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 Conta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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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이 생각난다. 요즘엔 원인미상 폐질환까지 발생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데, 이처럼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바이러스의 출연이 다른 질병보다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예방법 이라고 해봐야 기껏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할땐 타인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밖엔 없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일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접촉을 피하며 살수 있겠는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옮을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또 최근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웬만한 백신엔 내성이 있는 슈퍼 바이러스라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이미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낸 후이다. 달리 말하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해야 백신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염성도 강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인류가 가진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홍콩 출장 중 남은 시간을 카지노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베스(기네스 펠트로)는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고열과 기침은 독감을 의심하게 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더니 병원에서 손 쓸수도 없이 갑자기 사망하고 만다. 불과 몇 시간전만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웠던 아내가 이젠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린 아들마저 잃고만다. 아내와 아들이 원인을 알수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게 되자 그는 잠시 격리조치 되었지만 면역판정을 받으며 풀려나게 된다. 이제 토마스에게 남은 가족은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전부이고, 그나마 집에 없었던 딸이 무사한것에 그는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비극은 토마스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베스를 죽인 바이러스는 홍콩을 기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망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린 상태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지하철,버스,상가,거리 등을 자유롭게 거닐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촉되었던 것이다. 이제 세계는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에린(케이트 윈슬렛)박사를 현장에 급파해 조사하게 하고, 세계보건기구는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를 최초 감염지인 홍콩으로 보낸다. 에린 박사는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병에 걸리게 된다. 당연히 백신이 없으니 맨 몸으로 현장을 누빌수 밖에 없었고,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집에 있는 사람보다는 병에 걸릴 확률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에린 박사처럼 희생을 감수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 아파하는 환자를 도와주려 했던 마음씀씀이를 보면서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이런 숭고한 희생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인류는 살아남을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대사건이 벌어지면 정부는 두 가지 선택에서 고민하게 된다. 일찍 발표해 국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느냐, 아니면 최대한으로 늦춰 국민들의 혼란을 막느냐 이다. 전자의 경우엔 과잉대응이라는 측면도 있겠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자신을 보호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이 선택이 나아보인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람들은 정부의 늦은 발표와 늑장대응에 질타를 보낼 것이고, 극대화된 불안감과 공포는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설사 과잉대응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며 원인을 찾아내기 전부터 심상치않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이 있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앨런(주드 로)은 홍콩과 도쿄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의 영상을 보며 이를 기사화 하기를 바랬지만 거절을 당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기사를 쓰게 된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은 앨런의 블로그로 몰려와 정보를 얻었고, 정부의 발표와 대응을 불신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만큼 앨런의 파급력은 커져만 갔다. 특히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는 정부와는 반대로 앨런은 개나리액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하며 그 진행과정을 블로그에 게재했고 이 때문에 동네 약국엔 개나리액 품절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개나리액을 구한 사람들의 분노와 폭력을 볼수 있는데, 이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상점을 털고 응급물자를 빼앗는 극한 이기주의로도 표출이 된다.   

