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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토브리그 대본집 1~2 세트 - 전2권 - 이신화 대본집
이신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최근 종영한 인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이 신화 작)를 대본집으로 읽었다. 16부작 드라마라 1,2권 합쳐 대략 1,000페이지에 달한다. 평소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데 (기다렸다 다음 회를 챙겨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어찌된 일인지 집의 세 남자가 이 드라마를 꼭꼭 챙겨보는 바람에, 곁눈질 하다가 같이 보게 되었는데, 군데 군데 놓친 부분이 있어서 찾아볼까 하는 참에 이 대본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읽을 때마다 머리속에서는 드라마의 장면 장면이 떠오르고, 시청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너무나 개성있던 연기자들이 바로 앞에서 연기하는 듯 했다. 드라마는 70분씩 16회 방영된 미니시리즈인데, 책으로 읽다보니 8배속, 아니 32배속, 그 이상의 속도로 정주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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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는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p9)
이 드라마도 스토브리그 기간에 벌어진 사건을 담았다. 프로 야구단 드림즈를 가지고 있는 재송 그룹은, 중공업 분야로 체질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만년 꼴찌팀이고 수익도 나지않는 야구단을 해체하려고 한다. 그 과정을 수월하게 하고자 그룹 상무이며, 구단주의 조카 권경민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백승수를 단장으로 뽑는다. 지역적 특색이 강한 야구팀이라, 무작정 해단하면 지역적 반발이 클 것이라, 온갖 스캔들을 일으켜서 지역민의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백승수는 꼭두각시 역할을 거부한다. 그는 꼴지팀 드림즈를 철저히 분석해서 환골탈태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지만, 프런트 팀원들과 선수들은 백승수의 진심을 알게되고 동화된다. 역대 프로 야구계에서 일어났던 온갖 사건들이 다 거론되고(약물, 도박, 승부조작까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드림즈는 살아난다. 하지만 그룹은 끝내 드림즈를 버리려하고 백승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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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냉담 상태이긴 하지만,(야구 경기는 너무 길어서..)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원년팬이었다. 프로 야구가 출범하면서부터, 야구 중계를 즐겨보고, 하루의 마무리를 야구 뉴스를 시청하는 것으로 끝내곤 했는데, 야구팬들은 알겠지만, 롯데 자이언츠도 성적이 매우 매우 안 좋다. 드림즈처럼.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대본집을 읽으면서 두 팀이 쌍둥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동안 롯데 프런트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해왔던 것에 대해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팬들은 이왕이면 승리하면 좋지만, 비록 패하더라고 최선을 다한 경기를 사랑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흘리는 땀방울을 원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팀이 엉망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노력을 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그동안 팬들은 그냥 보여지는 결과로만 받아들이고 비난하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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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일면 승수와 경민이라는 선악 대결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본인의 능력을 다해 일하고ㅡ 결과에 실망하더라도 다음 일에 또 매달린다. 그리고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결말도 상쾌 명쾌하다. 두 주역 배우들의 연기가 어쩜 그렇게 맛깔진지, 싱크로율 100%이다. 대본 작가가 두 연기자를 미리 정해놓고 대본을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 회에 배우 이제훈이 같은 이름으로 등장해서 신기하다 했는데, 대본 작가가 배우 이제훈을 염두에 두고 썼는데, 실제로 제작에 참여해 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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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지 않고 책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면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 책에서는 표현 안 되는 배경 음악, 화면 처리 등을 떠올릴 수가 있다. 야구를 아는 사람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야구를 몰라도 이 직종의 직업인들이 얼마나 숨가쁘게 살아가는지 그 삶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재미있게 시청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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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대사가 많은데 몇 개만 고르면..
책 속으로
1권-p232> 근데 왜 자꾸 사과나무를 심어!! 내일 없어질 지구에다가. 어?
1권- p408>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미숙 씨가 해 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게 그냥 그게 기분이 좋아.
2권-p484> 아뇨. 저한테는 처음으로 뭔가를 지켜낸 걸로 기억이 될 거 같습니다. 이걸로 계속 힘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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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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