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경세론과 조선의 제도들 2 - 유형원과 조선 후기
제임스 버나드 팔레 지음, 김범 옮김 / 산처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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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 제도로 5급 국가고시가 있다. 외시와 사시는 특수대학원 형태로 고급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 하에 폐지되었으나 실상은 과거보다 더 좁은 문이 되어 버렸다(서울대 법전원을 생각해 보라). 갓 5급 사무관과 오랜 현장 실무 경험의 9급 출신자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여전히 조선 시대의 관료제 안에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직장인으로 평균적 직무 능력을 키우려면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PSAT, 행정법, 행정학 같은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짧은 시간 내에 고도의 판단력과 직무 능력이 생기겠는가(세월호 사건 당시 해양경찰청의 지휘부를 생각해 보라). 국민을 개돼지로 표현하던 어느 공무원의 말마따나 신분제 사회나 다를 게 없는 사회 구조에서 현재의 공무원 제도는 조선 시대의 관료 제도와 얼마나 다르겠는가. 학교나 시험 점수는 한 인간의 평균적인 능력이나 자격 조건은 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학위나 시험 점수가 바로 직무 능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특정 분야의 장인들을 보면서 명문대 출신인지 시험 점수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따지지 않는다. 사실상 출신 대학이 신분과 능력인 한국에서 공무원 제도마저 덜 평등하고 덜 공정하게 보인다. 한국에서 보수적인 영역의 하나로 고급 공무원의 세계가 있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장인이 되어야 한다. (1급 공무원의 1급이 장인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안다) 공무원시험에서 수석 합격이니 전리품 수집하듯이 2관왕이니 3관왕이니 하는 허드레는 과거 합격자의 요란한 행차로만 보인다. 여전히 권위주의에 머물러 있다.

* 고급 공무원 또는 고위 공직자일수록 책임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사건 해경 지휘부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민낯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재판부의 말을 들어보면 기가 막히다. "대형 인명사고에 제대로 대비 못 한 관리 책임은 질책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로 단정해 처벌할 수는 없다." 책임을 가진 공직자라면 당사자의 위법 행위 여부를 떠나서 어떤 형태로든 강하게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책임을 지지 않는 공직자를 어떻게 공직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여의도의 국회를 보면 으례 국회의원이 생각난다. 국회의원 역시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축의 하나이다. 막강한 입법권을 갖고 있기에 정치 자금 후원이나 금품수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국회에는 법조계나 명문대 출신이 많고 석박사 출신도 적지 않다. 대학 교수였다가 국회의원이 되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한다. 석박사 소지자들이 자신들의 본령인 학계에 있지 않고 왜 국회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판검사나 변호사가 국회로 나오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학위를 받기 위해 금품이 오간다면 믿겠는가? 조선 후기의 납속이나 공명첩처럼 암암리에 학위가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논문 표절은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회(지방의회)와 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법권을 사용하고 있을까? (LH 사태에서 보듯이 사후약방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이를 막아야 할 의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다) 국회(지방의회)에는 법조계나 명문대, 석박사 출신보다 지역을 넘어 한국 사회의 각 영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진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회의 각 영역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집권하는 날은 언제 올까? (조성복의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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