하지만 더 슬픈 현실은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들의 차이가 이런 상황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오란테스를 납치한 동료들은 백신이 나오면 강대국들에게 우선 배당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납치 라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 가진게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 백신이 오기까지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몇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백신과 오란테스를 교환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치버 박사의 아내가 괴한들의 침입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정부와 가까운 자는 일반 국민들보다 먼저 백신을 받을테고, 그걸 노린 사람들이 약탈하러 온 것이다. 또 치버 박사는 윗선의 정보를 통해 도시가 통제된다는 걸 알고 아내에게 미리 언질을 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없는 자,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는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속에서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이제 거리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고 쓰레기만 넘쳐나고 있다. 토마스는 딸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집안에 있게하고, 딸은 남자친구와 오로지 핸드폰만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모두 다 백신이 개발되고 바이러스가 퇴출 돼 전 처럼 거리를 마음껏 걸어다니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악수를 할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 간절한 마음 덕분인지 한 여성연구원이 치료법을 발견해 백신을 만들게 됐고, 백신을 맞을 사람을 추첨하는 방송까지 하게 되며 사태는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 또 다시 이런 사건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다른 토마스 가족, 치버와 에린 박사, 오란테스를 납치한 이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떠벌리는 앨런 같은 자들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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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나 - Colomb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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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하면 안젤리나 졸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그 후엔 이렇다 할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아바타》의 여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모습은 이 영화로 처음 알게됐다)인 조 샐다나가 액션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예고편도 흥미로웠고 말이다. 쫄쫄이 의상조차도 멋지게 소화해 낸 그녀의 '복수는 차갑게! 액션은 뜨겁게!' 영화가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기대가 컸는데, 엄청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수준도 아니었다. 액션신만 따로 모아서 보면 재미있는데 왜 이야기가 중간중간 끊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여주인공 카탈리아의 로맨스도 달콤하기 보단 잠시 쉬어가는 타임 같고, 카탈리아의 복수 대상인 조직의 보스는 생각보다 강한 상대도 아닌것 같고, 무엇보다 복수를 차갑게 하지 못한 카탈리아의 행동이 빚은 또 다른 참극은 좀 이해가 안됐다. 악당을 죽이면서 자신의 시그니처를 시체에 남기게 되는데, 경찰들도 파악하기 힘든 흔적을 굳이 남길 필요가 있었나 싶다. 경찰의 눈에 띄어 신문에 대대적으로 실리면 은신해 있는 조직의 보스가 "이건 내가 죽인 부하의 딸이 보낸 경고문이군. 그 어린 꼬마가 킬러가 되어 날 노리는군. 아이고, 무서워!!" 하면서 모습을 드러낼줄 알았던 걸까? 오히려 카탈리아가 경찰의 수사망에 오르는게 더 빠를 것 같다. 이렇듯 허점이 많은 카탈리아의 계획은 완벽한 복수를 꿈꾸는 여전사 보다는, 아직은 어린 초보 킬러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녀의 살인 장면을 보면 실수는 절대 없을것 같은 완벽한 모습이라 더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카탈리아의 부모 또한 어둠의 세계에서 일했기 때문인지 9살의 카탈리아는 또래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어려서부터 보고 느꼈기 때문인지, 조직의 보스가 부모님을 죽이러 사람을 보냈을 때도, 엄마가 총을 들며 마지막 인사를 했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책상에 그대로 앉아 있는다. 언뜻 봤을 때는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꼼짝 하지 않는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되겠지만, 카탈리아가 부하의 손을 칼로 찌르며 도망가는 모습은 미래의 킬러를 보는것만 같다. 

아버지가 준 '여권'을 통해 미국으로 가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와 삼촌을 만나게 된 카탈리아는 그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삼촌의 바램과는 반대로 최고의 킬러가 되어 복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삼촌이 반대하면 다른 곳에서 배우겠다는 이 당찬 꼬마에게 삼촌은 그러겠노라고 허락할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카탈리아는 킬러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에겐 삼촌과 할머니, 아버지가 준 카탈리아 목걸이, 그리고 복수 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런 카탈리아에게도 사랑하는 남자 대니가 생기지만 그와의 만남은 언제나 육체적인 것 뿐이다. 그 이상의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벽을 쌓는 카탈리아 이지만 대니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고, 불쑥 찾아오는 그녀를 안는게 유일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철저히 자신을 숨겨왔던 카탈리아 이지만, 대니가 찍은 단 한장의 사진 때문에 엉망이 되고 만다. 그녀가 스스로 남긴 족적 때문에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몰래 찍힌 사진 한장 때문에 너무도 쉽게 발각 당하니 참 허무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그녀의 복수극은 끝이 보이고 있었다. 원하던 대로 신문은 악당을 해치운 살인자가 남긴 문양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찰도 카탈리아의 협박에 못이겨 보스의 은신처를 제공했으니 이제 그녀가 원하는 것만 해내면 된다. 하지만 삼촌의 충고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자신을 위험속에 빠뜨린 카탈리아는, 도리어 하나뿐인 가족을 잃게 되는 아픔을 겪는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기에 너무 자만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녀가 최고의 킬러가 되었다지만, 어둠의 세계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조카의 안위를 더 우선시했던 삼촌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했었다. 최소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조언만 구했더라도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싱거운 보스와의 복수전을 끝내놓고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던 건 그녀가 잃은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아있던 복수도 사라졌고, 가족은 잃었으니 이젠 뭘 하며 살게 될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며 영원히 숨어 살게 될까? 그래도 그녀를 끝까지 믿고 기다리고 있는 대니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시 돌아올수 있는 이유가 하나 있는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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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앵그리 3D - Drive Angry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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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지옥불이 넘실거리는 곳에서 질주하는 자동차를 보여주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곧바로 누군가에게 쫒기는 3명의 남자와 처음에 등장했던 자동차와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남자들을 쫒는 사람은 존 밀튼(니콜라스 케이지)으로 인정사정없이 총을 휘두르며 자비심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존을 보는 남자들의 표정은 강한 상대를 봤을 때의 공포 이외의 것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넌 죽었잖아!" 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 말 그대로 존 밀튼은 죽어서 장례식까지 치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좀비도 아니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것인데, 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불가능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 

