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콩콩꼬마그림책 13
조 신타 그림, 야마시타 요스케 글, 유문조 옮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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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용이는 장난꾸러기 입니다.
친구들의 뿔을 자르고, 팬티를 찢고, 아빠 도깨비 방망이로
야구를 하거든요.
거기다 목엔 작은 북을 매달고 쿵쿵 치며 시끄럽게 합니다.

그러자 화가난 아빠는 용이에게 "나가버려!" 하며 집에서 쫒아냅니다. 활발하다 못해 장난만 치는 아들을 혼낸거죠.

인간 건이도 용이 못지 않는 장난꾸러기 입니다.
음식을 흘리고, 변기를 뒤집어쓰고(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 아빠 골프채로 칼싸움을 합니다.

그러자 건이 아빠도 아들을 집에서 쫒아 냅니다.

그런데 하필 용이가 건이 머리위로 떨어집니다.
건이는 깜짝 놀라 "넌 누구냐" 하며 북을 둥!하고 치자,
용이도 "도깨비다, 너는 누구냐?"하며 북을 덩!덩!칩니다.
이에 질세라 건이도 "사람이다"며 북을 쳐 댔구요.

두명의 장난꾸러기가 모였으니 시끄러운건 당연지사겠죠?
둘은 신경전을 펼치며 북을 칩니다.

두둥뚜루 덩! 두둥뚜루 쿵! 두두두두 둥!뚜루루루 쿵!

그런데 어머나!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가와 싸우는걸 보자
용이와 건이의 부모님이 나와서 북 치기에 합세하죠.

거기다 건이의 고양이와 강아지, 용이의 닭과 소도 달려나와
북을 칩니다!
쿵뚜루당 쿵뚜루덩 쿵뚜루당 쿵쿵! 뚜루당 쿵쿵! 뚜루덩 쿵쿵! 뚜루 뚜루 쿵딱! 뚜루 뚜루 덩딱!

시끌시끌해지자 사람들이,도깨비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나와




시끌시끌해지자 사람들이,도깨비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나와
둥둥둥둥 소리를 내며 북을 치는데!

갑자기 북소리가 둥! 하고 딱 맞는 순간이 발생합니다.
서로 맞춘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상황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사람들은 방금의 싸움도 잊은채
크크크 헤헤헤 푸하하 호호호 하고 웃습니다~!!

건이와 용이도 즐거워하며 "우리 또 놀자"라고 말합니다.

서로 북을 치는게 싸우는건줄 알았는데 이들에겐 하나의 놀이가
됐나봅니다. 북을 세게치면 위협적인 소리가 될수 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치면 신나는 놀이가 될수 있다는걸 알게 됐네요.

이렇게 시끌벅적한 놀이가 끝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마 조만간 도깨비와 인간의 둥! 놀이를 또 한번 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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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 너의 손길이 필요해 너의 손길이 필요해
예영 지음, 황유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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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선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이 많고, 그래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 즐비하다. 이 책은 도와주고는 싶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했던 이들에게 '이런 곳이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며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책의 제목처럼 세계 곳곳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고, 우리는 작은 관심과 격려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경험을 할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수도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도와줘야지, 왜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까지 신경쓰느냐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옳다고 맞장구 쳐 줄 수도 없다. 우리가 6.25 전쟁을 치르고 여러면에서 힘들었을때 세계각지에서 보내준 사랑의 손길을 그새 잊었느냐고 되려 묻고 싶다.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이들이 십시일반 전해준 따뜻한 마음은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받기만 한 우리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베풀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나눌 수 있다는건, 그만큼 성장했다는건 큰 축복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도 도움을 주는데 인색하다면 그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 스스로가 부끄러운 일이다. 더 부끄러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경제면에 비해서 많이 베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이 구호 물품을 많이 낸다는 건, 우리가 반성하고 생각해 볼 문제이다.

 

코트디부아르의 열세 살 마리암은 100명의 아이들과 함께 카카오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부모님의 말과는 달리 학교에도 못 가고 배 불리 먹지도 못한채 하루 12시간을 열매를 따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치고 잡초를 없애는데 쓴다. 품삯은 커녕 조금만 쉬어도 채찍이 날아오는 그 곳에서 아이들은 절망을 맛본다. 카카오 열매를 만지면서도 초콜릿은 한번도 먹지 못한 아이들. 가난은 아이들을 값싼 노동자로 만들었고 어른들은 거리낌없이 착취해갔다. 학교 가기 싫다고, 밥 먹기 싫다고 떼를 쓰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리암의 이야기를 해주면 어떨까? 너가 하기 싫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소원 이라는걸 알려주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가난한 나라 아이들은 노동 착취의 덫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애처롭다. 한창 엄마 품안에서 어리광을 피워야 할 5~6살 아이가 배에 갇힌채 하루종일 물고기를 잡고, 축구공을 만들고, 돌을 쪼갠다. 그런 모습을 TV에서 접할때 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과연 누가 이 아이들의 웃음과 미래를 빼앗는가. 누구도 그럴 권리가 없는데 말이다. 설령 그게 부모일지라도.

