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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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된 황세연의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를 읽었다. 서미애 심사위원의 소개글을 읽고 펼쳤는데, 왜 만장일치 당선작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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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6년째 범죄 없는 마을 중천리.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대역사를 앞두고,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어디선가 나타난 시체 때문에 마을이 뒤집어진다. 그런데 뜬금없이 서로 원수지간인 전직 형사와 기자까지 마을에 들어오고 그들은 저수지방류로 며칠 발이 묶인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약간은 어디선가 본 듯한 플롯으로 시작한다. 폐쇄된 마을. 옆 집 숟가락 수도 다 알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마을 사람들. 예상되다시피 형사와 기자는 서로를 질시하면서도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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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대화를 읽다보면 모두가 내가 아는 사람들 같고..그만큼 이 소설은 친근하면서도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사람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이기심의 발로가 코믹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단 참 재미있다. 작가 황세연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 소설이 곧 영화화 될 것이라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유럽 영화 (아마도 폴란드나 그 부근 나라)로, 범죄 없는 동네에서 시체 감추느라 (그 영화에서는 경찰들이) 애먹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바로 떠올랐다. 비슷한 플롯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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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43>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죠. 농촌도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멀리서 보면...멀리서 지켜보는 여행자들의 눈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클로즈업해보면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죠.
p212> 사건 현장에서 보면 천사와 악마는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 평소의 천사가 어떤 이유로 악마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평소에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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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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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틀렸어
미셸 뷔시 지음, 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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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프랑스 르아브르 지역.
세 살 말론은 유아학교에서 심리상담사와 상담 중에 지금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고 한다. 해적, 성, 정글, 식인괴물, 로켓 등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하나 이야기에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서류상으로 문제는 없다. 말론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고. 말론은 구티라는 헝겊인형과 늘 함께이고, 구티가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다. 말론은 비를 무서워하고, 악몽을 자주 꾼다.상담교사인 바질은 그 지역 마리안 경감에게 이상하다고 신고한다. 아이의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진실을 찾아야한다고.
그 무렵, 몇 달전 에르메스등 명품점에 강도가 들었고, 4명의 강도 중 두 명(부부)은 사살되고 한명은 부상을 입고 도주 중이다. 피해액은 200만 유로.물품도 찾지 못하고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마리안 경감은 곧 마흔이 되는 싱글로, 엄마가 되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압박감을 느낀다. 최근에 알게 된 미용사 앙지와 친하게 지낸다. 앙지는 인터넷에 ‘죽이고싶다’ 사이트를 개설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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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세 여주인공, 마리안, 아망다, 앙젤리크(앙지)를 중심으로 두 개의 사건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그리고 ‘죽이고싶다’사이트에 올라온 이야기들도 나온다. 또한 구티가 말론에게 해 주는 동화 이야기도.
교차되는 이야기 속에서 두 사건이 뭔가 연결되어 있구나 싶고, 구티가 말해주는 동화가 뭔가 실마리이구나 싶은데. 그리고 소설 중간쯤 가면 범인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마리안의 결정이 납득이 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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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말론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아프다. 뭔가 섬뜩한 트라우마가 있고 아이는 불안하다. 그리고 엄마를 간절히 기다리고 찾는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하라는 대로 기억하고 행동한다. 여기서 엄마는 생모든, 생모가 아니든 상관없다. 진짜 사랑해주는 엄마. 다 엄마(아망다)가 자기를 사랑해주는 것도 안다. 다만 다른 엄마가 더 좋을 뿐.
소설 전개가 진짜 긴박감이 있어서, 한숨에 읽어 내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자 미셸 뷔시는 추리작가이면서 프랑스 정치학자이고 루앙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라고. 진짜 머리 좋은 사람이다. 2006년 첫 추리소설을 내고 매년 한 권씩 새로운 소설을 발표한다고 한다. 특히 2011년에 발표한 <검은 수련>이 대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니 궁금하다. 모네의 지베르니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니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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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38> 구티, 진정한 보물은 평생에 걸쳐서 찾는 게 아니야. 그건 언제나 우리 옆에 숨어 있단다. 왜 그 일을 하는지도 잊은 채 심고 가꾸고 저녁마다 물을 준다면 어느 날 생각지도 않았을 때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거야.
p133>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어도 친절함은 더 강하고 친절함이 결국은 이긴다는 사실을 말이야.
p211> 어릴 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잘 들어라.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때로는 그가 멀리 떠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단다. 아니면 오랫동안 기달리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그게 진정한 사랑의 증거야. 어쩌면 유일한 증거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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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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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책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의 역사라고 할까?
고대 파피루스부터 인류에게 문자라는 것이 주어진 이후, 기록이란 것을 하게 된 이후, 소위 “읽는다는 것”을 위한 물성. 책.
