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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골편지 - 자연과 인문예술의 만남이 그려낸 맑고 깊은 삶의 풍경들
이호신 글.그림 / 뜨란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모든 생명은 '그리움의 손짓'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자연과 유정 무정의 생명체를 정성껏 들여다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 대상에 내재하는 본질을, 우리에게 손짓하는 간절한 그리움을 불러내어 마주하는 일과 같습니다. (160p)
화가는 그리움을 불러내어 마주하고 있다. 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의 그리움을 만난다.
온갖 풍상 이겨내고 스스로를 비워낸 현자의 모습으로 의연히 서 있는 600살 감나무. 올해도 쪽빛 하늘에 수백 개의 주홍 등불로 알알이 수놓고 마을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같은 밑동 안에 하얀 여뀌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한없이 자비로운 감나우의 영혼이 느껴집니다. 상생의 극치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600살 감나무를 친견합니다. 상처 속에 피어난 꽃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그 무언의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184P)
그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 그림을 보며 나는 또 어떤 말씀을 들어야 할까?
귀 기울여 그림을 본다.
거룩하고 엄숙한 대자연의 숨결이 가을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무언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고, 낙엽은 결국 뿌리로 돌아갑니다. 자연이 가르쳐주는 무심의 얼굴을 화첩에 옮깁니다. 풀벌레소리 들으며 그리운 이들에게 띄우는 낙엽편지입니다.(189P)
화가가 보낸 편지를 읽는다. 무심의 얼굴을 다시 본다. 무언의 가르침을 제대로 읽고 있을까? 다시 바라본다.