마리암과 같은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라는 기구가 생겼다. 어린이와 관련된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개선하기 위해 생겼고 우리나라도 6.25 당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 투발루는 해마다 해수면이 높아져 면적이 바닷물에 잠겨 사라지고 있다. 이 나라의 슬프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W]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다. 가뜩이나 작은 나라가 100년 후에는 세계지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니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일은 투발루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해수면이 높아진건 지구의 기온상승때문이었고 그 원인은 선진국들에게 있었다. 경제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의 증가와 자연파괴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엉뚱하게도 투발루 였던 것이다. 지구를 멍들게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죄없는 사람에게 간 경우다. 이에 투발루는 2001년에 국토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 일은 사람들에게 지구 환경을 개선하고 지켜줘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그린피스'라는 세계적인 환경 단체등이 더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만나볼 사연은 더 끔찍했다. 할례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처음 알게 된건 성경책을 통해서 였는데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다가 할례가 '여성의 성기 일부분을 잘라 내고 소변과, 생리를 할때 피가 흘러나올 만큼의 작은 구멍을 남겨 놓고 다시 꿰매는 시술'이라는걸 알게 된 후로는 경악했고, 이런 일이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여지껏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소말리아의 아르다도 생일 날 이 의식을 치뤄야만 했다. 이 끔찍한 경험 후에 언니와 친구가 죽고 엄마는 평생 고통스러워 한다는걸 알기 때문에 너무도 두려웠지만 어린 소녀가 도망 갈 곳은 없었다. 평생 소변 볼때마다 30분 이상 고통 받아야 하고 아이를 낳을때 죽을수도 있는 할례를 과연 아름다운 전통 이라고 할수 있을까? 그것은 철폐되어야 할 악습일 뿐이다.

'국제연합', 즉 UN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치,경제,환경,무역 등 갖가지 문제의 현장속에 가장 먼저 달려가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 아르다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했고, 사람들은 할례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힘썼다. 하지만 지금도 없어지지 않는 할례.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케냐의 사무엘은 물을 길으러 6km의 강가까지 가고, 동물의 시체와 쓰레기들이 떠다니는 강물을 마시고 씻으며 생활한다. 우리가 봤을땐 썩은 물이 그들에겐 유일한 식수원이다. 이 물을 사용하면 각종 병에 걸려 죽을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먹을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우리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걸 당연시 여기고, 물 부족 국가임에도 아끼지 않고 쓴다. 물낭비가 심해 국가에선 요금을 더 올리지만 효과는 없어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물은 주위에 흔했고 아껴야 한다는 배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물을 사먹는게 큰 충격이었는데 이제는 생수를 사는게 당연하다. 만약 몇십 년 후 케냐처럼 물이 귀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흙탕물도 감지덕지 하며 마시지 않을까.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이 없어 '재앙의 물'을 먹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해줄수 있는건 무언지 생각해보자. 6.25때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와 한국의 한경직 목사가 설립한 '월드비전'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나 자연재해,기아 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달려가 즉각적인 구조활동을 펼친다. 나도 처음엔 의사들로만 구성된 단체인줄 알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질병예방사업을 하고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일을 한다. 또 '국제앰네스티'는 국적,인종,신앙의 차이를 초월하여 활동하는 비정부기구로, 전세계의 250만 회원이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적인 인권단체이다.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세계보건기구 'WHO'는 병으로 죽어 가거나 혹은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보건단체 이다. 전염성 강한 콜레라는 치료하지 않고 놔 두면 사망률이 50%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주면 1%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병원을 못가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된다. 때론 간단한 응급처치를 못해 악화되거나 죽는 경우를 보면 무척 안타깝다. 그런면에서 우리의 도움이 주는 무게는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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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우리 미술 블로그 -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교과서에 숨어 있는 우리미술 이야기
송미숙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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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에 대한 책이 많은데 비해 우리 미술에 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들어 많은 조명이 비춰지고 책이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특히 이 책은 많은 자료와 재미있는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수 있는 부분을 잘 피했다. 블로그 라는 제목처럼 책 속 디자인도 인터넷 블로그 메뉴를 연상시키게 해놔서 흥미로웠다. 단, 너무 빽빽하게 해놔서 처음엔 겁(?)을 먹을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려있는 정보가 많다는 뜻이겠다.   

