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토익 RC PART 7 강의노트 - 토익, 생각의 순서를 잡아주는 유수연 토익
유수연 지음 / 사람in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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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토익 전략서라는 제하의 책들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솔깃한데 토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것 같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강의에 연결되고, 강의가 없으면 문제집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유수연 토익 강의노트는 의미가 있다.

700점 이상 득점자가 더 올라서려면 반드시 토익 파트7과 맞닥뜨리게 마련이다. 시간이 없어 많은 문제들을 눈물을 머금고 찍게 되는 부분이다. 이 책은 토익 파트7 문제 한 세트를 단일 지문 독해, 이중 지문 독해, 삼중 지문 독해로 나누어 풀이하는 과정을 통해서 범용적으로 통용될 만한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초심자라도 무리 없이 가볍게, 빠르게 볼 수 있다.

(갑자기 뚱단지 같은 얘기일 수 있으나) 토익에서 더 나아가 토익을 채택한 공시와 그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공시에서 7급 수험생은 영어는 거의 대부분 토익을 선택할 것이다. 매달 2-3회의 응시 기회가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익숙한 시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시생뿐만 아니라 모든 응시자가 만점을 받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할까? 만점자와 5점 모자란 응시자의 능력이 그렇게 넘사벽으로 차이 나는 것일까? 응시자 중 누구도 토익의 목적상 영어학자나 통번역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공시생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합격할 수준만 갖추면 된다. 그렇다면 700점 이상만 득점하면 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며 철저히 점수로 재단될 것이다.

그래서 만점 신화나 귀족 문화가 한국에서 견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토익에서 700점은 평범한 것이며 만점 또는 고급 신분이 되는 과정으로 가기 위한 시작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7급 공무원 시험이 점차적으로 고시화되고 있지만 7급 공무원이 되었다고 해서 결코 고급 신분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위에는 고시 제도를 통과한 고급 신분이 있으며, 그들이 고위 공직자의 다수를 이룬다. 5급 고시 출신의 공무원은 대부분 SKY의 귀족 문화에서 배출된 고급 신분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재 고위 공직자의 50%, 판검사•외교관의 70-80%가 SKY. 한국에서 고시 제도는 아직 남은 과거제처럼 보이며 지배 계층의 등용문이었다. 외시•사시가 그러했듯이, 고시가 사라지면 특수 대학원인 국립행정학교(프랑스의 그랑제콜 ENA가 그러함)가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여기서 잠깐, 대졸로 9급 또는 7급 공무원의 시작과, 서울대와 고시 또는 국립행정학교 출신의 5급 공무원의 시작을 비교해 보라. 거기에 문벌 프리미엄이 붙은 그들을 생각해 보자. 공시와 아무 상관없지만, 다시 그들과, (구의역 사고 같은) 산재 사고로 죽음에 노출되는 고졸 청년 노동자의 시작과 비교해 보라. 그리고 과거의 사농공상(천)과 노동의 가치가 지금과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자. 다시 과거의 군주정과 지금의 민주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라. 헌법 조문 밖의 세상에 현군 정조는 보이지 않고 평균 이상의 경세가 정약용을 한숨 쉬며 손꼽아야 할 것이다.

고시 출신의 행정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군 장교, 판검사, 외교관, 경찰 간부 등 각종 분야에서 특정 학교(조선시대 서원의 역할과 비슷) 출신의 고급 문화에서 배출된 이들이 상위 계층을 다수 점유하고 있다. 물론 외무고시와 사법고시는 이미 폐지되었지만 외시•사시 출신의 공무원들은 여전히 활동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진정 공무원이 인생 직업이라면 왜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그 시원은 문벌에 있고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문벌의식이 지배 계층에서 대대로 전해졌다(김동리의 화랑의 후예, 일제강점기 황진사의 문벌의식은 이를 잘 설명함). 문벌의식은 기본적으로 독점과 차별을 특징으로 하는 봉건적 신분의식을 말한다. 문벌은 갑오개혁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이나 불문율, 기득권, 학벌 같은 형태로 지금도 살아 있다. 홍범 14조에는 문벌을 가리지 않고 인재 등용의 길을 넓힌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문벌은 공신, 과거급제자, 고위공직자, 왕후(황후)를 많이 배출한 특정 가문,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가문 중심의 이익집단(파벌)을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과거 합격자라도 자신의 문벌에 따라 커리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한국의 귀족검사를 떠올려보라).

• 대표적인 문벌의 폐해: 조선 순조부터 3대 60여 년 동안 안동 김씨 등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함.(벽파의 정치 탄압이 피를 튀기는 가운데 임금의 장인인 시파 김조순이 등장하여 벽파를 누르고 김씨 문벌정치를 이룩하였다. 김씨들은 독점 문벌정치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몇몇 문벌들과 협조 체제를 모색하여 벼슬자리와 이권을 모조리 거머쥐었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흥선대원군의 집권 이후 문벌정치는 여흥 민씨 일가에 의해 구한말까지 계속됨. 극소수의 문벌이 거의 백여 년간 중앙 요직(뿐만 아니다)과 각종 이권을 독점하고 반대 세력을 사직, 좌천, 유배, 처형시킴. 그리고 그 밑에는 가렴주구로 결딴난 민생들.

결국 만점이란 한국에서 고급 신분의 자격을 상징한다. 만점의 고급 문화는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게 봉건적 신분 사회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비유를 들자면, TV드라마 허쉬에서 신문기자 인턴 오수연은 왜 자살해야 했을까?

* SKY의 귀족 문화: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서울대 등 3개 대학은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공정과 정의 측면에서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것은 고위공직자의 출신대학이 이 3개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펼쳐 보라) 이것을 합리적인 차별로서의 공정과 정의로 보기에는 민주주의 이념 아래 그 차별은 가혹하고 혐오스럽다. 그 차별은 헌법 1조 2항의 국민의 대다수를 쌍놈, 불쌍놈으로 만든다. 이들 국민은 조선 후기 공명첩이든 부정입학이든 편입이든 신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평생 굴욕을 느끼며 살게 된다.(그러기에 한국의 사회 개혁은 근본적으로 교육 제도에 놓여 있다. 국공립대 중심의 대학 통폐합은 이미 오래된 미래다. 달걀 정도의 차별금지법은 눈물날 정도로 안타까울 뿐이다.) 성균관 유생들처럼 그들은 자기모순을 스스로 비판하고 시대정신을 말하기보다 과거의 문벌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고려대 4차 집회에서 세종캠퍼스 학생 논란을 떠올려보라). 그들은 왜 헌법 11조 1항 누구나 평등할 권리에는 관심 갖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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