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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크리스티나 달처의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의 원제는 VOX, 목소리 또는 말이라는 뜻이다.
가까운 미래의 미국, '순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여자들이 말을 금지 당한 사회가 있다. 여자들은 손목에 '카운터'를 끼고 하루 100단어만 허락된다. 여자들은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 학교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여성이 해야할 항목, 요리등 가사일만을 배운다. 100단어를 초과할 때 전기 충격을 받는다. 모든 미디어는 통제되고, 독재를 꿈꾸는 대통령과 성경 교리에 집착하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했다. 이 놀라운 현상을 남자들은 옛날에는 원래 그랬었다며 동조한다.
어느 날, 대통령의 형이 쓰러지고, 정부에서는 신경언어학 박사 진을 찾아와서, 진이 연구했던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다. 진은 이 기회에, 딸 소니아를 위해서, 그리고 태중의 아이를 위해 뭔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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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 영화 등에서 단골로 선택되는 소재는 '감시 체계'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전에 차단시키는. 이 소설은, 직접적으로 그 목소리를 제한하는 획기적인 소재를 다뤘다. 하루 100단어. 그 제한때문에 진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다. 또한 남녀 대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분노하는 여성들을 남자들은 모른 척 하고 가부장제의 환상에 젖어든다.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 가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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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이런 통제로 가는 과정을 자신이 무관심으로 허용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그녀가 연구에 몰입해 있을 때, 친구 재키는 행동하고 분노했으며, 진에게 계속 경고했다. 마치, 1900년대 초에, 독일에서 나치가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에, 스멀스멀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채워갔던 것처럼, 아무도 순식간에(소설 속에서는 15년정도의 기간)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책 속에 페미나치라는 표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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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력과 치밀한 구도에 놀라고, 한편으로는 이런 사회의 묘사가 생뚱맞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에 놀랐다. 어디선가, 언제던가, 보고 들었고 경험해 본 듯하지 않은가? 아직도 그러한 사회가 지구 여기 저기에 존재하고, 우리나라도 '유리 천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회가 아닌가. 한없이 침울한 사회에서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 진을 실망시켰던 남편 패트릭도 한없이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비록 소설이지만, 우리가 늘 깨어있어야 함을 강변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좋은게 좋다로 끝나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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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30> 메릴린 먼로가 말했듯이 나이는 여자를 철들게 하지. 이제 너도 좀 냉정해져봐. 자유로워지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보라고.
p304> 악마는 착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승리한다.
p342> 괴물은 절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잘못 인도된 프랑켄슈타인처럼, 그들은 하나하나씩 천천히, 항상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의 인위적인 창조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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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