존 밀튼의 행동과 간간히 밝혀지는 과거를 종합해보면 그의  생전 모습은 '나쁜 악당' 이었을거로 추정된다. 그래서 범죄에 휘말려 죽게 돼 당연히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더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하나 있는 소중한 딸의 비참한 인생이었다. 좋은 아버지는 못 되었던 존이 죽은 후 딸은 사이비 종교에 자신을 의탁하게 됐는데, 그만 교주인 조나 킹에 의해 살해 당했고 갓 태어난 딸(존 밀튼의 손녀)은 제물이 되기 위해 납치 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을 지옥에서 똑똑히 봐야 했던 존 밀튼은 손녀를 구해내기 위해 자동차를 이끌고 지옥의 다리를 건넜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는 그냥 묻어두고, 신나는 액션신을 감상하고 있는데 정말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존 밀튼이 여자와 침대에 있을 때 벌어진 싸움은 그 중 백미인데 슬로우 화면과 함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많이 잔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존 밀튼의 복수극에 섹시한 금발머리 아가씨가 참여하게 된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파이퍼(앰버 허드)는 사장의 성추행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집으로 향하는데, 착하다고 여겼던 약혼자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와 결혼까지 생각했던 파이퍼는 헤어지는 조건으로 남자의 자동차를 가져가려 하지만 오히려 구타만 당하게 된다. 바람을 핀데다가 폭력까지 쓰고, 아무리 봐도 파이퍼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를 존 밀튼이 혼내주면서 파이퍼는 그와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존 밀튼이 그녀에게 호감을 표한것은 멋진 자동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이 영화엔 클래식한 차들이 많이 나온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재미가 하나 더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존 밀튼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쫒고 있는다는걸 몰랐던 파이퍼는 갑작스러운 총격전에 휘말리고 경찰까지 죽이면서 이도저도 못한 상황에 처한다. 위험한 사람 곁에 있으면 범죄자 되는건 시간 문제인것 같은데, 그래도 의리가 있는 파이퍼는 존의 정체를 알고도 떠나지 않고 복수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런데 이들을 쫒는 이들은 경찰 외에도 한명이 더 있었다. 미드《프리즌 브레이크》의 머혼 으로 유명한 윌리엄 피츠너가 지옥의 사자로 나오는데(영화에선 회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석호필을 쫒듯이 이번엔 존을 찾아내려 한다. 양복차림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데다 역할도 비슷해서 자꾸 머혼 처럼 느껴진다.  

경찰과 지옥의 회계사를 뿌리치고 조나킹을 찾아 손녀를 구해야 하는 존 밀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나는 액션신은 부족한 스토리를 메꾸기엔 다소 버거워 보이기도 하고, 특수효과 티가 확 나는 장면들이 거슬리고, 마지막 장면은 좀 황당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큰 불만은 없다. 조조로 싸게 봐서 다행이었던 점도 있고.. 