그냥 흔하게 주변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이, 그 모습으로 나오기까지 어떤 지나난 과정을 지났는지, 언제부터 직사각형의 (대부분) 형태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냥 책은 책이라고 알고 있다가 처음부터 그런 모습의 존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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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겉표지에 이것은 제목이고, 이것은 책머리고 책발이고, 책홀이고 그동안은 그 이름조차, 그 기능조차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의 “나 여기 있어요.”라고 발현하는. 또 책 표지를 여는 순간 마주치는 첫 번째 페이지 (겉표지와 붙어있는) 를 “면지”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동안은 속표지? 하면서 내 맘대로 불렀는데!)..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뭐랄까, 책의 해부도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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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만드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책이 있으려면 우선 종이가 있어야한다. 고대에는 파피루스가 그 종이 역할을 했고, 그 다음엔 양피지를 비롯한 동물의 가죽을 얇게 작업해서 그 위에 썼고, 비단 위에도 썼고, 그 이후 종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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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종이에 글자를 입히는 일. 옛날에는 일일이 사람이 썼고, 구텐베르크가 가동활자를 만들어 42행 성경을 찍으면서 인쇄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빨리 중국에서는 목판화로 책을 찍어내기는 했다. 그 과정도 얼마나 치열한지. 어떤 활자를 만드느냐, 어떤 잉크를 찾느냐, 어떤 종이가 잘 맞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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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때 문맹자가 더 많았기 때문에, 책 속의 삽화는 필수였다.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중세의 책들을 보면, 필경사들이 직접 손으로 쓰고, 직접 그린 (화가가 따로 그리기도 했다) 멋들어진 삽화 부분에 가면 더 흥미진진해 진다. 그리고 구텐베르크 이후 기계로 책을 찍어내기 시작한 이후는 더 재미있다. 글자와 그림이 한 페이지에 있는 과정이 얼마나 고난의 길이었는지, 전면 삽화가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록된 삽화 (그림, 사진)들도 정말 귀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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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의 형태가 현재의 이 모습이 되는 과정을 알려준다. 최초의 파피루스 책은 두루마리 형태였다가, 편의에 의해 네모난 형태로 제본되고, 양피지로 만들다 보니 직사각형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귀한 책이다보니 가죽으로 장정하고, 일일이 손으로 꿰매어 제본했고, 그 제본술이 최근까지 이어지다가 19세기 중반에야 접착식 제본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책의 사이즈도,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하게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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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역사적 도정을 여러 가지 고고학적 자료가 뒷받침해 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쇄기계가 나온 이후의 설명은 진짜 어렵다. 인쇄기가 발전하는 과정은 공학이기 때문에 제시된 단어가 생경하고...하지만, 읽다 보니 인쇄기가 발전해서 오늘날의 컴퓨터로 이어지더라는. 책의 삽화도 사진술이 발전하면서 같이 발전했고. 그러다보니 첨부된 주석만도 120페이지에 달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마지막 클로폰 페이지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책의 책”을 그대로 소개한다. 종이는 중성지이며 636*900밀리미터 규격의 종이로 오프셋 컬러 평판 인쇄기로 인쇄해서 만들었다는. 책의 표지는 두꺼운 판지를 이용해서 만들었고, 가죽 표지에 자국을 내는 방식으로 표지에 글자를 찍었고..등등.
460여 페이지를 머리를 싸매고 읽어나가다가, 이 부분에 와서 무릎을 탁 치며 웃게 만든다. “그래, 수고했어. 책아. ” 아니지.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귀한 책을 만들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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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글 솜씨도 대단하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의 뜻은 아주 선명했다.” 아무리 컴퓨터와 전자책이 종이책을 빠르게 위협해도, 책은 책이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아주 귀한 책을 읽고 소유한다.

책 속으로
p15> 다 접어두고, 이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라. 가능하면 가장 크고 묵직한 양장본을 찾아라. 찾았으면, 손에 쥐어보라. 책을 펼치고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접착제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책장을 휙휙 넘기며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껴보라.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책에 비하면,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액정 뒤에 갇힌 전자책은 활성 活性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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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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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지 전혀 가늠하지 못한 채 읽게 된 니라 게오르게의 소설 “꿈의 책”.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하며, 논픽션을 쓸 때는 앤 웨스트, 스릴러는 니라 크레이머, 형사 추리 소설은 장 바뇰이라는 각기 다른 필명을 쓴다고 한다. 이 책은 니나 게오르그 본명을 쓰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장르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면서 순수 문학이구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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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종군 기자 헨리는 아버지의 날에 아들 샘을 보러 가는 길에, 유람선에서 떨어진 소녀를 구하고 자동차 사고로 코마에 빠진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버지를 보지 못한 샘은 매일 아버지를 보러 병원에 오는데, 그 병원에는 매디라는 발레리나였던 소녀도 있다. 샘은 5차원 감각이 뛰어난 아이로 아버지가 깨어나지는 못하지만 그 자리에 있음을 느낀다. 샘은 아버지와 매디를 구하기 위해, 깨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편 헨리의 전애인 에디도 매일 병원에 온다. 그리고 그들은 꿈속에서 서로에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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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헨리, 에디, 샘, 매디의 입장에서 계속 서술되고 있어서 끝까지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다. 마지막 장을 먼저 열까말까 얼마나 망설이며 읽었는지.
