서 일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눈 감고 귀 닫고 가정부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한 집에 종속된 노예가 아님에도 인간다운 처우를 받지 못하는 흑인 가정부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동안 17명의 백인 아이를 키워 낸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최고의 파이를 만드는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팍팍한 생활에도 서로가 있기에 참고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에이블린은 백인 주인의 딸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데, 통통하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친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 당시 백인 여성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모든 육아를 유모에게 맡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흑인 가정부는 엄마 역할까지 해야 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흑인 여성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커서는 자기 엄마와 똑 닮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여성이 있다.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결혼을 하지 않고 대학 졸업 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스키터는 취업을 위해 신문사 살림코너 상담을 맡게 되었고, 이를 위해 에이블린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둘이 만나는 것도 에이블린 주인의 양해를 구해야만 했고, 오로지 집 안에서만 만나야 했다. 흑인과 백인이 밖에서 이야기 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키터는 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흑인 가정부들의 진짜 속마음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에이블린도 이 위험천만한 일을 할 생각이 없었고 상상만으로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는 백인 주인들의 횡포와 죽은 아들을 위해서 과감히 용기를 냈고 미니도 이에 합세하게 된다.  

그녀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스키터는 자신을 키워준 흑인 유모 콘스탄틴을 떠올린다. 그녀가 힘들때 곁에 있어준건 콘스탄틴 이었고, 그녀는 친엄마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다. 흑인 가정부가 아니라 가족인 그녀와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해야만 했던 스키터는 에이블린과 미니를 만나며 콘스탄틴을 더 그리워했다. 어쩌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콘스탄틴에 대한 그녀 식의 애정이 아닐까 싶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연들과 스키터의 연애까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게 했다. 그리고 같은 백인이면서도 왕따를 당하는 셀리아는 이단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지만, 소속이 없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미움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가 되었던 것 같다. 미니를 가정부로 들이며 함께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며 친밀한 관계를 가져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속에서 인종차별이 없는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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