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레이크스 미술관의 이 여인이

세심하게 화폭에 옮겨진 고요와 집중 속에서

단지에서 그릇으로

하루 또 하루 우유를 따르는 한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으리라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문학과 지성사 2016. 2. 15 

 

고요와 집중이 아름답다. 그 순간을 그린 베르메르와

그 순간을 언어로 남긴 시인이 있어 다시 그 순간을 바라보게 된다.

세상의 절망을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너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나에게 말하든 듯하다.

하루 또 하루 고요와 집중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그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작가는 2012년 돌아갔다. 

우유를 따라 함께 마시던 사람들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이 시 덕분에 아름다운 우유를 떠올릴 수 있겠다.  

 

 

“나는 참으로 길고, 행복하고, 흥미로운 생(生)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유달리 인복(人福)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운명에 감사하며, 내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화해를 청합니다.”

 

 

 

운명에 감사하고 인사나누는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이 남긴 시가 나에게 화해를 청한다.

이 시를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시인이 이 곳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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