삼국시대, 조선 초 중기, 후기, 말기, 한국 근 현대로 크게 나뉘어 지는데 삼국시대의 회화는 주로 학창시절에 많이 봐왔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자료가 적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작품 속 의미와 시대상을 알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고구려,백제,신라의 뚜렷한 개성이 돋보이는데 같은 시대를 살고 있고 같은 민족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는게 두드러진다. 씩씩한 고구려,여성적인 분위기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백제, 섬세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신라는 생활상의 다름 만큼이나 벽화에서도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옛날엔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종교와 미술이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서양의 벽화와 작품을 보면 종교를 모티브로 한 경우가 많고 그로인해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겐 불교가 그러했는데 그중에서도 국교가 불교인 고려가 그러했다. 불교를 바탕으로 한 미술 문화는 많은 예술품을 낳았고 그 중 신비로움을 뽐내는 고려청자는 으뜸으로 꼽힌다.중국이나 일본의 청자의 화려함에 비해 고려 청자의 첫 인상은 너무도 수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계속 보면 볼수록 은은한 색상에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감동받는데, 아직도 고려청자의 오묘한 푸른색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 오랫동안 신비로움으로 남을 것 같다.  

조선으로 오면서 불교는 천대받고 유교가 채택되며 미술 문화도 그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각 시대마다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꾼 꿈을 바탕으로 한것은 유명한 이야기이고, 현모양처의 대표로 꼽히는 신사임당의 그림이 실제와 너무 똑같아 벌어진 일화들도 유명하다. 조선 시대 그림을 보면 선비의 고고함을 나타내는 사군자와 풍경, 새 와 같은 그림들이 많은것 같다. 그리고 초상화도 많이 그려지는데 주로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하고 인물의 내면과 교양,학문의 깊이까지 담아내도록 한게 큰 특징이다. 예전엔 사진이 없기 때문에 초상화가 발전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일본의 초상화와 비교해 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  

김홍도와 신윤복 말고도 개성 넘치는 화가들을 만날수 있었는데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가 된 취북이 그러했다. 이한철이 그린 최북의 초상엔 오른쪽 눈을 감고 있는 그를 볼수 있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 새를 대상으로 한 그림도 많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동물들 이어서 친근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가장 좋은건 그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그림이다. 김홍도가 대표적인데 그의 작품은 역사 고증으로서의 가치도 있는것 같다. 자연의 풍경도 좋지만 조상들의 생활 모습에 더 큰 호기심이 생기고 좋아하게 된다. 한국 근,현대의 작품은 대부분 모르는 것이어서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도 그러했다. 요즘들어 위작 논란에 휩싸여 안타까움을 낳고 있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은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우리나라 미술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분들인데 불미스러운 일에, 특히 작품에 매기는 돈 때문에 벌어져 더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우리 미술의 대부분을 시간순대로 짚어주고 있는데, 중간 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있어 지루한줄은 몰랐다.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자칫 겉만 핧고 갈수도 있지만 내용이 충실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에 어렵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 미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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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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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냉정한 얘기일순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라는게 가슴아플때가 있다. 간혹 2등에게 관심을 주기도 하고 꼴찌의 노력과 눈물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끊임없는 경쟁을 한다. 마치 중심에 다다르고 정상에 오르면 행복의 완성 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몇 배, 아니 몇천배 이상의 사람들이 중심을 둘러싸고 있고 그렇게 원은 커져 나간다. 중간, 바깥을 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을테고 그렇게 안 과 밖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할 차례다. 과연 안으로 들어가는게 모든 사람들의 목표일까? 어쩌면 다른 이들이 바깥이라 생각하는 곳을 안이라 여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모두 다 1등은 될수 없듯이, 모두 다 1등을 원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사는 방식도 생각도 다른 법이다.  

대형 멀티 극장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 극장은 낡은 느낌이 든다. 시사회가 열릴때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 노인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틀어주고, 한 관은 뮤지컬 공연을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이 있어 놀랐다. 생존의 한 방편이겠구나 했는데 그 시작을 젊은 김은주 사장이 한 거란다. 하지만 2000원의 요금과 주변 극장들 틈에서 홀로 자립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김은주 사장은 힘든 경영을 해나가면서도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행복을 지켜보며 힘을 얻는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그녀의 행보가 미련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일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김은주 사장에겐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우선순위에 있어 보인다.  