살면서 제대로 된 선택을 못한 헨리.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평생 괴로워하며 살았다. 그리고 아들 앞에서도 나타나지 못했다. 코마 상태에서 그는 아버지의 손을 놓은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였음을 알게 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손을 놓았음을. 그는 사랑하는 에디를 놓쳤다. 에디가 그의 영원한 사랑이었지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죄의식으로 그녀를 떠났다. 꿈속에서 헨리는 여러 삶을 산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삶이 진정 최고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
에디도 안다. 비록 헨리가 자신의 사랑을 거절하고 떠났지만 거짓이었음을. 그들의 사랑은 꿈속에서 연결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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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단지 꿈이라고 해야 하나, 현실과 죽음의 중간 세계에서 바랐던 삶의 모습이, 비록 실현되지 않더라도 얼마나 간절한지. 얼마나 애절한지. 내내 숨죽이며 읽었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헨리가 한 선택도 이해된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답다.
코마 상태의 환자가 과연 꿈을 꾸는지 아무 의식이 없는지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 그들을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살인이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나 깨어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나 만약의 경우, 나는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것이고 (아, 서명하러 가야하는데..), 코마 상태로 있고 싶진 않다. 선택을 해야지 그 단계가 되기 전에. “그만하면 됐다. ”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가, 매디가 깨어나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랬다. 항상 모든 것이 이렇지. 이성과 감성은 다른 판단을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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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45>
등대에 올라가기 전에 층계를 위까지 올려다보지 말고 첫 번째 계단만 보라고 아버지는 충고했다. 한 계단 한 계단씩만 보라고. “너보다 훨씬 더 막강해 보이는 도전에는 이런 식으로 응하는 거란다. 그러면 도전을 이겨낼 수 있어.” 세상을 작게 만들어라. 정확히 보아라. 네 앞에 놓인 기나긴 밤이 아니라 바로 앞의 순간만 생각해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길을 완전히 가늠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봐야 한단다.”
p477>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살아생전 이 땅에서 아무리 소중히 여긴 것이라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들을 가져갈 수는 없다고. 황금, 재산, 아름다움, 권력. 그 어느 것도.....하지만 두 번째 진실이 있다.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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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그림을 좋아해서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있다. 여행가서는 일단 그 도시의 미술관 방문을 기본 코스에 넣고, 그 다음 일정을 짜고. 그래서 가능한 많이 보고 읽고 감상법을 배우는 중인데, 이일수의 “더 보고 싶은 그림”은 이런 나의 취미, 취향에 딱 맞는 책. 그래서 너무너무 반가워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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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히 같은 소재, 주제로 그린 다른 화가의 그림을 두고 생각하며 감상하게 하는 플롯.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이를 동시대인의 삶으로 이어지게 한다.
크게 3장(전시실)로 나누었다.
1, 보이는 그대로 보기 2.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3. 나의 눈으로 보기
이 구분은 그림을 보는 세 가지 방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을 보며(읽으며) 저자가 설명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눈은 결국 그것을 담는 나의 눈에 있다”(p8) 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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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된 많은 그림 중에 처음 보는 그림도 많았다. 특히 한국화..
나름 박물관, 미술관을 열심히 다녔다고 자부하는데도 특히 한국화가 이렇게 생소할 줄은. 깊이 반성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복쇠의 <자매문기> 는 놀랍고 가슴아팠다. 형편이 너무나 어려워서 스스로 노비가 되겠다는 문서에 손도장을 그린...사실 한국화에 대해서는 늘 산수화 위주고 조선 후기에 와서야 풍속화가 나온지라 그냥 쓱~ 훑어 본 적이 많긴 하다. 늘 산이며 바다며 사군자 위주였기 때문에 그게 그거 같아서. 자매문기를 보면서 우리말에는 신체를 가리키는 말이 그렇게 많은데, 서양은 바디 body 하나 뿐인 것이 왜 일까 생각도 해 보고. 작품을 그린, 또는 만든 화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표현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작품을 눈에 담는 것 보다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선의 <박연폭포>는 그동안 가졌던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더라는 산수화에 대한 기본 관념을 깨버리는 그림이었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한국화에서도 얼마나 파격적인 표현이 가능했는지! 시원하게 내리꽂는 물줄기는 화가의 기상 그 자체였다.
신윤복의 <단오풍정>과 프라고나르의 <그네>의 해석은 새로웠다. 그동안 알아왔던 해석이 다는 아니구나 싶었고, 해석이 다양할 수 있어서 그림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을 읽었다. 저자의 지난 책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도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넣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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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9>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감상하는 순간적 행위에 한정한 것이 아닌 화가와 감상자가, 저자와 독자가, 예술과 대중이 삶을 전제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림은 창작자의 손이 아닌, 관찰하고 성찰하는 감상자의 눈과 마음속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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