그나저나 존이야 이제 다시 지옥에 가면 끝이지만, 파이퍼는 졸지에 애를 떠 안게 됐으니 참 박복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든다. 분명 자신의 아이처럼 잘 키우겠지만 양육비 뿐 아니라 아이가 생긴걸 주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이의 할아버지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 아이를 구하고 떠나면서 내게 맡겼어요" 라고 말하면 누가 믿어주기나 할까? 이왕 맡길거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게끔 도와주고 떠나지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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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앵그리 3D - Drive Angry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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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싸우는 액션신과 황당한 스토리가 묘하게 어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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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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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혹성탈출》이 2011년 프리퀄로 다시 태어났다. 인간과 가장 닮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재였기에 SF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고,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그동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연을 지배해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해온게 사실이다. 그로인해 인간의 편리함이 가치 기준의 1순위가 되었고 그 외의 것은 당연히 희생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며 소위 문명의 진화 라는걸 해 왔다. 그로 인한 피해엔 눈을 감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위했던 것들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제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존재라는 걸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인간의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혹성탈출》이지 않나 싶다.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는 와중에도 아무것도 깨닫지 않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를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해 보게 된다.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이 '큐어'라는 약을 개발하게 된건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믿었던 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고, 쓸모없어진 유인원들은 돈의 원리에 의해 가차없이 안락사 당한다. 그 와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새끼가 있었는데, 차마 죽일수 없었던 윌은 회사 규칙을 어겨가면서 새끼를 집으로 데려와 몰래 키우게 된다. 그렇게 윌의 집에서 살게 된 시저는 친구이자 가족으로 함께 하며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데, 어느 날 윌은 시저가 보통 유인원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임상실험 대상자 였던 어미에게서 받은 약의 성분때문인지 시저는 놀라운 지능을 보였고 간단한 수화로 의사소통까지 가능하게 된다. 이 사건은 약을 실패라고 여겼던 윌에게 희망을 안겨다 주었고, 아버지를 치유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그 가능성은 곧 눈부신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데, 개발중인 신약을 아버지께 투입하자 알츠하이머 증상이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이었다. 아프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 아버지의 건강함은 윌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고, 행복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게 해줬다. 하지만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시저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감춰져 있던 공격성이 드러나게 돼 동물원에 갇히게 되고, 아버지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게 된다. 모든게 잘 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한 시저를 동물원에 가둬두는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법원의 명령을 따라야 했기에 윌과 시저는 헤어져야만 했다.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 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산 시저에게 이 곳은 살벌한 세계였다. 직원중 한명은 유인원들을 극도로 증오하며 못살게 굴었고, 유인원들은 연구소의 임상실험과 서커스 등 인간에 의해 이용만 당해 왔기 때문에 가슴 속에 분노만 있었다. 햇볕도 들어오지 않은 감옥 같은 이 좁은 곳에서 유인원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환경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처음으로 동족을 만나고, 모든 관계가 선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시저는 윌이 찾아오지 않는 시간 동안 이 곳에 서서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난 과연 누구일까? 윌의 친구일까, 가족일까, 아니면 애완동물이었나. 인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를 말이다.  

높은 지능으로 이제 이 곳의 우두머리가 된 시저는 탈옥을 감행하고 자신들을 이용하고 앞을 가로막는 인간들에게 경고가 담긴 공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저와 친구들의 공격은 인간에 비하면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다. 꼭 필요한 순간만 공격을 했고, 자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살려두었다. 그런면에선 인간보다 더 나아 보였다. 회사의 대표는 돈이 안된다면 유인원들을 죽이고, 돈이 될거라고 판단되면 유인원에게 고통스러운 실험도 지체없이 했으니 말이다.  

시저가 하고자 했던 건 인간사회를 정복하고 멸망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더 이상 인간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던 것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똑똑히 깨달은 지금, 더 이상 지체할순 없었다. 만약 인간이 똑똑하다면 시저의 일행들이 선택한 길을 존중하고 같이 조화로운 세상을 살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다. 시저의 진심을 알고 난 후, 그를 보내 준 윌 처럼 말이다. 그렇게만 되면 인간과 유인원의 싸움도 없었을 테고 각자 행복한 세상을 살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저가 원했던 것이었는데, 대체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인간과 유인원이 대격돌하게 된 것일까.《혹성탈출》의 프리퀄인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 참 착하게 끝난것 같은데, 그 후에 벌어질 어떤 사건이 공생하길 바라는 시저의 마음을 돌린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인간의 복수전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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