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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형사와 탈옥수의 상반된 처지를 볼수있다. 얼굴에 덕지덕지 난 상처와 붕대로 감싼 손 때문에 꼴이 말이 아닌 형사는 멱살까지 잡힌 상태다. 반면 젊고 날쌔보이는 탈옥수는 무서울게 없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날리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탈옥수가 형사를 피해다녀야 할텐데 말이다. 이들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추격자"의 영향 때문인지 김윤석씨가 이 영화에서 형사로 나온다고 하자 "또 형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영화에선 전직 형사였지만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떠올려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추격자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끈질기고 질긴 성격은 비슷했지만 이번 영화에선 조금은 한심하고,안쓰러운 시골 형사의 모습이었다.
시골 형사 조필성은 5살 연상인 아내 앞에선 큰 소리 한번 내지도 못한다. 한푼이라도 벌기위해 양말 부업과 만화방을 운영하는 아내에게 팬티 한장 사주지 못하는 그런 궁상맞은 남편이다. 집에서 기 한번 펴지 못하고 사는 조필성.
하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역에서 하는 소싸움 대회에 내기 돈을 걸었는데 그게 대박이 난것이다. 아내의 통장을 몰래 훔쳐 300만원을 걸었는데 무려 6배의 배당금을 받을수 있게 됐으니 입이 귀에 걸릴만하다. 이젠 작은 딸의 바램대로 캠코더도 살수있고 아내에게 모처럼 예쁨을 받을수 있게 됐으니 어이 안 좋으랴~!
하지만 탈옥수 송기태의 등장으로 조필성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조필성의 친구들과 송기태가 싸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송기태가 조필성의 돈을 활동자금으로 쓰려고 가져가고, 그 사실을 안 조필성이 송기태를 잡으려고 하면서 말이다. 조필성에게 그 돈은 보통 돈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것 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되돌려받아야 했다. 그러나 조필성이 상대하기에는 송기태가 너무 강했다. 그는 토끼였고, 조필성은 거북이었다.
조필성은 송기태에거 얻어 맞아 기절까지 하고, 목에는 담배자국이 남겨졌고, 나중엔 손가락마저 잘렸으니 형사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쯤되면 자신이 상대할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순 없었다. 1800만원을 잃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에 더 이를 악물었을 테지만 그가 포기할수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송기태에게 당한 일이 동네에 소문이 쫙 나서 가족에게 면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별볼일 없는 남편,미덥지 못한 아버지 였는데 이번 일까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는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것이다. 그래서 그는 송기태를 잡기 위해서 뛴다. 조금 모자란듯한 친구들과 잠복근무를 하기도 하고, 필살기를 익히고, 발에 땀이 찰 정도로 뛰고 또 뛰면서 그놈을 잡기위해 노력한다. 신출귀몰하는 송기태는 엄청난 싸움솜씨와 도주 능력을 지녔으니 보통 뛰어가지고는 안되기에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 붓는다.
과연 그 결과는?? 땀 냄새가 물씬 풍겨져 나오는 이 영화의 마지막은 예상대로다. 결국은 땀의 댓가가 보상을 받고, 가족에게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이자 형사인 조필성의 웃음이 보기 좋았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가 될수 있었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버린 조필성 형사! 느물느물하고 조금은 거친 시골 형사를 완벽하게 연기해낸 김윤석씨 때문에 영화가 더 재미있었고 빛이 났던것 같다.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글쎄,딱히 생각나는 배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