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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 Taipei Exchang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향이 좋은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 편안한 소파가 있는 카페는 이제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최근들어 커피붐이 일어서인지 이제는 번화가가 아니라도 동네 곳곳에 커피 전문점이 자리잡고 있는걸 볼수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끄럽고 값도 비싼 프랜차이즈점 보다는 개인이 하는 동네의 작은 커피 가게를 더 선호하고 찾게 된다. 카페 주인의 정성스러운 솜씨가 곁들여진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게 만드는《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커피 향에 실려있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조금은 느리고 심심하게 전개되지만 은은한 맛이 느껴지고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영화이다. 더불어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당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요?"라고 묻고 있기도 하다.
두얼은 항상 우아한 카페를 운영하기를 꿈꿨고 드디어 오랜 준비끝에 카페를 개업하게 된다. 원래는 혼자 운영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빈둥거리는 막내딸 창얼에게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언니 두얼을 도와 카페일을 하라며 떠맡긴다. 졸지에 동생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게 된 두얼은 티격태격하지만 별수 있겠는가. 커피 잔, 그릇, 소파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가며 꿈에 그리던 카페를 연 두얼은 자신이 만들 커피와 디저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손님들이 반드시 알아봐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역사적인 카페 오픈을 열게 되는데, 현재 손님들로 북적이고 커피 향기가 그득해야 할 카페안엔 두얼과 창얼 둘 뿐이다. 친구들이라도 오면 좋을텐데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파리만 날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기껏 만든 타라미수는 먹을 사람이 없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처음의 기쁨 마음은 사라지고 이제는 언제쯤 손님이 올까 라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두얼.
그런 두얼의 눈에 카페를 가득 채운 잡동사니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물건을 소개하자면 일단 개업 전날로 돌아가봐야 한다. 두얼은 개업식을 앞두고 카라 꽃을 사려고 나섰다가 그만 꽃배달 트럭과 사고가 나고 만다. 그런데 꽃배달 트럭뒤에 실려있는 꽃이 카라 였고, 수리비대신 꽃을 받아오게 된다. 두얼 입장에선 어차피 살 꽃이었고 트럭 운전사도 수리비를 안 물어줘도 되니 서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꽃의 양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다. 이 많은 꽃을 처리하기 위해 개업식날 올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초대했고, 초대 받은 이들은 꽃을 받는 대신 '자신들에게 필요없는 물건'들을 선물로 줬다. 그 물건이라는게 정말 하나같이 쓸모없는 것들이었는데 목마, 인형, 장난감 등 부피는 크고 보기엔 그럴싸 하지만 막상 사용할곳은 없는 것이었다. 두얼의 엄마 말대로 정상적인 물건은 하나도 없었는데, 장사가 안돼 신경이 예민해진 두얼에겐 이 물건들이 좋게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피가 큰 것들을 처분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고 가치있는 것이 될수 있다. 손님이 카페에 있는 태국요리책에 관심을 두며 팔수 없겠냐고 묻자 창얼은 산 물건이 아니니 팔지도 않는다며 거절한다. 이 대화를 들은 두얼은 창얼을 불러 팔라고 하는데, 엉뚱한 창얼은 손님에게 물건을 팔지는 않지만 다른 물건과 교환은 할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받은게 '하수구 수리'였다. 카페 화장실의 하수구가 계속 막혀서 골치거리였는데 요리책과 노동을 교환함으로서 해결한 것이다. 이런 창얼의 아이디어가 카페의 성격을 바꿔놓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본격적으로 물물교환을 하는 카페라고 홍보를 하게 된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없는 물건을 가져와 카페안의 다른 물건으로 교환해가고, 그러면서 커피와 디저트도 찾게되니 두얼의 입장에선 나쁠게 없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떤식으로든 손님을 많이 끌어들여 매출을 올리는게 1순위 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얼은 자신이 꿈꾸던 우아한 카페의 모습이 아닌것도 속상했지만, 자신의 기술이 뒤로 밀려나는 것 같아 싫었다. 사람들이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참 맛있네'라는 느낌을 얻고 즐기길 바랬는데, 전등을 어디에 둘까 라고 생각하는 동안 삼켜져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얼이 갖고 싶은 물건을 얻는 대가로 창얼은 여행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35개의 비누를 교환하고 싶다는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두얼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카페를 운영하는게 그녀가 하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찾게 된다. 비누남자가 들려준 35개의 이야기의 장소를 지구본으로 찾아보고 이제는 자신만의 36번째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그녀는 카페를 동생에게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객 신분으로 탈바꿈한다. 물물교환을 통해 심리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 내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그녀 옆에서 같이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까지 만나게 해줬으니 두얼의 카페 스토리는 해피한 엔딩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