전국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는 신지승 영화감독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잠만 재워주고 밥만 먹여주면 그걸로 오케이, 정해진 시나리오도 전문 배우도 없는 유일무이한 '마을 영화제'를 찍는다. 처음엔 거부하던 사람들도 영화에 참여하고 연기를 하는데 이런지가 벌써 10년이다. 그의 꿈은 전국민이 참여하는 '마을 영화제'를 여는 것인데 그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있는데 그들의 삶은 때론 힘겹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기도 한다. 배고픈 직업이라 일컫는 연극생활을 오래한 임학순씨는 현재 택배기사로 일하는데, 평생 연기만 해오던 그가 매일 100개가 넘는 물건을 배달하며 살고있다. 어쩌면 그는 실패한 삶이거나 꿈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로 여겨질수 있다. 꿈을 포기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신의 현재에 100% 만족하는 사람이, 내 꿈을 이뤘다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면에서 그는 실패한 삶도, 패배자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고 여긴다.  

성실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인디밴드 타바코쥬스는 어른들이 걱정하기 딱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면 분명 이러지 않을까? "지금은 놀고 음악 하는게 좋겠지만 나이가 더 들면 어쩌려고 그러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든가 기술을 배워라" 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 젊은이들은 소속사 대표조차 혀를 내두를만큼 놀기 좋아하고 인기도 그저 그런 팀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안된다는걸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 비록 음반이 많이 팔리지도,그렇다고 팀웍이 좋거나 성실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걸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타바코쥬스를 보며 묘한 부러움도 생긴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한 아이로부터 "태어나서 처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해 지금도 일하고 있고, 주역은 아니지만 군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발레리나 안지원씨는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자신을 주목해 줄거라는 믿음으로 공연을 펼치고, 박태환 선수와 같은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씨는 언젠간 자신의 기록이 좋아질거라는 목표로 물살을 가른다. 그 외에도 유명 배우의 손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최현숙씨, 야생의 호랑이를 찍기위해 고독한 싸움을 하는 다큐감독 최기순씨, 끝내 익명으로 우리나라 시간강사의 처지를 토로한 분도 계셨다.  

인물들 뿐 아니라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못해 결국 40원짜리 폐지가 되는 책의 운명, 비무장 지대 DMZ,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후 역으로 한국에서도 열풍이 시작된 막걸리까지 저자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는 계속 된다. 처음엔 가볍게 읽으려고 본 책인데 인터뷰이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웃음이 빙그레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연들이 오직 이들에게만 있으랴 싶다. 그래도 길을 걸어가다보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이 나올 것이고, 그 문을 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작은 기대와 꿈마저 없다면 팍팍한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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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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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무서웠던 것은 엄청난 양으로 한꺼번에 닥쳐올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자, 지금의 모든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현재의 모든 것이 내게 너무나 어울리며 올바르고 다정하게 여겨졌다-57쪽

나는 배우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 뭔가 재미있고 교양 있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 나의 서툰 영어 실력도 행복했고, 내가 하는 일에서는 말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행복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 속에 살고 있고, 이제는 과거 세계와의 거리감도 생긴 것 같은 감정이 들었다-59쪽

어머니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나름의 교육 방식이 있었다.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96쪽

이런 생각들이 끝나자 드디어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그 증상은 내게 아직 멈출 기회가 있고, 이 사랑에 정말 풍덩 빠질지, 빠지지 않을지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113쪽

결혼이나 연애의 좌절을 겪은 후 서둘러 다음 상대를 구한 사람들이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과거에 의해 복수를 당하거나 압살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거꾸로 사랑의 상실 후 자기 내면으로 침잠한 사람들이 나중에 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삶에 복귀하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않았다.-142쪽

용감함이 정의나 진리, 이웃 사랑보다 낮은 수준의 미덕일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그것과 다름 없는 미덕이었다.-165쪽

응답받지 못한 사랑은 자신을 거부한 사랑을 자신이 거부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그렇게라도 해서 스스로에게 공정함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공평해질수가 없어요.-170쪽

우리가 싸우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는 그 행복을 위해서.-173쪽

선한 것은 진실하며 아름답고, 나쁜 것은 거짓되고 추하다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들의 완강한 희망이었다.-191쪽

과거와 현재, 풍요와 빠듯함, 즐거움과 진지함, 외향적인 삶과 내향적인 삶,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계는 완벽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나는 한 잔의 와인을 들고 그 세계의 중심에 앉아있었다. -216쪽

내가 읽은 사유들의 상상적인 구성물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 내 눈앞에서 하나의 육체로 현현한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무기력한 존재였다. 그는 내가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 인생에 강한 영향을 주었고, 나 역시 그가 내 생각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해 나만의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이제 만질 수도 있고, 상처를 낼수도 있었다.-297쪽

나는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사과하고 나자 너무 서글펐다. 나중에야 나는 그것이 엄마와의 평화를 위해 내 자존심을 판 행위였다는 것,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사과해야 하는 자기비판의 모든 형식이 결국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붕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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