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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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프로야구 이지만, 그 시작이 어찌됐든 지금은 전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가 됐다. 30년 역사를 가진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 생각난다. 최고의 투수 2명이 결국 1승1무1패라는 대결 기록을 남김으로써 전설임을 입증해냈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라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게 됐다. 특히 마지막 대결은 15회 연장 무승부로 끝나면서, 다시는 없을 기록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렇게 던지게 했다간 선수 혹사 비판이 거세질텐데, 그 시대엔 에이스 투수가 연투를 하고 200개 가까운 공을 뿌려댔다. 철저한 선수 보호 시스템도 없었으니 어깨와 몸이 상할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순간은 경기가 이기든 지든 끝까지 책임지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선수들이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라이벌은 흥행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더 많은 관중을 모으고 미디어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프로야구 처럼 정치와도 연결이 되어 있으면 라이벌 구도는 군침도는 소재이다. 스포츠 기자 김서형(최정원)은 야구의 야 자도 모르면서 기자 생활을 하는데, 특종만 물어오면 승진시켜 준다는 말에 최동원(조승우)에게 자극적인 말로 대결을 부추기고, 정치쪽에선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이용하기 위해 구단에 압력을 넣어 둘을 붙게 만든다. 선후배로 대표팀에서도 친하게 지냈던 최동원과 선동열(양동근) 이었지만 서로를 의식할수밖에 없게 주위에서 만들고, 피할수 없는 상황이고, 투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맞대결을 승락한다. 잠도 편하게 못 잘만큼 긴장과 부담감을 갖고서 말이다.

 

지금 그 경기의 영상 자료를 봐도 떨리고 어떻게 두 선수가 견딜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영화로 보니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맞대결의 결과를 알면서도 보는 내내 떨렸다. 그리고 그 긴장은 단지 두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함께 야구를 하는 팀원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였다.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게 아니라, 타자들의 방망이와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최고의 맞대결은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까지 숨죽이고 간절히 바라는 경기였다. 5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얼마나 손에 땀이 나고 집중하고 긴장했을지, 영화속에서 생생히 재현되었다.

 

 

잠자리 안경을 쓴 최동원은 언제나 성실하게 임했다. 동료와 어울리고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지만 에이스는 그 시간에 공 하나라도 더 던져야 한다는 감독님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언제나 묵묵히 연습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연투도 마다하지 않고 공을 뿌려댔으니 어깨는 당연히 망가졌고, 진통제로 겨우 아픔을 달래며 마운드에 섰다. 수술자국으로 가득 찬 어깨를 보고있노라면 그만 쉬어도 될텐데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찢이진 상처를 본드로 붙이며, 무쇠팔 무쇠다리 최동원 투수임을 입증해내는 마운드 위의 그를 보고있노라면 스포츠 선수를 뛰어넘는 인간으로서의 존경과 감탄이 생긴다.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지를 알수 있었다.

 

최동원이 성실한 에이스의 이미지라면 선동열을 술 좋아하고 능구렁이 같은 이미지였다. 그에게 최동원 선배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뛰어넘어야 할 산 이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MVP도 받고 팀도 우승 시켰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동원은 크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주위에서 자꾸만 비교하는 기사가 나오니, 한번 더 맞붙어 이기면 더 이상 말이 없겠거니 생각해 세번째 경기를 하기로 한다. 롯데와 해태, 지역감정이 들꿇으며 팬들은 언제나 열정이 지나치다 못해 광분한 모습으로 응원을 펼쳤는데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많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간혹 그라운드에 물건을 던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 시대엔 그 정도가 많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대단해보일 정도이다.

 

영화는 최고의 천재 투수 두명의 대결에 집중 하는 한편, 해태의 박만수(마동석) 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추가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주전경쟁이 치열해지고, 최동원과 선동열과 같은 에이스가 아니라면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데 박만수는 이런 주전경쟁조차도 못하는 선수이다. 프로야구 선수이지만 경기엔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하는 그는 말만 선수 였다. 당연히 1년에 300만원 정도의 돈만 벌고 그 마저도 야구용품을 사야하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는 야구를 그만두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조차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내며 가슴뭉클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롯데의 김용철(조진웅)이 코믹캐릭터를 맡아 웃음도 함께 준다.

 

야구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명경기를 펼쳐 준 최동원과 선동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그 이야기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서 최동원 투수가 지금 살아있어 영화를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가슴이 아려왔다. 금테 잠자리 안경을 쓴 조승우씨를 보고있으니 더더욱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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